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란이 계속되면서 보수·경제지들에서는 공급이 부족해서 전세대란이 왔다거나 전세대란 때문에 집값이 치솟고 있다는 등의 왜곡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은 전세대란은 수요와 공급의 일시적 불균형 때문이며 오히려 부동산 대세하락의 전조라고 경고한다.

선 부소장은 전세대란의 가장 확실한 해법은 부동산 거품을 빼는 것이고 그게 다가올 더 큰 충격을 막는 유일한 대책이라고 강조한다. 다음은 선 부소장과 일문일답.

- 전세대란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 같은가. 일부 언론에서는 공급이 부족해서 전세대란이 일어났다면서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세대란은 정부가 추락하는 주택가격을 억지로 떠받치면서 나타난 부작용이다. 온갖 부동산 부양 대책을 쏟아냈는데도 집값은 거의 오르지 않았다. 부동산 불패신화가 끝나가고 있다는 걸 모두가 알게 됐다. 그래서 빚을 내서 집을 사기 보다는 전세로 눌러 앉거나 아예 집을 팔고 전세로 옮겨가는 경우도 많다. 전반적으로 시장이 매매 선호에서 전세 선호로 바뀌고 있다는 이야기다. 최근 전세대란은 일시적으로 전세 수요와 공급이 미스 매치돼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보는 게 맞다. 전세 수요와 매매 수요를 구분해야 한다."

- 매매 수요는 줄어드는데 전세 수요만 늘어난다? 쉽게 와 닿지 않는다. 집값은 떨어지는데 전세값은 한동안 더 오를 거라는 이야기인가.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정부가 저금리 기조를 이어가면서 집 주인 입장에서는 전세 보증금을 맡겨 놓고 받을 수 있는 이자 수입이 줄어들었다. 그래서 전세 보다는 반 전세나 월세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다. 세입자 입장에서도 보증금을 확보할 수 있는 안전한 전세를 선호하게 된다. 그런데 근저당이 설정돼 있지 않은 안전한 전세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수요는 늘고 공급은 제한적인 상황에서 안전한 전세 위주로 가격이 뛰고 있다. 여기에 언론의 선동 보도 때문에 덩달아서 '우리도 올려 받자'하는 심리가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 집값은 떨어지는데 전세값만 뛰는 현상이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확실하게 집값이 빠진다면 전세값도 안정될 텐데, 지금은 정부가 집값을 틀어잡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전세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적극적으로 집값을 하향 안정화시켜야 한다. 빠져야할 집값이 빠지지 않고 있으니까 집을 살 사람들도 관망을 하게 되고 전세 수요가 몰리면서 전세값이 뛰게 된다. 엉터리 부동산 전문가들은 공급이 부족해서 그렇다고 주장하지만 수도권에도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쌓이고 있다. 이게 의미하는 게 뭔가. 공급이 부족한 게 아니라 집값이 너무 비싸서 살 사람들이 없는 거다. 그래서 전세로 몰리고 일시적으로 전세값이 뛰는 거다."

   
주택 전세가격 오름세가 무섭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전국 평균 전셋값 상승률이 2002년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았다고 전했다. 사진은 송파구 잠실의 부동산 모습. ⓒ연합뉴스.
 

- 일부 언론에서는 전세값이 뛰니 집값도 뛴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터무니 없는 과장 보도다. 거래량은 2009년 6월 수준으로 늘어났는데 실거래가 기준으로는 지난해 한 해 동안 8% 가까이 빠졌다. 정부가 부동산 경기 부양에 나서면서 소폭 반등했지만 1% 정도에 그쳤다. 15% 가까이 반등했던 2009년 상반기와 비교하면 상승 모멘텀이 크게 줄었다는 이야기다. 이런 상황에서 하락 압력이 나타나면 내리막길을 걸을 가능성이 크다. 일부에서는 전세값이 뛰니까 집값도 뛸 거라는 주장도 나오는데 지난 2년 동안을 봐도 결코 그렇지 않았다. 언론의 과장 보도에 속아서는 안 된다."

- 전세값이 계속 뛰면 조금 더 보태서 집을 사겠다는 수요도 나타나지 않을까.

"지금 남아있는 전세 수요자들은 집을 살 여력이 없다. 빚내서 집을 살 사람들은 이미 다 샀다. 특히 집값 상승을 주도할 중대형 매매 수요는 거의 없다. 전세 수요가 매매 수요로 바뀌기는 쉽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다."

- 당장 전세값을 올려줘야 하는 상황에서 대안이 없나.

"정부가 집값을 떠받치고 있는 상황에서는 달리 방법이 없다. 그렇지만, 전세값이 계속 오를까. 그럴 것 같지는 않다. 다시 강조하지만 지금은 수요의 일시적 미스 매치, 병목 현상이라고 보면 된다. 시간이 지나면 풀리게 돼 있다. 적어도 2년 뒤 재계약을 할 무렵이 되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될 거라고 본다. 기준금리가 오르고 대출이자가 오르면서 만기 상환 압력이 늘어나는데도 정부가 부동산을 떠받치는데도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LH공사 등 공기업 채권도 만기가 돌아온다. 경기 부양은커녕 빚 갚기에도 급급한 상황이 될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이제는 부동산 거품 붕괴의 충격을 대비해야 할 때다."

