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 최대 과제는 오직 국민을 효과적으로 속일 수 있는 타이밍의 연구인가.

지난 해 31일 동시에 발표 된 종편채널 사업자 선정과 일부 부처 개각 단행은 무성한 뒷말을 낳고 있다. 가는 해와 새로 맞이하는 해의 경계선의 시간에 정부는 주요정책 발표와 개각을 한 날 몰아붙이는 절묘한 수를 던졌다. 신정연휴로 이어지는 부산한 연말에 마치 묵은 짐 털어버리듯 발표한 정부의 셈법은 무엇이었을까. 그 내용을 뜯어보면 짐작되는 바이다.

종편채널 사업자 선정과 개각은 국민의 바람과는 동떨어진 권언유착의 행태와 새 인물에 대한 갈증을 외면한 실망스러운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새로 선정된 종합편성 채널은 ‘조중동 방송’으로 불리며 사업자가 친여 성향의 보수신문 일색으로 채워져 벌써부터 여론 다양성에 재갈을 물릴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조중동 방송’을 위한 법안 마련을 위해 대리투표 논란을 빚으며 국회는 전쟁터를 방불케 했으며, 헌법재판소의 불법 확인에도 결국 조선, 중앙, 동아일보 등의 방송사들이 코 앞 현실로 나타나게 됐다.

개각에 대해서는 ‘통합’을 바라는 국민의 요구와는 정반대로 ‘내 식구 챙기기’ `보은인사' `돌며막기 회전문 인사‘ 등의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의 경우 감사원의 독립성 훼손 우려와 함께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이 이루어지던 2008~2009년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점, 그가 대검 차장이던 2007년 8월 “도곡동 땅 실소유주가 이명박 후보라고 볼 증거가 없다”고 말해 이 대통령을 경선 최대 위기에서 구해준 전례가 있다는 점 때문에 대표적 부적격 인사로 꼽히고 있다.

   
   ▲ 이명박(사진 가운데) 대통령. ⓒ연합뉴스  
 
이같은 문제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청와대가 부정적 여론과 국민들의 반발을 최대한 잠재울 목적으로 발표 시기를 31일로 동시에 잡은 게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전병헌 민주당 정책위의장이 “개각을 연말에, 그것도 종편 선정일에 맞춰 한 것은 개각에도 자신 없고, 종편 선정에도 떳떳하지 못 함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31일은 한 해의 마지막 날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뉴스에 귀를 기울이기보다는 연말 연시의 들뜬 분위기에 취하기 마련이다. 종편과 개각을 31일로 잡은 것은 새해 1일은 신문이나 방송이 기획기사 위주의 신년특집으로 꾸며지고, 2일은 일요일이니 정작 월요일이 됐을 때 종편과 개각의 뉴스 가치는 떨어지게 된다. 자연히 국민들의 관심에서도 멀어져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 깔린 듯하다.

이 같은 꼼수를 부리는 것 자체가 스스로 잘못된 개각이요, 잘못된 종편채널 사업자 선정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을 터이다.

이것은 얼마 전 국회에서 보여준 일종의 예산 날치기 통과와 같다. 자신들의 업적을 홍보하는 일이었다면 연말연시를 피해 홍보효과가 가장 좋은 날을 잡았을 것이다. 또한 두 개의 사안을 일정한 시차를 두고 발표함으로써 홍보효과가 희석되는 것을 피했을 것이다 .

정권 재창출을 위한 친정부 성향의 여론 만들기 전략인 종합편성 채널 사업자 선정이 아니라면, 집권 4년차 레임덕 방지를 위한 친위체제를 위한 개각이 아니라면 굳이 부정적 여론과 국민의 반발을 잠재울 수 있는 꼼수만을 연구해서야 되겠는가.

송구영신의 신묘년 새해, 청와대를 바라보면 나치의 선전장관이었던 괴벨스가 자꾸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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