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거대 언론이나 재벌의 언론이 등장하지 않아야 한다. 거대 언론이나 재벌은 체질적으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권익 보호에 앞장설 수 없다. 정치, 경제, 사회 민주화가 진전되기 위해서는 사회적 약자, 소수자를 대변할 언론이 등장해야 한다. 즉 지역사회, 여성, 빈곤층 등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소유권을 갖는 언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최근 TV 등의 언론이 앞장서 큰 소리로 떠드는 뉴스의 하나는 한국 무역이 1조 달러 시대를 맞았다는 것이다. 이는 큰 박수를 칠 일이다. 그러나 3천3백여만 명의 신용인구 가운데 실질적 신용불량자가 1천만 명에 달한다는 뉴스(내일신문 12월31일)는 TV 등에서 거의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

양극화를 극명하게 상징하는 지표이지만 부각되지 않는 것이다. 그 이유는 자명하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적 성과를 선전하면서 대기업의 경제적 과실 독식을 은폐하기 위해서는 1조 달러 무역시대를 적극 띄우면서 1천만 명 신용불량자 실태는 가급적 드러내지 않아야 한다.

   
  ▲ 미디어행동,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은 지난 2008년 12월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한나라당 언론장악 7대 악법 규탄 및 재벌방송 조중동 방송 저지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언론이 어떤 시각으로, 어떤 눈높이에서 사회를 보느냐에 따라 뉴스의 방향과 그 내용은 크게 달라진다. 대기업 위주의 경제구조의 과실들이 소수 자본가에게만 집중되는 상황은 가급적 침묵하고 1조 달러 무역을 강조할 경우 정부 좋고 대기업 좋은 것이다. 언론이 사회의 목탁이 아닌 사회의 독이 될 수 있는 사례의 하나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거대 언론의 등장이나 대자본의 언론소유는 전반적인 사회 민주화에 긍정적인 기여를 할 수 없다.

한국 사회가 좀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려면 분배의 공정성을 통한 경제 정의와 함께, 각 분야에서 개혁이 추진되면서 인권이 신장되는 사회적 정의가 실현되는데 앞장설 언론이 필요하다. 연평도 포 사격과 남북간 심각한 갈등을 볼 때 평화통일을 위해 노력하는 언론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방송통신위원회를 앞세워 선정한 조중동 방송은 수구세력의 선전홍보기구 역할을 하면서 민주화와 선진화, 평화통일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 언론사에 추악한 족적을 남긴 3개 신문이 권언유착으로 방송도 겸하게 된 것은 추한 권력과 사이비 언론의 야합의 결과다.

현 정권과 이들 거짓 언론의 공통 체질은 거짓을 밥 먹듯 하고 부끄러워 할 줄 모르고, 한없이 뻔뻔하다는 점이다. 국회에서 날치기로 처리한 언론악법에 대해 헌재가 불법 소지가 있다고 심판했지만 부도덕하고 파렴치한 정권은 행정력을 동원해 추한 신문사들에게 방송을 떡으로 나눠주고 재벌들의 방송진출 길을 터주었다.

조중동 방송이 등장하고 기존 지상파 TV와의 생존경쟁이 심화되면, 이명박 정부가 이를 교통 정리하는 정책을 무기 삼아 방송 장악력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현 정권이 종편 방송 선정을 미끼로 흔들면서 족벌언론을 통제해온 것과 같은 행태다.

그러나 현 정권 임기가 종반에 접어들고 시혜성 조치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조중동 방송과 지상파 TV간의 사활적인 광고시장 쟁탈전이 불가피하다. 그것은 시청률 경쟁의 격화로 나타나면서 프로의 폭력성, 선정성이 범람할 가능성이 크다.

조중동은 이명박 정권이 더 이상의 특혜를 줄 수 없다고 여길 경우, 현 정권을 물어뜯는 일을 시작할 것이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전형적인 수법을 휘두르면서 새로운 특혜를 약속한 수구적 정치집단과의 유착을 향해 매진할 것이다. 이들 언론의 속성은 족벌적 자사이기주의로, 생태적 부도덕성과 비열한 이윤 추구가 기본적인 생리이기 때문이다.

