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 여당내에서 일고 있는 개혁정책을 둘러싼 팽팽한 줄다리기는 국민들의 인식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음이 밝혀졌다. 시민 불편 해소 등 국민들을 볼모로 삼고 있지만 그것이 정파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것일 뿐 진정한 민의의 소재가 어디에 있는가는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본지가 한길리서치와 공동으로 실시한 개혁관련 설문조사에서 국민들은 개혁정책의 지속적 추진이 필요하다는 분명한 의지를 표명했다. 또 보다 근본적이고 철저한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 설문조사에서 나타난 대체적 반응은 이런 것이다.

“김영삼정부의 개혁이 후퇴 또는 실종되고 있다” “개혁의 불철저함으로 인해 불로소득이나 음성소득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개혁때문에 불편하거나 손해를 입은 적이 거의 없다” “설령 손해가 있더라도 감수하겠다.”

민자당 일부에서 과도한 개혁추진이 선거패배의 원인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는데 대해서도 압도적 다수가 ‘그렇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대통령의 인기도 하락을 개혁정책과 연결지어 문제삼은 시민들도 거의 없다. 오히려 불철저한 개혁조치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표시했다.

개혁과 관련한 민의는 대략 이런 것들이다. 그런데 이런 민의가 정부 여당의 내부논쟁과 언론보도에서는 전혀 중심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여론에 대한 ‘아전인수식’ 해석으로 국민은 때로는 개혁의 피해자가 되기도 하고 또 열렬한 개혁 지지자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개혁정책과 관련한 논란의 ‘진원지’는 집권여당이다. 여기에 언론이 가세해 이 논쟁을 증폭시키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논쟁의 과정에서 마치 우리 사회에 개혁정책을 둘러싼 심각한 갈등이 존재하는 것처럼 비춰지고 있는 것이다.

개혁때문에 불편을 느끼거나 손해을 입은 사람이 적잖고 그래서 궤도수정이 필요하다는 것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90%에 가까운 국민이 불편이나 손해를 본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
사실은 이처럼 간단하고 명확하다. 국민은 철저한 개혁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이 개혁을 원하고 있다면 정부나 집권여당은 이를 겸허하게 받아들여 개혁과제 실천에 나서면 된다. 여기에 이런저런 사족을 붙이는 것은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이다. 특정정파의 이익을 위한 것이거나 개혁을 원하지 않는 소수 기득권층을 대변하는 것 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는 국민들이 문제의 본질을 꿰뚫고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언론보도 역시 문제가 있다. 개혁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무엇인지를 알고 있으면서도 이런 시각에서 보도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현재처럼 ‘정파간의 힘겨루기’로 다루는 것은 현상에 대한 전달은 될지언정 국민들의 의사를 반영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이나 언론 모두 국민을 중심에 놓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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