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7·15인사에 대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판정은 이번 인사가 언론계의 관행뿐 아니라 상식적으로는 물론 법적으로도 정당성이 없는 부당인사라는 점이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지노위는 이번 판정에서 7·15 인사가 근로기준법(제27조 부당전직·전출)상으로는 불법이었음을 인정하면서도 노동조합법(제39조 부당노동행위)상의 불법혐의에 대해서는 ‘심증은 가지만 물증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각함으로써 사측의 명분을 어느정도 세워준 것으로 보인다.

사실 지노위가 문화일보의 인사가 명백히 잘못된 것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부당노동해위는 아니라고 한 것은 논리적으로도 앞뒤가 맞지 않은 궁색한 판정이다. 문화일보 사측에 대한 배려도 없지 않았겠지만 지노위의 이번 판정이 노동계 전반에 미칠 파급효과를 더 크게 고려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럼에도 지노위가 이례적으로 형사처벌까지 가능한 사측의 부당전직을 인정한 것은 문화일보의 인사조치가 그만큼 ‘무리한 것’으로 지노위로서도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사측이 중앙노동위에 재심을 청구하려는 것은 최소한의 체면이라도 살려보기 위한 ‘시간벌기 전략’으로 읽혀진다.

7·15인사를 주도했던 경영진들로서 지노위의 판정을 그대로 받아들일 때 안팎으로 책임추궁에 시달릴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말 그대로 진퇴양난에 빠진 꼴이다. 당장 국회 노동위 참고인 출석 등이 더욱 곤혹스런 처지일 수밖에 없다.

문화일보 사측의 이같은 처지는 자업자득이기도 하다. 8·11 노사 합의를 신속하게 이행했더라면 모양새 있게 사태를 수습할 수 있었던 기회를 놓쳐버린 것이다. 수습과정에서 나타난 경영진 내부에서의 책임전가 등이 사태를 더욱 어렵게 만들어 버린 꼴이다.

노조는 지노위가 부당전직(전보)임을 분명하게 인정하면서도 사측의 부당노동 행위를 인정하지 않은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역시 중노위에 재심을 청구할 방침이다. 그러나 7·15 인사가 법적으로도 부당한 것이 입증된 만큼 내부적인 합의 형식으로 풀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 대화를 통한 원만한 사태 해결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지노위의 원직 복귀판결에도 불구, 회사가 이를 이행치 않는 것과 관련 당사자들이 즉각 복귀를 유보하고 사측에 8·11합의 이행을 다시 한번 촉구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노조는 일단 오는 10일까지 사측의 성의있는 대응을 기다리기로 했다. 사측이 가시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에는 파업도 불사할 방침이다.
문화일보 사태의 수습 여부는 이제 전적으로 사측의 태도여하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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