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방통위)가 31일 종합편성채널 4개사, 보도전문채널 1개사를 대거 승인한 뒤 이들을 위한 특혜성 정책을 재차 시사해 미디어생태계가 대 혼란에 빠질 전망이다.

기존 매체들과의 형평성은 물론 위헌 소지까지 있는 정책을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통위의 방송정책이 시청자 편익을 오히려 해칠 것이라는 지적도 계속되고 있다.

김준상 방통위 방송정책국장은 이날 채널 선정결과 발표 브리핑에서 채널정책에 대한 질문에 "필요하다면 법이 허용하는 테두리 내에서 규제기관이 할 수 있는 정책이 있으면 하겠다"고 답했다.

이는 종합편성채널을 지상파 방송과 인접한 낮은 채널번호 대역에 배치하는 방안을 말하는 것이다. 종편채널 승인 신청 신문사들은 이미 법적으로 의무전송(must-carry) 지위를 손에 거머쥐고도 이 '황금채널' 확보에 사활을 걸어왔다.

이에 최시중 위원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행정지도를 통해 종편채널에 ‘황금채널’을 부여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하자, 채널편성권을 갖고 있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들은 재산권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현재 KBS·MBC·SBS 지상파방송 3사는 6∼11번 사이 낮은 대역의 특정한 채널번호를 갖고 있는데, SO들은 지상파 사이사이에 홈쇼핑채널을 편성해 한 해 4000억 원이 넘는 기타방송수입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광고 정책도 문제다. '그 법이 허용하는 테두리에 미디어렙(Media Representative·방송광고판매대행사) 문제도 포함되나'라는 질문에 김 국장은 "지상파는 모르지만 케이블의 경우는 지금도 직접영업을 하지 않나"라고 되물었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2008년 11월 지상파 방송광고 독점판매를 규정한 방송법 제73조 5항과 시행령 등에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려 방송광고시장의 이전투구는 이미 불가피해졌다. 그러나 종편 신문사들이 직접 판매에 나설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광고주들은 종편채널이 대주주 신문사의 영향력을 이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데, 이들이 광고 직접 판매에 나서 적정 수준의 매출을 올리지 못할 경우 강압적으로 광고를 수주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것이다.

케이블채널에는 이미 중간광고가 허용돼 있고, 일부 방송광고 금지품목도 풀릴 전망이다. 방통위가 사후피임약 등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의약품 일부와 의료기관에 대한 방송광고 허용을 시사하자, 대한의사협회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은 국민 건강과 직결된 문제라며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다음은 31일 취재진과 김준상 방통위 방송정책국장의 일문일답이다. 

-종편채널이 4개, 보도채널이 1개 총 5개가 선정됐다. 도산 우려가 있는데.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경쟁을 통해 경제 성장의 효과가 있을 수 있다. 이제 선정단계인데 벌써부터 실패니 도산이니 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답변하기 어렵다."

-법인에 참여한 주주들의 명단은 언제 공개하나.
"이제 심사가 끝났으니 정리해서 주요주주를 공개하겠다. 단 선정된 사업자에 한해 공개하겠다."

-선정된 종편 4개사를 보면 전에 이야기되던 사업자와 차이가 없어 보인다.
"시중에 여러 가지 돌았던 이야기들은 추측이나 말 그대로 시나리오일 뿐이다."

-이병기 심사위원장 등 심사위원들의 공정성 문제가 있는데.
"공정성 담보는 자신 있다. 조금도 부끄럽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이병기 위원장도 이 논란을 아는가. 심사위원 가운데 야당추천 인사는 없고 여당만 있는데.
"이 위원장은 외부와 차단돼 처음에는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가 그래도 사회적으로 알려졌다는 얘기는 필요할 것 같아 팩트만 알려드렸다. 그에 대해 특별한 언급은 없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심사위원은 외부 추천도 같이 받았다.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인물을 선정하려 애썼다."

-채널정책 등에 있어 행정지도도 검토하고 있나.
"필요하다면 법이 허용하는 테두리 내에서 규제기관이 할 수 있는 정책이 있으면 하겠다. 기존 사업자와 공정 경쟁을 해서 경쟁이 상생으로 발전할 수 있는 방송정책을 많이 고민하지 않을까 싶다. 모두 다 만족할 수 있는 방안이 나오도록 머리를 모을 것이다"

-그 법이 허용하는 테두리에 미디어렙도 포함되나.
"기존 KOBACO 체제가 헌법불합치 판결 받은 이후 광고체제 법적제도가 마련되지 않았다. KOBACO만 통하는 것 자체가 헌법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지상파는 모르지만 케이블의 경우는 지금도 직접영업을 하지 않나."

-종편 경쟁사 중에 플랫폼 사업을 하는 태광그룹이 떨어졌는데.
"직접 심사는 안했지만 점수를 대략 보니 아마 신규 종편으로 경쟁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판단한 듯하다."

-남은 일정은. 채널 출범은 언제쯤인가.
"3개월 내 납입자본금을 납입하고 법인 등기부등본을 제출하면 승인장을 교부해 줄 것이다. 채널 출범은 내년 하반기에 많이들 하겠다고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것으로 안다. 하지만 실제 승인장을 교부받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변경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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