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11일 하야하겠다고 밝혔다. 이집트 국민들이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반정부 시위를 벌인 지 18일 만이다.

보도에 따르면, 무바라크 대통령은 이날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이 대독한 하야 성명에서  “나는 오늘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며, 모든 권력은 이집트 군사최고위원회에 이양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부통령이던 1981년 안와르 사다트 대통령이 암살되자 권력을 승계해 30년 동안 이집트를 통치했다.

   
11일 이집크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서 반정부 시위대가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사퇴 소식을 듣고 기뻐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무바라크 대통령은 10일 국영TV 연설을 통해 시위대와 군부 인사들의 하야 요구를 거부했다. 그동안 중립적인 태도를 보여온 군부 역시 무바라크 대통령의 즉각 사임을 반대하면서 시위대의 분노는 더욱 거세졌다. 결국 반정부 시위가 이집트 전역으로 확대되고, 대통령궁까지 포위하자 무바라크 대통령은 하루 만에 입장을 바꿨다.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 소식이 전해지자 카이로 타흐리르(해방) 광장에 모인 시민 수십만 명은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며 시민혁명의 성공을 자축했다. 이집트 시민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와 국기를 흔들며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을 환영했고, 시내를 지나는 자동차들은 경적을 울리며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중대 결심 직후 가족과 함께 헬리콥터를 이용해 카이로의 대통령궁을 떠나 홍해 휴양도시 샤름 알셰이크에 도착했다.

12일자 신문들은 이 소식을 <이집트 '18일 시민혁명'의 승리>(조선일보), <무바라크 30년 철권 무너졌다>(동아일보), <반전 또 반전…무바라크 퇴진>(중앙일보) 등의 제목으로 주요하게 다뤘다. 그러나 무바라크 대통령의 하야 성명이 발표된 시간이 한국시각으로 12일 오전 1시여서 경향신문, 한겨레 등 일부 신문 독자들은 이 소식을 지면에서 접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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