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들어 한 때 광고탄압을 받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돌기도 했던 MBC가 지난해 광고매출이 급증해 방송사 가운데 가장 높은 흑자폭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MBC는 지난해 본사만 500억~600억 원, 지역계열사를 포함한 관계사들이 500억 원 등 모두 1100억 원 안팎의 흑자를 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4일 밝혔다. 흑자 규모가 23억 원에 불과했던 2009년 실적에 비해 크게 호전된 것이다. 이진숙 MBC 홍보국장은 “(새 사장이 들어온 뒤) 지난해 경영평가 분위기가 확산돼 좋은 실적을 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는 KBS가 지난해 400억~500억 원의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된 데 비해서도 약 100억 원 정도 흑자를 더 낸 것이다.

MBC의 이 같은 실적 호조는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광고매출에서 큰 폭의 신장세를 보인 데 따른 것이다. MBC는 지난해 전국 기준으로 8259억 원의 광고 매출을 올려, 지난 2009년 7180억 원에 비해 무려 1079억 원(15%)이나 급증했다. 서울 본사 기준으로는 5240억 원의 광고 매출로 전년(4500억 원) 대비 16.4% 증가했다. 2009년에는 2008년 보다 1700억 여 억원이나 광고 매출이 폭락했었다. 한 때 광고 탄압을 받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들었던 MBC의 ‘극적 반전’이자 ‘눈부신 회복’이다.

   
  ▲ 서울 여의도 MBC 방송센터 사옥.  
 
이같은 광고 매출 호조에 대해 MBC는 경기회복세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한 설명이 되지 않는다. 뉴스나 드라마, 연예·오락 등 시청률에서 독보적으로 우위에 섰던 분야도 없다. 이 때문에 MBC의 실적 호조는 예상밖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다.

특히 MBC는 지난 2009년 3~6월의 경우 최악의 광고침체기를 겪었다. 당시 뉴스데스크는 단 한 건의 광고도 안붙고 방송된 경우가 적지 않았다. 각종 시사프로그램도 광고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2009년 1분기 광고매출은 전년대비 40% 가까운 하락폭을 기록했다.

그러던 MBC가 2008년도 상황에 거의 근접하게 회복한 것은 단순히 경기회복세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들다는 게 방송계 일반의 평가다. 무엇보다 광고매출이 하락했던 2009년까지는 엄기영 사장 때였고, 지난해 2월 김재철 사장 취임 이후 급격한 매출신장이 일어난 점이 주목된다. 김 사장 취임 이후 MBC 뉴스와 시사프로그램이 전반적으로 연성화됐고, 일부 정부비판 프로그램은 폐지되기도 했다.

MBC 광고국의 한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 아래서 기업들이 지난 2009년 상반기 때 우리를 철저히 외면한 것은 기업 스스로 반시장적 행태를 보인 것으로 더 이상 스스로 손해보는 짓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관계자는 뉴스의 연성화 등과 연관성에 대해서는 “연관이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우리 뉴스를 보면 정치 분야를 비롯해 첨예한 쟁점을 찾아보기 힘든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 지난해 12월30일 MBC <연기대상> 대상 시상대에 선 김재철(왼쪽) MBC 사장.  
 
이진숙 MBC 홍보국장은 “지난해 굉장히 중립적으로 방송하려 한다는 시청자들의 판단이 광고주들에게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하는 분석이 있다”며 “사장 바뀌고 정부비판이 사라져 광고사정이 나아졌다는 분석을 하는 사람이 일부 있겠지만 그것이야말로 시청자를 우롱하는 평가”라고 밝혔다.

한편, 방송사와 광고업계에 따르면 SBS는 지난해 5070억 원의 광고매출을 올려 2009년에 비해 20% 이상, KBS는 지난해 5800~5900억 원의 광고매출을 올려 전년(5203억 원)대비 13% 가량의 신장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지상파 방송광고시장의 규모도 지난해 2조2000억 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돼 재작년 1조9000억 원 대 보다 15%(3000억 원) 이상의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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