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의 ‘김대중 신당’ 관련 보도가 중심을 못잡고 있다. 김아태재단 이사장의 정계복귀와 신당 창당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와 시각이 같은 신문의 칼럼과 만평을 통해 게재되면서 한겨레 안팎에서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한겨레는 김대중 이사장의 정계 복귀와 신당 창당이 가시화되면서 관련 기사를 지난 7월 28일까지 3편의 논설과 5편의 칼럼을 내보냈다. 5편의 칼럼은 모두 논설위원과 부장들이 쓰는 고정 칼럼이었다.
제일 먼저 등장한 칼럼은 편집국의 각 부장들이 돌아가면서 그때 그때의 현안을 다루는 ‘편집국에서’란 고정칼럼란에 조상기 정치부장이 쓴 ‘김대중씨의 그물과 벼리’(15일자).

3일 후인 18일자에는 김대중 이사장의 복귀와 신당창당에 정치적 환멸감을 토로한 정운영논설위원의 고정칼럼 ‘전망대’가 뒤따랐다. 이어 논설위원 고정칼럼란인 ‘아침햇발’에서도 ‘신당창당 이후’(성한표 논설주간,19일자), ‘도덕과 정치’(김근 논설위원, 21일자), ‘나를 세우는 정치를’(김종철 논설위원, 28일자)등 김대중이사장의 정계복귀와 신당창당이 연이어 논제로 다뤄졌다.

이들 칼럼들은 김이사장의 정계 은퇴선언 번복과 신당 창당에 대한 여론의 비판적 동향에 대한 인식에선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그것을 바라보는 시각과 입장은 판이하게 나타났다.

조상기 정치부장과 정운영 논설위원이 김이사장의 정계복귀를 각각 말이 바로 서야 정치가 바로 선다는 점에서 ‘정명(正名)의 정치를 훼손한 것’, 문민정부에 걸었던 기대가 무산된 것과 함께 정치에 염증을 느끼게 하는 ‘쓰디 쓴 환멸’이라고 비판하고 나선 것과는 달리 김근 논설위원과 김종철 논설위원은 그같은 ‘비판에 대한 비판’에 나서는 논지를 폈다.

김근 위원은 “김대중이사장의 정계 복귀가 도덕적 관점에서 비판받을 소지는 충분하지만 그것으로 족하는 것이다. 정치는 현실인 만큼 김이사장과 그에 대한 지지의 ‘실체’를 인정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도덕적 비난으로 일관하는 것은 ‘정도를 넘어선 것’으로 기득권층의 ‘김대중 죽이기 음모’”라고 반격했다. 김종철위원은 김이사장에 대한 언론과 지식인들의 ‘일방적 비판’을 무덤(은퇴)에서 되살아난 데 대한 무차별적인 ‘확인사살 시도’라고 비판했다.

박재동화백은 만평에서 김이사장의 정계 복귀를 ‘창녀’에 비유해 그리는 등 김이사장의 정계복귀와 신당창당에 대해 ‘격렬한 비난’ 쪽에 섰다.
한 신문에서 동일한 사안에 대해 상이한 시각과 주장의 칼럼을 연이어 게재한 것은 상당한 파격이다. 쟁점에 대한 여론이 극명하게 갈리거나 집단간의 이해관계가 대립될 때 찬반 양론등을 게재하는 경우는 적지 않다.

그러나 대부분 외부 필진에 의뢰하거나 이해 당사자들의 대립되는 주장을 실어주는 경우이다. 칼럼의 특성상 상이한 의견이 개진되는 것이 이상할 것은 없지만 이번처럼 논설위원등 신문사 내부의 입장 차이가 그대로 지면에 드러난 경우는 사례를 찾기 힘들다. 한겨레신문만이 갖고 있는 ‘언론 자유’를 확인해준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부정적인 지적도 적지 않다. 보도와 논평에서의 일관성 상실은 곧 책임있는 여론 형성자로서의 언론의 역할을 포기하는 것이라는 비판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