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모의에 의한 집단적인 전화걸기를 넘어서 집단적인 전화걸기를 통한 세의 과시, 광고중단 요구에 불응할 경우 더 강력한 방식으로 진행할 것 같은 겁박, 전화걸기 그 자체를 수단으로 하여 그 전화에 일일이 응대하도록 하거나 다른 고객과의 전화통화가 불통되도록 하는 등의 집단 괴롭히기 양상으로까지 일부 진행되었다고 보지 않을 수 없으므로 위와 같은 방식의 광고중단압박행위는 당시 사회 분위기에 비추어 보아 사회통념상의 허용한도를 벗어나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족한 위력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조중동 광고불매운동 관련 1심 판결문 중에서)

“다수의 행위는 그 규모, 위험성의 정도 등으로 인해 상대방이 느끼는 압박감의 정도가 1인이 행위를 행하였을 때와는 달라질 수 있으므로 1인의 행위와 동일하게 평가할 수 없는 바 이 사건 광고중단압박운동은 다수가 집단적으로 전화걸기 등과 함께 위법하거나 비정상적인 다양한 방법을 동원함으로써 결국 집단적 괴롭히기 또는 집단적 공격의 양상을 띠게 되었다.”(조중동 광고불매운동 관련 2심 판결문 중에서)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천정배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천정배 의원실
 

지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를 놓고 조선․중앙․동아일보의 보도에 반발해 인터넷에서 자발적으로 벌어진 광고불매운동과 관련해 법원이 내린 판결문 가운데 일부다. 1, 2심 재판부는 소비자운동의 가장 기본인 ‘전화 항의’와 ‘불매운동’에 대해 불법이라고 판시했고, 인터넷에 조중동 광고주 목록 등을 게시한 네티즌 24명은 벌금이나 집행유예 등의 형을 선고받았다.

소비자운동을 근본적으로 봉쇄했다는 비판을 받는 조중동 광고불매운동 관련 판결은 아직 진행중이다. 대법원이 이 사안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1․2심 판결은 시민사회단체와 네티즌들이 이른바 ‘조중동 종편’의 탄생을 앞두고 종편에 참여한 주요주주(기업)를 대상으로 한 불매운동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2일 민주당 천정배 의원실과 조중동방송 퇴출 무한행동 주최로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조중동방송 불매운동의 성공전략’ 토론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합법적인 불매운동’의 방법을 놓고 고민에 빠진 것도 이 때문이다.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 양재일 대표는 이날 발제를 통해 불매운동의 성공을 위해서는 △불매운동의 목표를 명확히 정하고 △불매운동을 하게 된 원인, 이유 등을 대상 기업과 시민들에게 정확하게 전달해야 하며 △지속적이고 조직적으로 불매운동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대표는 이와 함께 불매운동의 ‘적법성’이 유지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조중동 광고불매운동의 피고쪽 변호를 맡았던 김정진 변호사는 “불매운동과 관련한 1, 2심 판결을 보면 법적으로 어느 정도의 불매운동 행위가 허용되느냐가 명확하게 드러나 있지 않다”며 “1심은 ‘집단적 전화걸기’에 ‘+α’가 있어선 안된다는 거고, 2심은 ‘집단적 전화걸기’ 자체가 안된다는 판결로, 결과적으로는 ‘전화걸기’에 참여한 사람들이 처벌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이어 “기업에 (항의)전화도 안 걸고 무슨 불매운동을 한다는 건지 황당하지만, 법원은 전화걸기를 업무방해(불법)라고 판단했고, 불매운동 과정에서 돌출행동을 한 사람들에 대해 운동을 주도한 사람들에게도 책임을 물었다”며 “업무방해죄가 사라지지 않는 이상 전화걸기는 불법으로 처벌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양재일 대표는 “경제적 타격이 없다면 성공한 불매운동이라고 하기 어렵다”며 “의사전달을 정중하게 하는 등 적법성을 유지하면서 불매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