- 정부가 파격적인 규제 완화를 단행했는데도 집값은 거의 변화가 없다. 집값 거품이 더 빠질 거라고 보나.

"집값은 중장기적으로 반 토막 이하로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 전세값은 그 정도는 아닐 거고 매매가격 대비 60~70% 수준을 유지할 거라고 본다. 그래도 지금보다는 훨씬 낮은 수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 중장기적으로 전세가 아예 사라지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오는데.

"월세가 늘어나긴 하겠지만 전세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 약한 매매시장과 약한 임대시장으로 재편될 거라고 본다. 전세는 사라지기보다는 축소될 것이고 부동산 거품이 빠지기 시작하면 전세 시장 역시 안정을 찾아갈 것이라고 본다. 정부 정책에 따라 다르겠지만 2~3년 안에 대세 하락이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

- 거품이 빠질 때 빠지더라도 충격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이명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재임 기간에 폭탄이 터지는 걸 막으려고 하지 않을까.

"거품이 빠지는 과정에서 충격이 없을 수가 없다. 일찌감치 거품을 천천히 뺐으면 충격이 본격화되기 전에 복원이 됐을 텐데 이제는 본격적인 저출산 고령화와 맞물려 복원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일본처럼 장기 침체로 갈 위험까지 있다고 본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대한 다음 정권으로 폭탄을 떠넘기려고 하겠지만 그러다가는 국가 경제 전체가 몰락할 위험도 있다.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이 그렇게 말하지 않았나. '2012년 이전에 거품이 꺼지면 정권을 재창출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2012년 이후에 꺼지면 설거지 부담이 커진다'고. 분명한 건 언제 터지든 엄청난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거다. 생산경제는 위축되는데 복지비용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고 세수는 줄어들고 거품이 붕괴하면서 부실이 곳곳에서 터져나올 거다. 그때 써야 할 돈을 미리 당겨다 쓰고 있는 건데 본격적으로 충격이 닥칠 때 무슨 돈으로 막을 건가. 일본처럼 국민들이 돈이 많은 것도 아니고 온 나라가 부동산에 물려있는데."

-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오게 됐다고 보나. 경제 대통령을 표방한 대통령 아닌가.

"기대 섞인 희망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이명박 정부는 철저하게 자기네 기득권 세력의 이해관계에 복무하는 정부다. 일단 부동산 거품이 이번 임기에 터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고 미루다 보면 어떻게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하고 기대하는 것 같다. 분명한 건 부동산 거품을 빼지 않고는 한국 경제를 지속가능한 건전한 경제로 만들 방법이 없다는 거다. 하루라도 빨리 거품을 빼야 충격을 줄일 수 있다."

- 최근 저축은행 연쇄 부실을 어떻게 보나. 저축은행 문제도 결국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에서 비롯한 것이고 거품이 터지는 과정에서 나타난 위기 신호라고 봐야 하는 것 아닌가.

"이렇게 말하면 시장 불안을 부추긴다고 비난 받겠지만 정확히 정보를 알릴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정부가 국민들을 속이고 있다. 우리 연구소가 분석한 결과로는 대형 저축은행 24개 가운데 최소 10개 정도가 파산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위험한 저축은행이 7개 정도 더 있다."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 ⓒ이치열 기자.
 

- 정부에서는 대형 은행에 인수·합병시키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데.

"쉽지 않을 거라고 본다. 프로젝트 파이낸싱 뿐만 아니라 앞으로는 주택담보 대출 부실도 큰 걱정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더 늦기 전에 부실을 도려내고 우량한 저축은행이라도 살리는 게 다가올 더 큰 충격을 완화하는 유일한 해법이라고 본다. 틀어막고 있다가 한꺼번에 터지기 시작하면 제1 금융권까지 위험이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 전세대란의 근본해법은 없는 건가. 2년 뒤 집값이 빠지고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기다리란 말인가.

"지금 정부는 공급만 늘리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문제는 공급이 아니다. 노무현 정부 때 2007년 13만5천호까지 지었던 임대 아파트가 지난해에는 1만5천호로 줄었다. 여기에 대해 아무런 반성이 없는 정부다. 전세대란이 한두 해 겪는 문제가 아니라면 단순히 뒤늦게 임대차 상한 규제를 하는 방식이 아니라 선진국 수준으로 임대주택 비율을 높여야 한다. 보금자리 주택을 대안으로 내놓고 있지만 여전히 비싸고 65% 이상이 매매형 주택이다. 무엇보다도 임대차 보호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 시장을 모니터링하고 가격동향과 수급요인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임대주 단체와 세입자 단체가 모여서 임대료 수준을 결정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가장 확실한 전세 대책은 집값 거품을 빼는 거겠지만 지금 정부가 내놓는 정책은 건설업계와 부동산 투기세력의 민원을 해결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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