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방송 참여를 희망하는 언론사와 대기업의 발걸음이 점점 빨라지고 있다.
신문사와 대기업들은 공보처가 이들에 대해 위성방송 참여를 허용하는 입장을 밝히기 전에도 나름대로의 준비와 검토를 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공보처가 통합방송법안을 통해 허용입장을 밝히자 인력·장비 투자계획 검토, 파트너 물색 등 본격적인 준비작업에 나서고 있다. 종합채널을 운영하게 되는 KBS에 이어 MBC와 SBS도 각각 진출분야를 결정하고 구체적인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현재 위성방송과 관련된 일정은 무궁화호의 경우 1호기에 이어 2호기를 12월20일 발사할 예정이며 3호기를 내년 중반까지 발주, 99년에 발사할 계획이다.
또 대기업과 신문사에 대한 사업자 선정은 정기국회에서 통합방송법이 확정되면 빠르면 내년 2월부터 작업에 들어갈 전망이다.

한편, 야당과 방송사 노조를 비롯한 방송계는 대기업과 신문사의 위성참여를 강력반대하고 있는 입장인 반면, 대부분의 신문사는 보도부문을 제한한 것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어 위성방송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신문사의 방송사, 그리고 대기업의 위성방송 진출 움직임을 알아본다.


중앙일보

사전준비 이어 초기투자 ‘5백억’계획

중앙일보는 위성진출을 위해 올해초 뉴미디어 본부에 ‘신규사업기획팀’을 구성, 운영해오고 있다. 이 팀의 총인원은 6명, 팀장은 장재열 부장 대우가 맡고 있다.

위성방송의 대기업, 신문사 참여를 허용한다는 발표 이후 중앙의 행보는 보다 빨라지고 있다. 26일자로 단행된 고위급 간부 인사에서 위성방송사업 총책임자인 뉴미디어 담당 상무에 신성순 전 편집국장을 발령, 본격적인 준비체제 구축에 들어갔다.

중앙일보의 섹션화와 조간화를 진두지휘했던 신 전임국장을 뉴미디어 총책에 인사발령한 것은 방송에 대한 중앙의 집념과 위성진출에 대한 의욕이 어느정도인지 짐작케 한다.
지난 2월 뉴미디어사업본부 영상팀 소속으로 들어온 구TBC 제작인력 20여명도 최근 운현궁스튜디오에서 중앙일보 앞 구사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들은 현재 전광판의 프로그램 제작등에 투입되고 잇지만 위성방송 준비 제작 실무팀의 주축이 될 것으로 관축되고 있다.

정부의 채널 특화 방침에 따라 중앙일보는 스포츠, 오락 분야와 블루(젊은층 위주의 프로그램), 실버(장년과 노인층 위주의 프로그램) 채널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사종합편성도 적극 검토중이며 ‘보도’부문을 포함한 종합편성 가능성도 여전히 배제하지 않고 있다.

중앙일보는 위성방송 진출이 확정되면 1백50∼2백명 정도의 인력 투입과 5백억원 가량의 초기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한편, 중앙일보는 위성사업 컨소시엄 구성과 관련, 삼성을 배제한 중앙일보 중심의 독립적인 컨소시엄을 구성한다는 방침이다. 삼성그룹 영상사업 진출 업체들과 공동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것은 일단 배제한다는 입장이다.

조선일보

별도 법인 운영…시티비전 활용 경험쌓아

조선일보는 지난 10월2일 그동안 뉴미디어 사업을 총괄해온 종합미디어본부를 <디지틀 조선일보>이라는 별도의 법인으로 분리, 독립했다. 정부의 언론사 위성방송 참여허용이 발표된 지불과 나흘만에 단행된 전격적인 조치다. 그만큼 내부준비를 철저히 해왔다는 사실을 반증해주는 일이기도 하다.

