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편 어려워서? 아파트 모델, 톱스타 시대는 갔다>(이데일리), <‘자이 7년 간판’ 이영애 밀어낸 새로운 얼굴>(한겨레), <올해 아파트 광고 모델 줄줄이 바뀐다>(연합뉴스).

톱스타 광고 모델의 교체를 전한 4일자 언론 보도의 일부분이다.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아파트 분양 침체로 건설업계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실속형 모델을 찾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건설업계들이 형편이 어려워서 톱스타를 바꾸는 것일까. 속내를 들어다 보면, 광고를 둘러싼 소비자 트렌드 변화가 읽힌다.

연합뉴스, 이데일리 등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이영애 씨와 재계약을 포기한 GS건설은 ‘자이(Xi)’ 아파트의 새 얼굴로 패션모델 양윤영씨를 선정했고, 우미건설은 탤런트 박신양씨에서 미스코리아 승효빈씨로 모델을 교체했다. 벽산건설은 작년 12월 탤런트 이나영씨와 ‘블루밍’ 광고 계약을 종료하고 차기 모델을 찾고 있다.

또 배우 이미숙․신민아씨를 ‘래미안’ 모델로 기용한 삼성물산은 올해 계약이 끝나는대로 새 얼굴을 찾기로 했다. 대우건설은 ‘푸르지오’ 모델인 배우 김태희씨, LIG 건설은 ‘리가’ 모델인 김명민씨와 재계약을 할지 고심 중이다.

   
  ▲ GS건설 '자이' 광고 모델 이영애.  
 
잇따른 톱스타 모델의 교체에 대해, 이데일리는 “요즘은 주택분양시장 침체 장기화로 건설사들이 주택사업 비중을 축소하기 시작했고 결국 몸값이 높은 톱스타 보다 ‘저비용 고효율’을 누릴 수 있는 새 얼굴을 선호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상당수 언론은 광고비 문제가 모델 교체의 주요 배경이라고 꼽았다.

그러나, 광고계 전문가들은 이같은 분석은 단편적인 시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90년대 기업 브랜드 시대→2000년대 아파트 브랜드 시대의 톱스타 기용→2010년대 이후 실속형 모델 기용’ 등의 트렌드를 분석해 보면, 이번 모델 교체의 핵심 이유는 건설업체들이 뒤늦게 광고 소비자들의 ‘눈치’를 보게 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광고효과 분석을 하는 한국CM전략연구소 경원식 국장은 통화에서 “아파트는 교통, 생활, 건강, 집값 등 다양한 고려 요소가 있는데, 그동안 아파트 광고는 빅모델을 써서 아이디어나 질을 따지기 보다는 이미지 싸움을 했다”며 “빅모델이 나와 아파트에 대한 허황된 환상을 심어주던 것이 이제는 소비자로부터 외면받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똑똑한 소비자들 때문에 톱스타를 통한 아파트 브랜드를 강조하는 광고의 효과를 얻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 삼성물산 '래미안' 광고 모델인 이미숙 신민아.  
 
경원식 국장은 “건설업계가 돈이 없어서 톱모델을 교체했다기 보다는 아파트 광고 트렌드의 변화로 봐야 한다”며 “인지도가 부족한 중소 업체를 제외한다면 건설업계에서 톱스타를 기용하는 것은 사라져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희복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도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톱모델 전략이 식상하게 됐고, 부동산 불황까지 접어들면서 건설업계가 내외부적인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며 “아파트 광고도 모델을 보여주기보다는 사는 집 자체를 보여줘야 하는 변화가 올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희복 교수는 “톱모델에서 벗어나는 아파트 광고의 자정작용이 일어나고 있다”면서도 “아파트 업계가 고객들을 위한 본질적인 것에 더 신경 쓰고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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