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기자 제목을 잘못 달아 문제가 생긴 대표적 사례로는 조선일보 89년 4월5일자 초판에 게재된 문익환목사 귀국 인터뷰가 꼽힌다.

문익환목사가 평양방문을 마치고 북경에 도착한 후 가진 기자회견을 보도한 인터뷰 기사의 <문씨 “김일성 대남 편지없어”)라는 컷에 <문씨 “돌아가고 싶지 않다”>라고 단 부제목이 문제가 된 것이다. 편집기자가 기사내용을 면밀히 살펴보지 않고 제목을 뽑는 바람에 소송으로까지 이어진 사안이다.
물론 취재기자의 불명확한 표현이 잘못된 제목을 뽑는데 일조를 했지만 1차적 책임은 편집기자에게 있었다.

편집기자는 “그는 귀국후의 체포 가능성에 대해 ‘솔직히 말해 들어가고 싶지 않다’고 심경의 일단을 피력하면서 ‘그러나 만약 붙잡힌다면 그 기회를 정부와 막힌 대화를 트는 기회로 삼겠다’고 말했다”라는 인터뷰 본문에서 “귀국후 체포가능성에 대해”라는 전제가 있었음에도 불구 “들어가고 싶지않다”라는 부분에만 매달려 기사의 내용과 다른 제목을 다는 오류를 범했던 것이다.

보도가 나가자 문목사의 가족들은 5월2일 언론중재위에 조선일보의 기사제목중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부분은 “솔직히 말해 귀국 후 감옥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고 말한 부분을 왜곡한 것이라며 정정보도 중재신청을 했다. 문목사측은 북경 기자회견 당시 “귀국후 구속되는 것은 두렵지 않다.

그러나 모처럼 뚫린 남북의 대화 통로가 막히지 않도록 이번만은 감옥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으나 조선일보가 기사본문에서는 “들어가고 싶지 않다”라고 보도하면서도 정작 들어가고 싶지 않은 곳을 명시하지 않아 의혹을 사게하고 나아가 제목에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표시. 문목사의 신념을 의심케 했다고 주장했다. 보도에 일정한 경향성도 보인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측은 마감시간에 쫓겨 기사본문을 보고 편집기자가 초판에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제목을 뽑았으나 초판 발행후 북경특파원에게 확인한 결과 “감옥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는 내용임을 확인하고 둘째판부터 제목을 바꿨다고 해명했다. 조선일보는 초판보도에 한정, 1∼2단정도의 정정보도문을 게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목사측은 조선일보의 정정보도가 충분치 않다며 서울 민사지법에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제기, 그해 9월22일 승소판결을 받았다. 조선일보는 이 판결에 따라 9월28일자 1면에 정정보도문을 실었다.
이 사안은 해외에서 송고된 기사의 확인 어려움, 마감시간 압박등 현실적 제약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엄청난 사회적 과장을 불러올 수 있는 사실이었던 만큼 예민한 기사일수록 더욱 확인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도 편집기자는 객관적이고도 정확한 제목을 뽑는데 소홀해서는 안될 것이다. 또 민감한 사안일수록 취재기자와 편집기자간의 교감이 필요한 만큼 이를 조정해 주는 데스크의 역할을 재고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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