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민자당이 여성 부대변인을 임명한데 이어 제1야당인 국민회의도 지난 13일 판사 출신의 여성 부대변인을 영입했다. 내년 총선에서 제1당을 겨냥한 여성표 확보 전략의 일환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두 당의 이같은 용인술을 두고 정치적 제스처일 뿐이라는 시큰둥한 반응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당사자들은 어떤 생각일까. 두 사람을 만나봤다. <편집자>



“여성 부대변인은 결코 ‘기자실의 꽃’이 아닙니다.”

자신의 맞수인 추미애 국민회의 부대변인의 등장을 ‘꽃’으로 비유한 일부 언론에 대한 비판으로 말문을 연 김정숙 부대변인(47)은 건장한 체격의 여장부다.

여성 부대변인의 ‘대변인론’이 이어졌다. “노련한 정치부 기자들을 상대할 수 있는 전문성과 정치적 흐름을 읽을 수 있는 판단력이 있느냐가 관건이지 여성이냐 남성이냐는 문제가 아니다.”

이해 관계가 같을 수 없는 대변인과 출입기자들 사이에 생길 수도 있는 험악한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고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꼼꼼함으로 당 정책과 관련된 대변 업무에 완벽을 기하기 위해서도 여성 부대변인의 역할은 중요하다는게 그의 견해다.

사실 그가 여당의 부대변인을 맡은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92년 대선 당시에도 민자당의 부대변인으로 활동한 바 있다. 기자를 상대하고 기사를 읽는 것을 주업으로 하는 그의 정치 기사에 대한 평가가 궁금하다.

“두차례의 부대변인 활동을 통해 정치보도가 한국 정치 발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절감했다. 그런데 정치 기사는 실제 상황보다 조금 앞서가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추측성 기사가 많다. 바쁜 일정과 과다한 업무량으로 인한 기자들의 고충은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일부 기자들의 성급한 기사쓰기는 분명히 지적돼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정치부 기자들에게 특별히 부탁한 내용은 이렇다.

“기자들이 기존 정치인들 못지 않게 차세대를 준비하는 청년, 여성에 대해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여 주었으면 좋겠다. 한국 정치의 미래는 결국 청년과 여성에게 달려있다”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의 교육학박사 학위를 갖고 있는 그는 지난 88년부터 3당 합당 전까지 민정당 안양 갑지구당 위원장을 맡은 바 있는 구여권 출신 인물이다.

남편은 안양 한성병원 원장인 조광렬씨이며 국민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하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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