언론 보도의 기본이 진실이오, 진실 보도의 요체가 사실확인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더구나 남북문제와 같은 미묘한 사안일경우 언론의 사실확인 문제는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다. 비록 현재 우리 언론이 취재 여건상 사실 확인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가능한 진실 보도에 충실해야함은 물론이다.

최근 중국 연변 조선족 자치주 연길시에서 일어난 안승운 목사 사건은 우리 언론의 납북관계 보도가 이같은 사실확인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물론 민실위는 안승운 목사가 실제로 북쪽에 의해 납북되었으리라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정부당국이 밝힌 정보에 비추어 볼때 납북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도 있다. 하물며 중국 공안당국이 진상조사를 아직 발표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납북 보도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보기에 따라서는 무리라는 판단도 가능하다.

그러나 민실위가 주목한 대목은 결코 납북여부의 사실성에 있지 않다.
가령 이 기사의 1보 시점으로 되돌아가 보자. 7월 25일자 석간에 이어 26일자 조간신문에 일제히 보도된 이 사건은 신문에 따라 보도 내용과 편집방향에서 현저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25일자 석간신문들은 2면이나 사회면에서 당국의 발표를 보도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이미 석간에 보도된 이 기사가 다음날 일부 조간신문에서 시커멓게 먹컷으로 1면에 보도되었다는 점이다. 조선일보가 1면 머릿기사로, 동아일보가 1면 중간기사로 이 사건을 대대적으로 키운 것이다.

조선과 동아를 제외한 다른 조간들의 경우 2면이나 사회면에 석간신문 비중으로 다루었음에 비추어 볼때 두 신문의 이같은 보도방향은 충분히 관심을 끌만했다.

더구나 두 신문의 제목은 똑같이 이 사건을 납북으로 규정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인용부호라도 있었으나 조선일보의 경우 인용부호도 없이 아예 ‘한국목사 연길서 납북’으로 못박고 있다. 조선은 한걸음 더 나아가 제2사회면 거의 전부를 안목사 ‘납치’사건으로 채우고, 사설까지 ‘북 또 사람납치’로 ‘기동력’있게 지면을 구성했다.

그러나 적어도 이 시점에서 북쪽은 안목사가 망명했다고 주장했으며, 심지어 우리쪽 외무부 대변인도 “현재까지 상황으로 볼 때 망명은 아니지만, 아직까지 안목사가 납북됐다는 객관적 증거가 나타나지 않아 납북이라는 최종적인 판단을 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따라서 대부분의 조간신문들이 ‘목사1명 연길서 납북된 듯’(중앙)식으로 보도한 것과 비교해 조선과 동아의 보도방식은 과도했다는 것이 민실위의 판단이다.

적어도 이 시점에서는 정보를 가장 많이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는 정부 당국자의 말을 존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일부 언론사 편집국에서는 안목사가 정보기관원이라는 ‘소문’까지 나돈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조선은 외무부 대변인의 말조차 그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납북이라는 최종적 판단을 하기에는 이르다”는 부분은 보도하지 않았다. 반면 다른 신문에는 없는 ‘정부관계자’의 말을 1면 3단기사로 보도하고 있다. 안목사를 송환하지 않을 경우 남북 3차회담 개최 여부가 불투명해질 것이라는 것이다.

정부 당국의 입장이 남북관계의 새 국면 조성을 위해 신중한 점을 고려한다면 조선일보의 이같은 보도는 매우 흥미롭다. “북측은 쌀을 받든 어떻든 상관없이 대남정책의 기본노선은 아직 하나도 변하지 않았음을 읽을 수 있다”는 그날자 조선일보 사설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 사건을 조선과 같이 1면에 먹컷을 떠 보도한 동아일보가 이튿날부터 신중하게 보도한 것은 그나마 균형을 되찾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안목사의 ‘선교’활동이 현지에서 정보요원으로 오해받을 만큼 북쪽을 자극했다는 점도 사건의 배경을 올바르게 인식하기위해 보도하는 것이 바람직했을 성싶다.

사실을 확인할 수 없을 뿐더러 정부당국자도 신중하게 발언하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관계에 바람직하지 않은 ‘돌발사태’일 수도 있는 사건을 단정적으로 앞질러 ‘납북’으로 보도하고 나선 것은 아무래도 언론의 정도를 벗어났다는 것이 민실위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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