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방송의 독립공사화나 KBS 통합 문제는 지금으로서는 논의할 계제가 아니다. 선진방송5개년 계획안에서 교육전문 독립채널화와 내년 6월까지 재정자립책 마련을 약속한 만큼 당분간 다른 선택이 있을 수 없다.”

교육방송 박흥수 신임원장(58)은 그에게 쏠린 가장 예민한 사안을 이렇게 피해갔다.

그는 취임전인 지난 8월 22일 공보처의 선진방송 5개년 계획안 공청회 주제발표 때 “교육방송을 KBS로 통합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바람직하다”고 발언, 교육방송 노조와 방송계로부터 ‘KBS 통합론자’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그는 18일 취임식 기자회견에서도 KBS 통합론은 “개인 입장이 아니라 선진방송정책 자문위원회의 여러 의견을 정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박원장은 방송의 산업적 측면을 강조한 평소 소신에 대해서는 “전 세계적 흐름”임을 강조했다. “영국 BBC 방송엔 이미 대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이미 국경이 없어진 방송시장에서 우리 방송이 살아남기 위해선 산업적 측면이 강조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박원장의 소신을 교육방송이란 모델에 투사시켰을 때 어떤 그림이 나타나는지에 대한 물음을 던졌지만 답변은 끝내 얻어내지 못했다. 다만 박원장은 “특유의 마케팅 전략으로 재정문제나 청사확보 문제를 풀어가겠다”고 말했다.

열악한 재정문제 해결에 대해 박원장은 “지원보다도 자구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차적으로 교재제작 등 경영다각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며 그런 바탕 위에서 정부 출연금과 공익자금의 확대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자구책의 하나로 이뤄지고 있는 광고는 “정부와 협의를 거쳐 대기업의 협찬 형식으로 바꿔나가겠다”고 말했다.

교재제작 등 자구책에 얽매이다 보면 현재 프로그램 내용이 지금보다 더 학교교육 중심으로 흐르는 것 아니냐고 묻자 “학교교육 프로그램의 시간을 늘리겠다는 것이 아니라 질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원장은 “교육방송에 대한 시시비비보다 많은 도움과 애정이 필요하다”고 여러차례 강조했다.

박원장이 수년 동안 계속된, 교육방송의 운명에 대한 시시비비에 종지부를 찍고 어떤 한 길을 개척할 지, 아니면 정부의 방송정책 집행자에 불과할 지 좀 더 지켜본 뒤 그때가서 다시 한번 인터뷰를 하기로 약속하고 원장실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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