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허가해 준 조선·중앙·동아·매일경제 등 4개 신문사의 종합편성채널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연간 1조원 대의 광고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따라 종편의 광고수주 경쟁이 본격화되면 신문·종교방송·지역방송 ·케이블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PP 등이 심각한 타격을 입는 등 미디어 생태계가 혼돈에 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문순 민주당 문방위 의원은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종편특혜저지와 지역방송 생존권 보장을 위한 긴급토론'에서 종편 출범 초기 1년 시청률을 0.1~0.3% 정도로 예상하면서 이 정도의 매체파워라면 종편 1개사당 120~360억원 정도의 광고수익을 낼 것으로 추산했다. 4개 사가 연간 가져가는 광고수익이 적게는 480억원에서 많게는 1440억원까지 될 것이라는 얘기다.

   
▲ 최문순 의원실에서 개최한 종편 토론회. 최 의원은 종편을 먹여살리려면 1조원 이상의 광고물량이 필요해 콘텐츠 경쟁력이 부족한 신문, 지역방송, 종교방송, 케이블PP가 심각한 타격을 입는 등 미디어 생태계가 망가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상만 기자
 

종편이 본궤도에 오르면 전체 매체광고비에서 종편이 차지하는 비중은 껑충 뛰어오른다. 최 의원은 종편이 3~4년 뒤 본궤도에 올라 시청률이 2%에 이른다면 1개 사당 2400억 원 정도의 광고가 가능해 이들 종편이 전체 매체광고비에서 차지하는 연간 광고수입이 1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제한된 광고 시장규모다. 3년 안에 1조원 이상의 광고물량이 늘어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종편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기존 매체들의 광고물량을 빼앗아야 한다는 얘기다. 결국 이 치열한 광고 경쟁에서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는 곳은 지상파보다는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부족한 신문·종교방송·지역방송 ·케이블PP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 의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신문은 종편 진출 초기에 10% 이상의 광고가 줄어들게 되고, 종편이 본궤도에 오르는 3년 뒤에는 30% 이상의 광고수익 감소가 예상된다.

방송부문도 마찬가지다. 케이블TV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는 CJ나 지상파PP조차 종편 초기 10~15%의 광고수익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됐다. 일반PP의 경우에는 그 정도가 더 심각해 광고수익이 반토막이 날 것으로 추정됐다.

종교방송은 특별한 지원책이 마련되지 않는 경우 50%가, 지역방송 역시 초기 10%, 종편이 본궤도에 오른 뒤에는 30% 이상의 광고수익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 종편출범에 따른 신문, 케이블PP, 지역방송, 종교방송의 광고수익 감소 추정치. 매체에 따라 10~50% 이상까지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료=최문순 의원실.
 

최 의원은 "수치로는 감이 잘 오지 않지만 이 정도의 광고수익 감소면 이들 매체들의 경영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는 정도"라며 "정부와 방통위가 예정대로 종편에 특혜까지 준다면 미디어의 다양성이 크게 훼손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한 최동호 광주방송 경영국 정책심의부 차장의 발언은 최 위원의 주장을 뒷받침 해준다.

최 차장은 "지난 5년 지역민방 9개 사가 올린 총 광고 매출 평균은 1800억원"이라고 밝혔다. 지난 해에는 평균에도 못 미치는 1500억원에 그쳤다. 이는 5년 전 2000억원보다 500억원이나 줄어든 수치다. 방송점유율도 8%에서 6%대로 감소추세를 보였다. 결국 공익 성격의 프로그램보다는 오락프로그램으로 승부를 걸 것으로 예상되는 종편이 출범하면 지금도 어려운 지역방송은 몰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방통위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종편 출범을 앞둔 올해 초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이례적으로 대기업 광고주들과 광고회사 간부들을 불러 오찬간담회를 가졌다. 최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기업들에게 광고물량을 늘려줄 것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광고시장의 파이가 커지지 않고서는 종편이 생존할 수 없다는 구조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방통위가 간접·가상광고, 중간광고총량제, 협찬 허용 등 시청자의 권익보호를 위해 규제했던 장치들을 모두 해제하려는 것도 이런 연장선에 있다. 방통위는 심지어 국민건강권과 직결되는 의약품·의료광고 등 광고금지 품목까지 허용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최동호 차장은 그러나 "새로운 제도를 도입한다고 해도 광고이동이 있을 수는 있지만 전체 광고총량이 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종편을 먹여살릴 1조원의 광고물량 중 일부만 지역방송에서 종편으로 움직여도 지역방송이 받는 타격은 대단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 1970년~2006년 이후까지의 GDP와 광고집행 추이. 자료=최문순 의원실
 

광고물량 증가의 키를 쥐고 있는 대기업의 광고집행이 늘어날지도 의문이다. 주요 광고주의 광고비 지출은 1990년대 까지만 하더라도 GDP 성장과 궤를 같이 했지만 2000년대 들어서면서 GDP가 성장해도 광고비중은 감소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문순 의원은 "정부의 종편 정책은 결국 미디어 생태계를 무너뜨려 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하고 언론계를 동반 몰락시킬 것"이라며 "방통위는 지상파에 버금가는 의무전송, 직접 광고영업과 같은 특혜를 종편에만 허용해서는 안 되며 종편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 역시 지금이라도 주주구성에 참여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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