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구제역 파동과 물가폭등, 전세대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과학벨트와 동남권 신공항 문제는 지역의 첨예한 대립을 자초하는 모습이다. 국정현안을 풀어줄 컨트롤타워의 ‘정치력’은 보이지 않는다.

정권홍보에 도움이 되는 사안은 발 빠르게 대처하던 청와대는 곤혹스러운 상황에는 ‘나 몰라라’ 뒷짐을 지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을 이용한 ‘정권홍보 작전’은 바닷가에서 모래로 집을 짓는 것과 같다. 성난 민심이 거대한 파도가 돼 그곳을 덮치면 언론이 포장한 국정성과는 산산조각 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집트 30년 독재의 주인공인 무바라크 대통령 퇴진이 임박했다고 한다. 주요 신문은 일제히 2월 11일자 1면에 관련 기사를 비중 있게 실었다.

다음은 11일자 전국단위 아침신문 1면 기사다.

경향신문 <무바라크 대통령 퇴진 임박>
국민일보 <무바라크 퇴진 임박>
동아일보 <“무바라크 오늘 하야”>
서울신문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 퇴진 임박>
세계일보 <지자체 재정 홀로서기 '먼 길' 96%가 중앙정부에 손 벌려>
조선일보 <"무바라크 퇴진 임박">
중앙일보 <무바라크 역사 앞 무릎 꿇는다>
한겨레 <"무바라크 대통령 하야 임박">
한국일보 <청 상공 방어 대공포='불량포'>

청와대는 ‘아덴만 여명작전’을 통해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삼호주얼리호 선원을 구출하자 대통령 긴급담화를 통해 ‘공’을 대통령에게 돌렸다. 목숨을 걸고 작전에 임했던 UDT 대원들이나 생사의 위험과 고통을 겪었던 선원들은 자연스럽게 뒤로 밀려났다.

언론은 ‘대통령의 공’에 초점을 맞춘 홍보기사를 쏟아냈다. 그런데 석해균 선장 몸속에 해군 총알이 들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난 이후에는 언론 보도도 주춤했다. 정권에 도움이 되는 사안은 청와대와 언론의 적극적인 ‘홍보작전’이 이어지고, 정권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사안은 외면하는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이다.

UAE 원전 수주 때도 마찬가지였다. 언론의 대대적인 찬사를 받은 주인공 중 주인공은 이명박 대통령이었다. 그런데 UAE 원전 수주를 둘러싼 ‘뻥튀기 홍보’ 의혹이 불거지자 대통령은 중심인물에서 빗겨났다. 언론은 아예 보도를 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겨레 "꽁무니 빼는 무책임 청와대" 

   
한겨레 2월 11일자 1면.
 
청와대는 주요 국정현안을 조정하고 정책과제를 집행하는 컨트롤타워이다. 그런데 청와대는 ‘공’은 나 때문이고, ‘과’는 너 때문이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겨레는 1면 <'과학벨트·신공항 갈등 수습은 고사하고…꽁무니 빼는 '무책임 청와대'>라는 기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내건 주요 국책사업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깊어지고 있지만, 청와대는 여전히 갈등 조정자로서의 부담을 떠않지 않겠다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온 나라를 싸움판 만들고도 무사태평한 청와대>라는 사설에서도 “(청와대는) 중요한 국책사업에 대해 말 바꾸기, 눈치 보기, 결정 미루기, 책임 떠넘기기 등으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가 언제나 신중행보(?)에 나선 것은 아니다. 한겨레는 “이명박 대통령은 그동안 굳이 대통령이 나서지 않아도 될 일까지 나서서 시시콜콜히 지시하고 간섭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그런데 정작 청와대가 나서야 할 중요한 국가적 현안에서는 책임을 정부 부처로 떠넘기고 뒤로 쏙 빠져버린 셈이다. 무책임을 넘어서 비겁하기 짝이 없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돼지고기 계란값 15년 만에 최고치

   
조선일보 2월 11일자 4면.
 
청와대가 정작 나서야 할 중요한 국가적 현안에 무책임 행보를 보이면서 서민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물가대란’은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조선일보는 4면 <1년새 152%(배추), 87%(돼지고기), 84%(서리태), 80%(대파) 올라...주부들 시장서 긴 한숨만>이라는 기사에서 “삽겹살 한 근(600g)이 1만 6000원 정도, 작년보다 30% 이상 오른 것이다. 작년 초만 해도 대형 마트들이 가격 인하 경쟁을 벌여 한 근에 3000원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5배가 넘는다”고 지적했다.

서울신문은 1면 <구제역·AI 물가폭탄 터졌다>라는 기사에서 “돼지고기와 계란값이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가 몰고 온 '물가 폭탄'”이라고 보도했다.

세계일보도 5면 <밀가루값은 내렸는데 자장면값 2년 새 33% 올랐다>라는 기사에서 “연초부터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서민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고삐 풀린 물가에 등골이 휜다는 탄식이 곳곳에서 터져 나올 지경”이라고 비판했다.

서민 이미 빚더미, 또 빚내서 집사라?

   
경향신문 2월 11일자 5면.
 