조중동은 족벌언론의 유지와 확장이 지상목표이기 때문에 정치적 지향성이 다른 세력에 대해서는 연합전선을 구축해서라도 극력 저항할 것이다. 이들 신문은 자기의 떡을 더 챙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지만 진보세력이 아닌 수구세력의 계속 집권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공식만은 지키려 할 것이다. 이런 점이 향후 언론과 정치를 더욱 추하게 만들면서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려 시도하는 식의 해악을 끼칠 것 같아 걱정이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는 속담이 있다. 장차 등장할 조중동 방송에 딱 들어맞는 말이다. 반(反)언론의 길을 걸으면서 악취를 풍겨온 이들 신문의 방송도 역시 악취를 풍기는 방송이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는 근거 없는 악담이 아니다. 조중동이 지난 십여 년 동안 언론을 빙자해 저지른 폐해와 그들의 속성을 되돌아 볼 때 나오는 피할 수 없는 외가닥 추정이다. 한국 언론사를 더럽힌 이들 신문 같지 않은 신문이 방송에 진출한다는 것은 너무나 소름끼치는 일이다. 조중동 방송은 그 신문이 그랬던 것처럼 역사적 범죄행각을 저지를, 결코 태어나서는 안 될 추악한 존재다.

이들 신문 일부가 일제하에서 반민족적 언론행각을 벌이고 뻔뻔스럽게 거짓을 말하면서 역사 바로 잡기를 외면한 사실, 해방이후 독재정권과 권언유착을 벌이면서 민주세력을 적대시한 사실 등은 이미 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다. 십여 년 전의 행각만 돌아보아도, 이들 신문은 1997년 평화적 정권교체 이후 자사 이기주의와 수구냉전논리를 앞세우면서 왜곡, 날조 보도까지 서슴치 않는 반언론적 행각을 일삼았다. 그것은 부끄러움을 모르는 파렴치한 조폭 언론이었다.

조중동은 사주가 탈세한 범죄자로 밝혀졌지만 자사 지면을 악용해 정권의 피해자인양 가장했다. 나아가 민주화 조치에 역행하면서 수구정권 등장에 기여한 뒤 이명박 정권의 인권 탄압을 부추기고 남북관계를 전쟁 직전의 상태로 몰아갔다. 이들 신문은 자전거 경품 등을 무기로 신문시장의 70%를 독과점한 상태에서 중앙은 물론 지역 언론의 목을 졸랐다.

조중동과 수구 정치세력이 한 통속이 되어 이 사회의 정신세계를 엄청나게 오염시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들은 수구세력에 대한 비판을 친북, 좌파로 몰았다. 조중동은 사주들의 친일행각 등을 감추기 위해 과거 청산에 극력 반대했으며 거짓말 정치에 면죄부를 주었다. 이들과 수구 정치세력은 거짓말, 말 바꾸기에 전혀 부끄러움을 모르는 집단이다. 이들 신문은 수구세력의 대표적 이미지인 부도덕 성, 파렴치한 모습을 각인시키고 최악의 상황에서도 수치심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천박성을 만연시키는데 앞장섰다.

조중동이 족벌언론의 추한 체질과 반민족, 반통일적 성향을 개선하지 않는 한 이들이 신문과 방송을 통해 토해내는 정보가 어떤 것일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러나 이 나라 시민사회가 가깝게는 87년 6월 항쟁이후 지속적으로 보여준 강력한 민주 역량에 비춰볼 때 조중동과 수구정치세력의 야합이 결정적 위협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시민사회는 1997년 심각한 권언 야합 상태에서 선거혁명을 통한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뤄내고 그 뒤 결정적 고비마다 성숙한 정치적 선택의 모습을 과시하고 있다. 이런 점에 비춰 조중동 족벌 언론과 수구정치세력이 시민사회의 발전을 저해하기 위해 만든 반역사적 언론체제는 그 뿌리를 깊게 내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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