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7일, 경향신문 회의실에서 편집국장을 비롯한 부장급 간부와 평기자 등 12명이 참석한 가운데 편집제작평의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평의회는 △편집국 간부를 비롯한 구성원들이 경향신문 기자로서 자부심과 자긍심을 유지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편집국장단과 부서 간, 간부와 평기자 간 지면 제작 소통을 강화하는 한편 △취재비 등 수당 현실화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평의회가 이러한 사항에 합의한 것은 종합편성 채널 출범에 따라 내부 인력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일부 젊은 기자들이 종편으로 곧바로 자리를 옮길 가능성은 물론, 종편 진출 신문사에서 내부 기자들을 차출한 자리에 다른 신문사의 경력 기자들을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마련한 고육지책이었다.

경향의 한 기자는 “연차가 낮은 기자들은 방송사 입사도 함께 준비했던 사람이 많고, 신문보다는 종편이 전망이 밝다는 판단을 할 수 있다”며 “회사 상황이 어려워 일한 만큼 대우를 못 해주다 보니 그만두겠다는 후배들을 잡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손 놓고 바라만 보고 있을 수도 없어 괴롭다”고 말했다.

실제로, 종편 출범을 앞두고 기자들의 자리 이동은 이미 시작된 상태다.

중앙일보는 최근 경력기자 채용을 위한 면접을 진행했다. 앞서 지난 1월에는 동아일보, 세계일보, 코리아타임스 출신 기자 3명이 중앙일보로 자리를 옮겼다. 중앙은 jTBC가 지난해 말 종편 사업자로 선정된 뒤 본격적인 출범 준비를 위해 기자 10여 명을 차출하면서 공백이 생기자 다른 언론사 기자로 충원하려는 시도를 하고있다.

중앙은 같은 달 jTBC 인력을 관리할 인사 담당 경력직원 2명을 채용하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방송설립추진단 보도부문이 서울 강북구 아카데미하우스에서 jTBC 보도국의 정치·사회·경제·국제·스포츠 등 부문별 인력 배치, 취재 계획 등을 발표하는 워크숍을 열기도 했다. 중앙은 구체적인 보도국 규모는 종편 법인이 설립된 이후 결정할 예정이라는 입장이지만, 다른 방송사의 뉴스, 인력 구조를 분석하는 등 구체적인 실행 계획 수립에 들어간 상태다. 종편 진출사들은 일단 자사 기자들로부터 외부 기자 추천을 받아 면접을 거치는 방안으로 신문사 기자들을 선발하는 한편, 종편 경력기자는 공개채용도 병행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한 신문사 기자는 “최근 종편 사업자로 선정된 다른 신문사에서도 일부 기자들을 대상으로 ‘물밑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안다”며 “해당 신문사의 제안을 거절하는 기자도 있겠지만, 급여가 적거나 영향력이 낮다고 생각해온 젊은 기자들은 이번 기회에 자리를 옮기고 싶다는 사람도 꽤 있다”고 말했다.

종편 선정 신문사의 한 관계자는 “종편은 주로 내부 기자들로 우선 충원하고 지역 민방 기자들을 중심으로 경력기자를 채용하게 될 것”이라며 “신문사 쪽 인사는 늘 그랬듯이 다른 신문사에서 기자를 데려오는 방식으로 진행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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