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는 종합편성채널 사업자로 4 개사를 선정하자 전문가는 물론 선정된 신문사들조차 ‘너무 많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방통위도 현재의 방송광고시장 규모나 제작여건상 한꺼번에 이 정도로 선정한데 따른 부작용과 혼란을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모두가 우려하는 이런 결정의 배경과 목적은 무엇일까요.

‘미디어 오늘(2010. 12.19일자 ’김창룡의 미디어 창)‘에 최종선정일 열흘전쯤에 저는 신청한 주요 신문사들이 모두 선정될 것이라고 예언하 바 있습니다. 직접 인용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방통위가 갑자기 이런 파격적인 제안들을 들고나온 이유가 무엇이라고 짐작하십니까. 저는 이번에 종합편성채널권을 신청한 조선, 중앙, 동아일보 등 최소한 3개사 모두에게 방송사를 허용하는 쪽으로 정리된 것으로 짐작됩니다. 물론 아직 어느 언론사, 몇 개를 선정하느냐는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저의 예상은 방통위의 움직임에서 이미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제 다시 그렇다면 왜 4 개사를 선정했으며 향후 어떤 식으로 일이 전개될 것인가에 대해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 2009년 2월 1일 장차관 국정 워크숍에 참석한 이명박(사진 가운데) 대통령과 최시중(사진 오른쪽) 방송통신위원장. ⓒ사진출처-청와대  
 

국가의 올바른 미디어 정책에는 여,야가 따로 없고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은 다양한 형태로 표출돼야 한다고 믿습니다. 특히 절대 다수 국민의 의식과 가치 등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방송정책의 중심에는 항상 시청자가 최우선시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오직 미디어 소비자들을 위해 그들에게 제가 이해하는 한도내에서 의견을 함께 나누고자 정리해봅니다.

4 개사는 우연하게 점수가 높아서 선정됐다기 보다는 그 수를 맞추기 위해 점수를 부과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 이유는 몇가지로 추론해볼 수 있습니다. 우선 조, 중, 동 세 개 신문사에게만 종편채널 사업권을 주게 되면 여론의 반발이 명백합니다. 더구나 법 제정 과정에서 온갖 무리수와 편법 등이 동원돼서 결국 조중동을 위한 것이었다는 정치적 부담도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또 다른 이유로는 한꺼번에 4 개 방송사가 올해 한국방송시장에 모두 진출하게 되면, 공멸이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신규 방송사들은 정부의 특혜를 당연하게 요구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될 때 정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반대로 정치적 중립성은 지키기 힘들게 될 것입니다. 말로는 ‘시장에 맡기겠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권언유착만이 살 길이다’가 되는 셈입니다.

방통위는 여전히 권력에 유리한 패를 쥐고 있는 셈이고, 방송시장에 안착하여 기존 방송사를 능가하는 ‘미디어 재벌’을 꿈꾸는 신규 방송사들은 현 정부와 앞으로도 당분간 협조적, 우호적 관계를 형성할 수 밖에 없는 구조에 놓이게 됩니다. 그 궁극적 목표는 방통위 입장에서는 정권재창출이고 신규방송사 입장에서도 정권이 바뀌는 것을 원치않게 됩니다. 미디어 소비자에게는 어떤 영향이 올까요.

이해당사자가 된 언론사는 공정한 보도를 할 수 없게 되며 여론몰이, 여론쏠림 현상은 미디어 소비자들의 건전한 판단을 흐리게 될 것입니다.

방통위는 이명박 정부 출범이후 주요 신문사들을 대상으로 ‘방송사 진출’이라는 당근으로 역대 어느 정권도 누리기 힘든 협력적 관계를 형성해왔습니다. 주요방송사들은 ‘낙하산 사장’과 ‘조인트 사장’으로 내부의 반발은 있지만 순치시키고 있습니다. 방통위의 1단계 전략이 언론사와 우호적 관계 형성을 방송사 사업자 선정까지라고 한다면, 이제 본격적인 2단계 전략이 시작되는 셈입니다.

2단계 전략에서는 선정된 주요 신문사들을 상대로 향후 2년에 걸쳐 특혜성 미디어 정책을 하나씩 점차적으로 시혜를 베풀듯 주게 될 것입니다. 벌써부터 해당 신문사들은 매우 구체적 요구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방통위가 규제 완화를 논의하고 있는 의약·생수 광고의 경우 일정 기간 동안 종편사업자에게만 우선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합니다. 동아일보도 <지상파 독과점 깨고 콘텐츠 무한경쟁 시대로 '미디어 빅뱅'> 기사에서 박천일 숙명여대 교수의 말을 인용해서 "종편 채널의 시장 조기정착을 위해서는 채널번호 지정 등에서 일정 수준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방송사 선정으로 모든 것이 끝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 알만하지않습니까. 정치인들에게는 ‘국민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사실상 ‘정권재창출’에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입니다. 권력을 감시, 견제해야 할 언론사가 권력의 특혜를 바라고 눈치를 보게 되면 공정하게 일을 할 수 없게 됩니다.

2011년은 미디어 소비자들이 보다 깨어있어야 합니다. 미디어 비평가들이 좀 더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권언유착의 폐해는 한국언론사에서 이미 뼈아프게 경험했고 그 아픈 과거가 다시 구체적 현실로 재현될 위험성이 높아졌습니다. 언론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고 하지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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