60여명으로 꾸려진 <디지틀 조선일보>의 첫 사령탑은 인보길 상무가 맡았다. 인대표는 조선일보의 위성방송 참여와 관련, 적극적으로 진출할 의사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인대표는 “어떤 내용의 채널이 됐든 위성방송 사업에 참여할 것만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뉴스보도를 포함한 종합편성 채널을 생각하고 있다. 보도채널에 언론사 참여를 배제한다는 정부 방침에 대해서도 사설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조선은 정부방침이 바뀌지 않을 때를 대비해 특화 채널에 대한 검토도 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종합편성 및 준 종합편성 채널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조선은 지난 3월 도입한 동화상 뉴스전광판과 지난 8월부터 가동에 들어간 이동형 대형 점보트론(시티비전)운영을 통해 방송에 필요한 영상 제작 경험을 쌓고 있다.

동아일보

최근 진출 공식화…컨소시엄구성에 박차

동아일보는 최근 사보를 통해 위성방송 진출을 공식 표명했다. 위성방송 진출은 새매체본부에서 총괄하고 있다. 중앙일보나 조선일보와는 달리 위성방송 진출과 관련한 구체적인 움직임은 드러나고 있지 않으나 컨소시엄 구성등 내부적으로는 상당한 진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동아는 우선 컨소시엄 구성을 위한 파트너 물색이 급선무라고 보고 재벌그룹등을 대상으로 의사타진에 나서고 있다. 최근 고위간부들이 LG그룹 관계자들과 연쇄 접촉을 갖는등 LG그룹이 유력하게 물망에 오르고 있다. 동아일보가 지난 8월부터 가동에 들어간 동아일보 광화문사옥 옥상의 풀 컬러 전광판도 LG그룹과 제휴로 제작, 운영에 들어간 것이다.

진출 분야와 관련해서는 조선과 마찬가지로 보도를 포함한 종합편성 채널을 강력 희망하고 있다. 종합 편성이 불가능할 때를 대비해 특화문제도 검토하고 있으나 그럴 경우에도 준종합편성 쪽에 비중을 두고 있다.

새매체본부는 남상석연구위원을 필두로 진모기자등이 방송전문요원으로 배치, 실무 추진을 맡고 있다. 이밖에 전광판 운영에 투입되고 있는 PD 3명, 카메라맨 3명, TD(테그니컬 디렉터) 2명, 컴퓨터 그래픽 디자이너와 캐릭터 제너레이터 각 1명등 방송제작 실무진을 중심으로 외부 방송전문업체의 지원을 받아 영상을 제작등 위성방송 진출에 대비한 방송을 시험제작도 추진중이다.

경향신문·한국일보

참여 자체에는 접근…구체적 작업엔 신중

이밖에도 경향신문등이 위성방송 진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향신문 개혁팀은 최근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위성방송 참여 문제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승연 회장도 종합미디어센터에 대한 구상을 여러 차례 밝혀 위성방송 참여 의지를 시사했다.

한국일보는 뉴미디어본부(본부장 박용배상무)에서 외부 전문가등을 동원, 위성방송 사업에 대한 연구모임등을 갖고 있으나 본격적인 진출에 대해서는 아직 유보적이다.

1천억원 대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는 위성방송 사업규모등을 고려할 때 위험부담도 큰 만큼 신중하게 접근한다는 입장이다. 언론산업의 복합 정보산업화 추세등을 고려한 중장기적 관점에서 검토중이다.

대기업

중견기업까지 의지…컨소시엄 적극 고려

최근 업계에 따르면 삼성, 현대, 대우, 엘지 등 대재벌들은 물론 선경, 한라, 한보, 쌍용그룹 등도 위성방송 진출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밖에도 청구, 일진, 대한투금 등 중견 기업체들도 위성방송 참여의사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기업체들 대부분은 “언론사와의 컨소시엄 구성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종합취재반

방송사 준비상황

위성방송 채널배정이 확실시되는 방송사의 경우 당장 채널을 따는 것이 급선무인 신문사보다는 준비작업이 상대적으로 구체적인 진전을 보이고 있다.

