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피랍 삼호주얼리호 선원 구출작전 과정에서 작전 성공의 숨은 주역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선장 석해균씨의 부상이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언론들이 작전 성공만을 극찬하고 있다.

석 선장은 지난 21일 낮(한국시각) 청해부대의 UDT 작전팀의 구출작전 과정에서 총탄을 맞아 복부 관통상이라는 부상을 입었다. 이를 두고 이성호 합참 군사지원본부장은 오후 공식 브리핑에서 “우리 작전팀이 진입과 동시에 교전상황이 벌어지면서, 인질범으로부터 총상을 입은 것으로 식별하고 있다”며 “배에 관통상을 입었는데,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밝혔다.

언론들 역시 석 선장의 상태에 대해 복부 관통상을 입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는 군의 설명 위주로 보도했다. 특히 MBC 주말 뉴스데스크의 최일구 앵커는 22일 저녁 톱뉴스를 소개하면서 "인질구출 작전의 성공으로 이틀째 온 국민이 감동하고 있습니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복부관통상을 입은 것에 대해 단순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넘어갈 일인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노종면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실위원장은 22일 낮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아덴만여명작전 성공의 1등 공신이라는 삼호주얼리 석해균 선장의 용태에 대해 언론은 사실상 함구하고 있다”며 “조금 전 올라온 KBS의 현지보도가 거의 유일”하다고 지적했다.

   
  ▲ 22일 밤 방송된 KBS <뉴스9>  
 
   
  ▲ 22일 밤 방송된 KBS <뉴스9>  
 
KBS는 이날 아침부터 가장 먼저 석 선장의 피해상황을 상세히 보도했다. KBS는 이날 <뉴스광장>과 <뉴스9> 등을 통해 “현재 중환자실에 있는 석씨는 아직 인공 호흡기에 의존하고 있으며 언어 소통은 못하고 있는 상태”라며 “석씨는 어제 오후 긴급 후송됐으며, 당시 복부 출혈에 양쪽 무릎과 왼쪽 팔 골절 등 상태가 심각한 상황이었”다고 보도했다.

KBS는 현지 병원 의사의 말을 빌어 “담당 의사가 당시 상태가 위험했다고 했다. 복합적인 상처를 입었고 간, 팔 골절 등 여러 파편이 박혀 있었다”고 전했다. 석씨는 도착 직후 5시간 가량 수술을 받고, 현재 위험한 고비는 넘긴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MBC도 이날 <뉴스데스크>에서 석씨의 상태에 대해 “복부 관통은 물론 양쪽 다리와 왼쪽 팔까지 골절된 상태라 회복 속도에 맞춰 정형외과 수술을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주치의 살렘 마사니의 말을 빌어 “추가 수술을 한국으로 후송해서 해야할지도 모릅니다. 시간은 2주 정도 걸릴 수 있다”고 전했다. MBC는 삼호주얼리호가 나흘 뒤 무스카트 항에 도착하면 선원들은 곧바로 귀국길에 들어가지만 석 선장의 상태로 볼 때 함께 귀국길에 오르긴 불가능해보인다고 내다봤다.

SBS도 “큰 고비는 넘긴 것으로 보이는데 부상 정도가 예상보다 큰 것 같다”고 분석했다.

   
  ▲ 22일 저녁 방송된 MBC 주말 <뉴스데스크>  
 
   
  ▲ 22일 저녁 방송된 MBC 주말 <뉴스데스크<>  
 
작전이 진행되는 동안 석 선장은 위험천만한 절체절명의 상황에 빠져 속수무책으로 총상과 파편상을 입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인질 생명의 위험을 감수하고 작전을 벌인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통일뉴스는 22일 기사를 통해 “인질의 신변위험이라는 명분에 밀려 언론은 정부가 구출작전을 마친 뒤에야 이 사건에 대해 기사화가 가능했고, 무리한 작전에 대한 비판 기회가 원천적으로 차단됐다”며 “또한 이후 언론의 보도행태도 2차 작전의 성공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작전의 위험성에 대한 우려는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나왔다. 닉네임 ‘사철나무09’는 다음 아고라 토론방에 올린 글을 통해 “이 작전은 솔직히 대단한 위험이 따르는 국면전환용이 아니었을까”라며 “아직도 억류된 어선이 남아있고, 앞으로도 우리의 선박은 끊임없이 홍해를 통과할테니 그렇다”고 지적했다.

그는 “더욱이 천만 다행이었던 것은, 해적으로 둔갑한 이들이 전설적인 악당이 아니라 먹고 살기 위해 해적선에 오른 어리숙한 전직 양민(?)이었다는 점”이라며 “그들이 독하게 마음만 먹었다면, 자폭의 심정으로 선원들에게 위해를 가하고 배를 가라앉혔을지도 모른다. 이런 위험은 차후에도 항상 따라다닐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이 이번 작전의 처음부터 지휘하면서 작전 결과의 발표까지 한 것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그는 “모처럼 군부의 청해부대가 받을 칭찬을 대통령이 가로챘다는 비아냥이 넘쳐난다”며 이렇게 물었다.

“군의 작전이 실패한, 그런 경우에도 대통령이 생방송에 나와, ‘죄송하다.이 참담하게 끝난 작전은, 어제 5시 12분에 내가 직접 지시했다’는 솔직한 담화가 나왔겠는가. 상상이 되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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