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는 미국의 신문사업이 호황국면이라고 전하는 외신보도를 가끔 접할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보도는 미국 신문산업의 구조적 변화추세를 일일이 함께 전하지는 않기 때문에 우리의 처지로는 다른 각도에서 좀더 세밀하게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런 보도내용이 곧 모든 신문업체가 호황국면이라는 취지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같은 보도를 좀더 실제적으로 표현한다면 이렇게 될 수 있겠다. ‘호황국면이라 하나 잘되는 곳은 더욱 잘되고 못되는 곳은 더욱 못되는 추세이다’
미국의 신문산업은 90년대 들어 매체감소, 경쟁축소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신문의 페이지 수가 늘고, 자본력이 강한 업체는 투자를 더욱 강화하며 독자들이 점차 1개 신문만을 구독하는 추세가 진행되면서 문을 닫는 곳이 늘어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조석간 양간제를 견지하던 곳이 주로 조간의 단간제로 전환하거나 업체들이 통폐합하는 경우도 많았다. 통폐합은 지금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는데 전국적 규모의 매체조직(체인)이 작은 체인을 흡수하면서 살아남은 매체는 더욱 잘되는 경향이다.

1천5백여 시티가 잇는 미국에서 이제는 거의 ‘1개 시티 1개 일간지’체제로 가고 있다. 필자가 지난 1년간 저널리즘에 관한 연수를 하면서 지냈던 오하이오주의 클리블랜드에서도 몇해전만 하더라도 2~3개의 일간지가 경쟁을 했으나 지금은 전국적 규모의 세븐하우스 체인이 우녕하는 (플레인 딜러)지가 완전히 장악한 실정이다. 세븐하우스 체인이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엄청난 규모에 최신 설비를 갖춘 인쇄시설을 준공하자 다른 업체들이 견디지 못했던 것이다.

이같은 상황속에서 신문업계의 광고집행액은 여전히 현상 유지 수준 이상이다. 일요판의 광고 집행액은 갈수록 늘어가는 추세를 보여 여러 매체중 선두자리를 지켜왔다. 이 때문에 매체에 대한 독자들의 여론조사를 해보면 적지않은 독자들이 광고지면을 줄여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각 지역의 대표적 신문들은 이제 다른 신문과의 경쟁보다는 다른 매체와의 경쟁에 사활을 걸고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신문은 TV 등 다른 매체에 독자를 뺏기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전제로 제작에 입히고 있다. 지금까지 꾸준히 추진해온 새로운 그래픽 기법 및 활자, 컬러의 개발 등 지면의 외관상 변화외에도 새로운 독자관리 방법 개발에도 노력하고 있다.

새로운 독자관리방법은 우선 일요판 등에서 신세대독자나 미래의 독자인 청소년층을 겨냥한 지면을 대폭 늘리는 등 지면개편에서부터 나타난다. 미국신문들은 신세대나 청소년을 위한 각종 사업아이디어나 컴퓨터를 이용한 독자관리(현재 구독하고 있지 않은 시민 포함)방법의 개발에도 골몰하고 있다.

독자관리 방법과 관련, 필자가 일주일간 둘러보았던 <플레인 딜러>신문사에서는 독자들의 여구사항을 전화로 접수하는 독자관리국이 별도로 있었는데 무려 40여명의 전담 직원들이 하루종일 전화에 매달려 있었다.

이들은 배달사고에 대한 항의를 비롯해 지면에 대한 독자들의 의견 등 온갖 종류의 전화내용에 대해 즉석에서 매우 친절하게 응답하거나 편집국 등 해당국실에 별도로 통보, 그 회답을 받아 추후 알려주기도 했다.

이때 걸려온 독자들의 요구 및 문의사항이나 조처내용, 독자들의 신상은 전부 컴퓨터에 입력, 보관되면서 경영 및 지면제작의 자료로 활용된다. 또 판매국에는 조사방법론을 전공한 박사학위 소지자 2명을 두고 이들이 수시로 독자 성향조사는 요즘 미국의 신문사에서 빼놓을 수 없이 중요한 작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미국의 신문사들이 가장 경계하고 있는 매체는 역시 TV이다. 위에서 언급한 독자관리기법외에 신문들이 제작부문에서 TV매체에 맞서 차별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은 신문고유의 기능을 심화시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저널리즘의 강화, 즉 논평의 고급화와 보도의 심층화이다.

전파·전자를 이용한 온갖 형태의 뉴미디어가 앞으로 급속히 일상화될 전망이지만 이들 매체는 활자매체에 비해 정보를 단순하게 전달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또 일반적으로 전자매체보다는 활자매체가 정보전달과정에서 신뢰성을 가지며 더 유용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신문들은 활자매체의 특성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논평의 고급화와 보도의 심층화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다.

논평의 고급화를 위해 미국의 신문들은 분명한 논지, 높은 안목, 격조있는 문장을 끊임없이 추구하고 있다. 또 심층보도를 위해서는 이미 미국 신문업계에서 정착한 전문기자제도나 데이터 베이스의 무궁무진한 자료를 활용하기도 한다.

워터게이트 사건 보도이래 미국 신문들이 역점을 뒀던 탐사보도(Investigation report)도 말하자면 심층보도의 중요한 한가지라 할 것이다.

전문기자제도의 개념에 대해서는 이 제도의 도입시기에 있는 우리와 달리 많은 시행착오 끝에 정리, 정착돼 있는 상태다. 요약하자면, 미국에서는 의학·과학·법률·환경 분야를 필수분야로 해 한 취재부서에 1∼7, 8명의 전문기자를 두고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전문기자가 전문가와 다르다는 사실이다. ‘전문가는 자신의 분야외에는 무식꾼’이라는 강변도 있지만 기자가 갖추어야 할 기본 요건은 전문적 지식에 앞서 보편 타당한 균형감각과 윤리의식이기 때문이다. 특히 오늘날처럼 각 분야에 복잡다기화된 세상에서 전문기자가 해야할 가장 중요한 일은 ‘어려운 문제를 독자에게 알기쉽게 전달하는 일’인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미국의 신문사에서는 전문기자로 특채된 사람이라 하더라도 일반기자의 경험이 없다면 최소한 2년 정도의 일반기자 경험을 쌓도록 한다. 또 전문기자는 특정한 관점과 특정한 취재원에 고착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적당한 기회에 잠시 담당분야를 바꾸도록 하는 신문사도 많다.

일정 수준의 학위소지자가 특정분야의 전문기자가 돼야한다는 인식도 강하지 않다. 이 때문에 각분야에서 활약하는 전문기자들이 전문기자가 된 경로와 경력도 다양하다.
우리의 경우 전문기자제도는 이제 도입시기인데다 신문사간의 과열 경쟁단계여서 신문사에 따라 아직 독자에 대한 홍보적 성격이 강한 측면이 있다고 하겠다.

미국의 신문들은 이같이 독자관리강화와 저널리즘기능의 강화로 전자·전파매체와 생존경쟁을 벌이는 한편 뉴미디어 사업 병행을 시도하고 있다.

신문사야말로 복합정보기관으로 성장하기에 가장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는 만큼 위성방송에서부터 CD-ROM제작에 이르는 뉴미디어 사업을 병행함으로써 재정적 안정도 도모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미국과 여러 여건이 다른 우리 신문업계에서도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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