물가에 더해 전세대란이 서민 삶을 짓누르고 있는데 그동안 별 일 아니라며 방관하던 정부는 엉뚱하게도 서민들의 빚을 부담하는 방향으로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경향신문은 5면 <가계부채 폭발 직전인데...'빚내서 집사라' 부채질>이라는 기사에서 “우리나라의 총가계부채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896조 9000억원으로 이미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라고 설명했다.

동아일보는 1면 <'빚의 수렁'에 빠진 한국인 재산 6분의 1이나 줄었다>라는 기사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 4년간 한국인의 실질 재산이 6분의 1이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이 크게 줄어든 것은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부동산 가치는 떨어진 반면 초저금리의 유혹에 빠져 빚이 대폭 늘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언론이 처음부터 이명박 정부 견제 비판했다면

구제역은 2차 재앙에 대한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조선일보는 3면 <지하수만 먹는 강화군, 51곳 중 31곳이 '오염'>이라는 기사에서 “작년 11월 경북 안동에서 시작된 이번 구제역 사태로 가축 매몰지가 4200개를 넘어서면서 매몰지 인근 주민들이 사용하는 지하수의 안전성에 비상이 걸렸다”고 보도했다.

청와대의 무책임한 대응에 대한 지적도 경청할 대목이 있지만, 이런 상황을 가능케 한 존재는 바로 언론이라는 점도 짚고 넘어갈 부분이다. 구제역만 해도 그렇다. 언론이 처음부터 구제역 대책의 문제점과 우려를 적극적으로 비판했다면 정부가 ‘주먹구구 행정’을 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언론 역시 지난해 연말 구제역 파문이 전국으로 확산될 때까지도 정권홍보에 공을 들이며 이명박 정부에 부담이 되는 사안은 외면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정운영 컨트롤타워의 역할에 대한 의문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일부 언론은 ‘물타기’, 심지어는 ‘대통령 띄우기’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여전한 '대통령 띄우기' 보도  

   
중앙일보 2월 11일자 6면.
 
중앙일보는 6면 <북한에 해적에…MB '이유 있는 고집'>라는 기사에서 “이 대통령은 자서전 '절망이라지만 나는 희망이 보인다'에서 '오늘 어떻든 무조건 해결하려는 정치적 임시대책으로는 먼 미래를 설계할 수 없다'고 했다. 북한과 소말리아 해적을 다루면서 이 대통령은 이 말처럼 행동했다. 이런 '이유 있는 고집'이 앞으로 모든 국정운영 전반에 걸쳐 원칙 있게 지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노무현 표 공약 하나 때문에 여·여, 여·야, 충청·비충청이 충돌하며 낭비한 국가 에너지는 금액으로 환산하면 수십조 원이 넘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 이명박 표 공약을 놓고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2월 25일이면 집권 4년차를 맞는다. 언론이 집권 초기부터 비판과 견제의 사명을 다했다면 정부에 대한 평가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부 언론은 집권 4년차를 맞는 상황에서도 전임정부 책임론을 꺼내며 현 정부 책임을 물타기 하는 모습이다.

정부 임대주택 약속 뻥?

   
경향신문 2월 11일자 1면.
 
경향신문은 1면 <뻥 친 정부, 가슴 친 서민>이라는 기사에서 “정부가 집 없는 서민들의 보금자리 마련을 위해 국민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겠다고 발표해왔지만 실제로는 공수표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4면 <임대주택 '선심성 공약' 남발...실제 건설 '나몰라라'>라는 기사에서 계획만 잔뜩 발표해놓고 공급물량은 파악도 못했다면서 규제 풀어 집값 올리기 급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차 2년 이상 사내하청 정규직

한겨레는 1면 <"현대차 사내하청 2년이상 근무땐 정규직">이라는 기사에서 “현대자동차에 파견된 지 2년이 지난 사내하청 노동자는 이 회사에 직접 고용된 정규직으로 봐야 한다는 서울고법 판결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기업경쟁력을 구실로 언제까지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피와 땀만 짤 수는 없는 일이다. 최소한 위장된 도급 형태의 불법파견은 더 이상 용인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상공 대공포 불량

한국일보는 1면 <청 상공 방어 대공포='불량포'>이라는 기사에서 “청와대 등 서울 도심의 상공을 방어하는 핵심 전략인 우리 군의 35mm 대공포(일명 오리콘.Oerlikon포)가 군납 비리로 인한 불량 부품 때문에 최근까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한 것으로 10일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3면에도 <짝퉁 남품.원가 뻥튀기해도 검증 구멍...'방산 노다지' 군침>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이집트 무바라크 대통령 퇴진 임박

   
서울신문 2월 11일자 1면.
 
이집트 무바라크 대통령은 퇴진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빠르면 2월11일(한국시간) 무바라크 대통령이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2월11일자 주요 아침신문의 1면을 장식한 뉴스도 이집트 소식이다. 서울신문은 1면에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 퇴진 임박>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국민일보는 1면 <무바라크 퇴진 임박>이라는 기사에서 “미 중앙정보국(CIA)의 라언 파네파 국장도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무바라크 대통령이 오늘 저녁 중으로 사임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1면 <무바라크 대통령 퇴진 임박>이라는 기사에서 “무바라크 대통령은 이날 밤 수도 카이로의 대통령궁에서 TV 대국민 연설을 할 것이라고 국영 TV가 밝혔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9면에 <군 장성, 시위 광장서 “여러분 요구 이뤄질 것”>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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