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출입기자단 소속 기자들이 차세대 전투기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이 사업에 참여하려는 미국의 군수업체 보잉사로부터 지원을 받아 현지 생산 현장을 다녀온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보잉사 현지 공장 등을 시찰한 기자들이 귀국한 뒤 쓴 기사는 보잉사가 올 6월에 국내에 들여올 공중조기경보기에 대한 홍보성 기사 일색이어서 결국 ‘홍보성 외유’ 아니냐는 지적을 사고 있다.

8일 보잉코리아에 따르면, 보잉사는 국방부 출입 기자 15명을 데리고 지난달 20일부터 26일까지 세인트루이스(보잉군용사업), 시애틀(상용기 제조), 애리조나 메사(아파치 헬기 공장) 등을 시찰하는 ‘미디어팸투어’ 행사를 가졌다. 여기에는 국민일보, 아시아경제,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 15개 언론사 기자들이 참석했다. 모든 경비는 보잉사에서 부담했으며, 1인당 수백만원이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창균 보잉코리아 상무는 8일 “미디어팸투어는 다른 업체에서도 통상적으로 하는 행사로 보잉사가 한국에서 하는 사업 전반을 보여주고, 홍보차원에서 이해를 넓히기 위한 활동”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설명에도 불구, 언론계에서는 보잉사가 입찰 예정인 차세대 전투기 사업의 3차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이같은 행사를 가졌다는 점에서 보잉사 홍보를 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실제 팸투어에 참여한 기자들은 행사 직후 일제히 보잉사 관련 기사를 썼다. 국군이 오는 6월 도입하기로 한 보잉사의 공중조기경보통제기 ‘피스 아이’에 관한 기사로, 각종 첨단 정찰및 탐지 장비를 갖춘 최첨단 공중조기경보통제기가 최초로 언론에 공개됐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 이용호 미디어오늘 시사만화가
 
이번에 참가하지 않은 한 국방부 출입기자는 “보잉이 FX 3차 사업 입찰 예정 기업 가운데 하나인데, 이 회사의 지원을 받아 미디어투어를 다녀온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특히 다녀와서 쓴 기사가 주로 이미 도입키로 한 공중조기경보기에 대한 것이라곤 하지만 보잉의 이번 행사 목적이 3차 전투기 사업을 위한 홍보라는 점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고창균 보잉코리아 상무는 “신문들의 보도는 각기 뉴스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그러지 않았겠느냐”며 “(차세대 전투기 사업자 선정) 일정을 고려한 것은 아니다. 스케줄도 아직 정확히 모른다”고 말했다.

이 사업에 참석한 한 기자는 “이번 행사에 대해 언급하고 싶지 않다”며 “취재에 응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조현호 기자 chh@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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