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김재철 MBC 사장이 단행한 신임 임원진 인사에 노조가 “프로그램 공영성을 포기하고, 보도의 공정성을 버리며, 조합과 지속적인 대결을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이날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는 이사회를 열어 부사장에 안광한(56), 기획조정본부장에 차경호(55), 편성제작본부장에 백종문(54), 보도본부장에 전영배(55), 경영지원본부장에 고민철(54), 디지털본부장에 이우철(54), 드라마예능본부장에 장근수씨(54)를 각각 선임했다.

   
안광한 부사장(왼쪽)과 전영배 보도본부장.
 

이중 노조가 가장 문제를 삼는 인사는 안광한 부사장과 전영배 보도본부장이다. 노조는 지난해 편성본부장을 역임했던 안 부사장에 대해 “구성원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시사교양프로그램인 ‘후 플러스’와 ‘W’의 폐지를 강행하고 ‘PD수첩’ 4대강 편 불방 사태를 초래한 MBC의 공영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힌 인물”이라고 지적한다.

전영배 본부장의 경우는 좀 더 심각하다. 지난 2009년 보도국장 재직 시절 신경민 전 뉴스데스크 앵커의 해임을 주도했다가 기자들의 제작 거부 등 반발에 부딪혀 ‘역대 가장 짧은’ 1달 만에 불명예 퇴진을 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노조는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라는 MBC 뉴스 본연의 기능을 해치는 데 앞장선 대표적인 인물”이라고 비판한다.

노조는 또 “이밖에 인사에도 새로운 조직개편에 걸맞지 않은 인사와 무능한 인사, 노조 탄압에 앞장섰던 인사 등이 눈에 띈다”면서 “김재철 사장의 인재풀의 한계를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김 사장이 노조와 대립각을 형성해 청와대의 신뢰를 유지하려는 안쓰러운 노력을 지속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23일 임원 인사와 함께 단행된 조직 개편과 관련, 회사 측은 “6개월 이내에 현저한 문제가 있을 경우 원상복귀를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노조 측에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MBC는 이날 “비대해진 조직구조를 슬림화하고 빠르고 효율적인 업무 추진이 가능하게 하겠다”며 기존 7본부 22국(단/실/지사) 104부(소/총국)를 8본부 24국(단/실/지사) 87부(소/총국)체제로 개편했다.

노조 측은 그러나 이번 조직 개편이 시사교양국의 편성제작부 이동에 따른 자율성 상실, ‘크리에이티브국’의 정치적 편향 가능성, 과도한 부서간 통폐합에 의한 부작용 등을 낳을 수 있다며 해당 제작진 등과 함께 강하게 반발해왔다.

회사 측은 이에 대해 “시사교양국 이동은 프라임타임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치이며, 크리에이티브국 신설은 드라마, 예능, 시사교양 제작 부서에 흩어져 있던 콘텐츠 기획·개발 부서를 통합해 참신한 콘텐츠를 집중 개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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