KBS의 경우 이미 시험방송사로 내정된데다가 일찌감치 뉴미디어국을 설치해놓고 위성방송에 대한 연구를 상당히 진척시켰기 때문에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 2개 채널 배정이 확실시되는 KBS는 1채널은 종합방송채널, 2채널은 고급문화예술채널로 운용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하드웨어에서는 이미 2개의 위성전용스튜디오 설계를 마무리하고 장비를 발주했으며 주조정실 마련 계획도 완료했다.
소프트웨어에 있어서는 <위성스페셜> <위성극장>등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으며 위성에 적합한 다큐멘타리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 또 외국영상물의 목록을 정리해서 1천여편의 프로그램 재계약을 서두르고 있는가하면 각종 프로그램 검색목록을 작성해 6만2천4백80여건의 프로그램을 확보해놓고 있다.

구박 KBS 뉴미디어국장은 “무궁화호 수명 단축에 따라 위성방송의 실시시기가 불투명하지만 내년 7월 시험방송, 97년 1월 본방송이라는 당초 시간표에 따라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오락채널을 희망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져온 MBC는 지난달 중순 전격적으로 스포츠 채널을 신청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이같은 방침은 인력이나 광고등, 경영수지를 종합검토한 결과 스포츠 채널에 참여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MBC는 그동안 정책기획실 산하에 뉴미디어팀을 설치, 위성방송을 추진해 왔다. 이달안으로 10여명의 인력을 보강해서 위성방송준비단을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SBS는 일찍부터 오락채널을 놓고 MBC가 스포츠 채널로 급선호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느긋해진 상태이다. 아직 전담부서를 설치하지 않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작업보다는 대강의 구상만을 잡아놓았다. SBS는 지상파 재방비율을 20%, 국내외중 20%로 채널을 운용한다는 계획이다.

참여허용 관련 신문사 반응

공보처가 통합방송법안을 입법예고한 지난달 28일 이후 각 신문사들이 보여준 보도 내용은 신문사들이 위성방송 진출과 관련한 신문사들의 입장을 시사해주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공보처의 발표가 있자 일제히 사설등을 통해 신문사와 대기업의 참여를 허용한 것을 당연시 하거나 환영하는 한편 보도채널 불허 방침에 대해서는 시대착오적이며 현실적으로도 ‘불합리’하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중앙일보는 29일자 ‘방송 규제와 자율사이’라는 제하의 사설을 싣고 정부가 마련한 방송법안이 자율의 폭을 넓히자는 측면에선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일단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반면 위성방송의 보도부문에 제한을 두려는 것은 “편의주의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위성방송이 돈이 많이 드는 대기업과 언론사에 문을 개방해 놓고 보도를 묶는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하루 뒤인 30일, ‘방송 새 질서’라는 제목의 시설을 통해 조선일보 또한 “언론사 및 대기업의 위성방송 허용은 국제적인 방송환경 추세를 고려한 것”으로 정부가 “제한을 완화하고 자율의 폭을 넓힌 것에 대해 환영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사설도 중앙일보와 같은 맥락에서 정부의 ‘보도채널 제한 방침’을 비판했다. “기능적 경영적인 측면에서 보면 언론사의 경우 별다른 신규투자 없이도 뉴스를 보도할 수 있는데 “정부가 굳이 정반대의 입장을 택한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조선일보는 나아가 “보도부문을 정부통제하에 두기 위한 의도 때문이라면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몰아세웠다.

한겨레신문만이 ‘언론사와 대기업에 위성방송 진출을 허용한 것’을 비판하고 나섰다. 한겨레신문은 이번 정부의 법안이 ‘방송의 공익성과 독립성’을 보장하는데 허술하다고 지적했다.
박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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