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0일자로 단행된 동아일보 편집국 간부급 인사는 한마디로 이현락 편집국장의 ‘친정체제 구축’으로 풀이될 수 있다. 논설위원실로 발령이 난 박기정 부국장및 황재홍 정치부장과 민병욱 사회부장등은 그동안 이현락 편집국장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돼왔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박부국장의 경우 ‘기질적’으로도 이국장과는 상당한 갈등을 빚어왔다. 경제통인 이국장과 정치·사회부 출신인 박부국장 사이에는 편집방향등에서 상당한 의견차이가 있었다는 것이다. 박부국장의 경우 이전 동아스타일의 ‘하드’한 기사를 선호했던 반면 이국장은 ‘소프트’한 스타일이라는게 전반적인 평이다.

차기 편집국장 후보 물망에 오르던 박부국장의 논설위원실 발령은 차기 편집국장 인선과 관련해 주목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박부국장과 함께 논설위원으로 발령이 난 황재홍 정치부장이나 민병욱사회부장의 인사도 같은 맥락에서 풀이되고 있다. 황부장이나 민부장 역시 박부국장과 같은 스타일이어서 이국장에게는 어쨌거나 상당한 ‘부담‘이 됐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황부장이나 민부장의 경우 이현락 국장과 비교적 원만한 관계였으나 이국장이 부국장이던 시절에는 종종 고성이 오갈 정도로 부딪히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두 부장이 부서를 맡은지 채 1년이 되지 않아 전격 인사조치된 것이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해주고 있기도 하다.

어쨌건 자기목소리를 내던 이 세명의 편집국 간부들이 논설위원실로 자리를 옮기게 된 것과 관련 기자들은 ‘확실한 자기 사람이 아니면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반응들이다.

또한 이번 인사조치로 동아의 논조나 편집방향은 더욱 ‘소프트’해질 것이라는 시각도 많다.

반면 큰 폭으로 물갈이된 논설위원실은 보다 ‘하드’해지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보수적인 논조로 일관해왔던 사설 논조에도 일정하게는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93년 파격적으로 기자 논설위원으로 임명돼 화제를 모았던 김충식·이도성 논설위원은 2년만에 편집국으로 돌아왔다.

특히 김충식논설위원에 대해서는 편집국으로 복귀시키면서 파격적인 승진인사(과학부장 서리)를 단행, 주목된다. 김부장의 동기들은 현재 차장급으로 그의 부장 발령은 두 기수를 뛰어넘는 것으로 동아일보의 인사관계자는 “앞으로도 이같은 파격인사가 계속 있을 것”이라고 밝혀 연공서열 위주의 인사관행에 상당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한편 민병욱사회부장 후임에는 과학부장을 맡고 있던 최맹호부장이임명됐다. 정치부 출신인 최부장은 이번 인사로 전공(?)과는 무관했던 외도에서 돌아와 제자리를 찾은 셈이다.

동아일보는 이번 인사와 함께 정치1, 2부는 정치부로, 여론독자부와 기획특집부는 기획부로 통합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