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피랍선원 구출작전이 어쨌든 성공했다. 소말리아 해적 일부가 죽었고, 한국 선장이 총상 등을 입었으며, 작전에 투입된 부대원 일부가 다쳤지만 선원들은 무사히 국내로 돌아오게 됐다.

보수진영에서는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조선일보는 관련보도를 쓰면서 <'국민 구출작전' 성공>이란 문패를 달았고, 보수논객 김진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24일 칼럼에서 이번 작전 성공을 환영하며 "이런 게 국가"라고 치켜세웠다.

반면 이견도 상존한다. 한국일보는 EU 해군이 "인질을 위험 담보한 작전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이번 작전과 관련한 분석은 대체로 하나로 모아진다. 백영철 세계일보 논설위원은 칼럼에서 "외부 공격행위를 잘 관리하면 정치적 호재가 된다"며 "이번 경험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썼다.

다음은 24일자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교통세 80%가 '토건' 돈줄>
국민일보 <"생포 해적 5명 압송…국내서 처벌">
동아일보 <배 고장내고 역항해 들켜 뭇매/ 궁지 몰린 해적 "모두 선장 때문"/ 모포 들춰 찾아내 4발 보복총격>
서울신문 <10조 쌓아둔 대학들의 '재정 떼쓰기'>
세계일보 <석달간 1553억불 '경협 쇼핑'/ 중, 세계경제 지형 뒤흔든다>
조선일보 <리비아 주민들, 공사현장 난입>
중앙일보 <'아덴만 여명' 세 차례 기만전술 1976년 엔테베 작전 빼닮았다>
한겨레 <4대 기업 '속빈 고용'>
한국일보

소말리아 피랍선원 구출작전과 관련해 이른바 '비주얼'과 보도 내용 면에서 가장 공을 들인 곳은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국민일보 등이다. 이들 신문은 국방부 발표를 토대로 선원들의 기지를 칭찬하고 첨단장비를 자세히 소개하는 데 3~4개 지면을 할애했다.

 

   
  ▲ 1월24일자 조선일보 5면  
 

   
  ▲ 1월24일자 동아일보 2면  
 

   
  ▲ 1월24일자 중앙일보 4면  
 

소말리아 해적들 "앞으로 한국인은 살해"

조선일보 3면 만평은 이들 신문의 내면을 단적으로 웅변한다. 그러나 정반대 상황도 우려된다. 같은 면에 실린 조선일보 <소말리아 해적들 "앞으로 한국인은 살해"> 기사에 따르면 소말리아 해적들이 앞으로 한국인 선원을 인질로 잡으면 살해하겠다고 23일 위협했다. 이들은 지난 21일 청해부대가 인도양 해역에서 삼호주얼리호 인질 구출작전을 전개하면서 소말리아 해적 8명을 사살한 데 대한 보복을 다짐했다. 로히터 보도 내용이다.

   
  ▲ 1월24일자 조선일보 3면  
 

자신의 이름을 모하메드라고 밝힌 소말리아 해적은 이날 로이터통신과의 전화 통화에서 "우리는 살해를 계획한 적이 없지만 지금은 보복을 꾀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한국 선박이나 선원을 납치하면 몸값을 받지 않을 것이며 선박을 불태우고 선원들을 죽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보복에) 2배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한국은 우리 동료를 사살한 데 대해 곤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모하메드는 소말리아 해적의 두 근거지(호비요와 가라드) 중 하나인 가라드(Garad)에 있는 해적으로 알려졌다.

 

   
  ▲ 1월24일자 조선일보 3면  
 

"군사작전 과도한 공개 뒤탈 없을까"

국방부의 작전 공개 뒤 22일 토요일자 지면에서 관련 보도를 쏟아낸 언론들이 24일 지면에선 지적도 하나 둘 내놓기 시작했다. 국민일보는 국방부의 과도한 군사작전 공개를 문제삼고 나섰다. 국민일보는 사설 <군사작전 과도한 공개 뒤탈 없을까>에서 "해군 정예부대 UDT를 동원한 특수작전의 상세(詳細)가 과다하게 노출되는 것은 장래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며 "우리 군의 작전을 숙지한 소말리아 해적들이 우리 선박을 다시 납치했을 경우를 생각한다면 조금은 신중을 기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 이번 작전이 성공했다고 해서 소말리아 해적들이 태극기를 게양한 한국 국적 선박을 기피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거액의 몸값을 받은 이전 성공 사례들의 유혹이 강할 터이다. 이번과 같은 작전이 몇 번 더 성공해야 한국 선박 납치가 화만 부른다는 인식이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심어질 것이다. 이렇게 되기까지 한국 선박들은 여전히 납치 당할 위험을 달고 다닐 수밖에 없다. …"

국민일보는 "천안함과 연평도 때도 그랬지만 군의 홍보 방법은 이번에도 서툴기 짝이 없다. 천안함 때는 그렇게 감추는 게 많더니 이번에는 정반대였다"며 "모처럼 성공한 작전으로 군의 사기도 고양됐겠으나 고위 장성들이 TV 앞에서 작전을 직접 설명하는 것은 재고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 1월24일자 국민일보 27면  
 

‘아덴만 여명’ 레임덕 조짐 청와대에 여명이

군의 흥분을 무엇을 의도하고 있을까? 21일 이후 청와대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대통령을 비판하는 내용이 크게 줄고 그 대신 군 통수권자의 결단을 평가하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청와대 참모들은 23일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모처럼 밝은 표정 속에 회의를 진행했다. 동아일보 5면 보도 내용이다. 동아일보는 “일시적이나마 청와대를 보는 민심이 부드러워졌다는 걸 실감한다”고 한 청와대 참모의 말을 인용하면서 "청와대는 이번 작전 성공으로 지난해 천안함 사건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사건을 겪으며 손상을 입은 이명박 대통령의 안보 리더십이 회복되길 기대하는 분위기"라고 보도했다.

 

   
  ▲ 1월24일자 동아일보 5면  
 

‘전과’만 부각된 작전

현재 청와대는 구출작전의 최종 결단을 내린 주체가 군 통수권자인 이 대통령이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좀 더 노골적으로 이를 비판한 신문도 있다. 경향신문은 "지난 21일의 삼호주얼리호 구출작전(아덴만 여명)은 ‘완벽한 승리’라는 청와대와 군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 있다"고 지적했다. 5면 <‘전과’만 부각된 작전… 해적, 당장 “보복살해” 위협> 기사다.

작전 중 총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의 건강상태는 작전 당일 “생명에 지장이 없다”고 발표됐지만 실제로는 위급한 상태에서 수술을 받은 데 이어 추가 수술까지 받아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향신문은 이를 들어 "석 선장의 부상 정도 등을 고려할 때 군이 작전 성공을 부각시키기 위해 석 선장의 부상 수위를 낮춰서 발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또 "18일 진행된 1차 작전에서 부대원 3명이 부상한 사실도 ‘혁혁한 전과’에 사실상 가려지고 있다"며 "이들의 목숨을 위태롭게 했던 당시 작전에 대한 지휘부의 반성이나 평가는 없었다"고 보도했다.

 

   
  ▲ 1월24일자 경향신문 5면  
 

작전 결과를 이 대통령이 직접 발표한 것을 놓고도 뒷말이 많다고 경향신문은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군의 공적을 사실상 대통령이 가로챈 것 아니냐는 것"이라면서 포털사이트 ‘다음’의 토론방 아고라에 올라온 “군의 작전이 실패한 경우에도 대통령이 생방송에 나와 ‘내가 직접 지시했다’고 담화를 했겠느냐”는 글을 인용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번 작전이 지난해 10월 납치돼 소말리아에 억류 중인 금미 305호 선원들의 안전을 도외시한 채 진행돼 차후 금미호 협상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비판도 있다. 소말리아 해안 2곳에 근거지를 둔 해적들은 이번 한국군의 삼호주얼리호 구출작전 이후 다른 외국군의 유사한 작전 시행에 대비해 일부 인질을 선박에서 하선시킨 뒤 내륙으로 이동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EU 해군 "인질 위험 담보 작전 바람직하지는 않아"

국내 비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패디 오케네디 유럽연합(EU) 해군 대변인은 22일(현지시간) "한국과 말레이시아 해군이 특별 작전을 통해 선원들을 무사히 구했지만, 이는 선원들의 안전을 담보로 한 것이기 때문에 같은 유형의 작전을 따라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 4면 보도 내용이다.

 

   
  ▲ 1월24일자 한국일보 4면  
 

오케네디 대변인은 "구조 작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인질의 안전"이라며 "우리가 너무 가까이 근접하면 해적들은 인질을 인간방패로 내세워 살해 위협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해적들은 결국 돈을 노리고 선박을 납치하기 때문에 인질에게 심각한 위해를 가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EU 해군은 인도양에 4척의 군함을 파견해 소말리아 인근 해역을 순찰하며 해적선 파괴 및 선박 호송, 납치 방지 활동 등을 수행하고 있다.

"국방부, 부산일보·미디어오늘 등에 취재 제한 조처 검토"

한편 국방부는 '삼호주얼리호 구출작전 완료 시점까지 엠바고(보도유예)'를 요청한 정부가 1차 작전 실패 후 기사를 내보낸 언론사에 강도 높은 취재제한 조처를 검토하고 있다. 한겨레는 4면 <'고강도 취재제한' 검토 논란>에서 "21일 청해부대의 삼호주얼리호 선원 구출작전 성공 직후 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엠바고에 비협조한 부산일보, 미디어오늘, 아시아투데이를 상대로 모든 부처 출입금지 또는 자료 제공 금지 등의 취재제한 조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정부 방침이 최종 확정될 경우 이번주 초 조처 내용을 담은 공문을 각 부처에 보낼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 1월24일자 한겨레 4면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