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조선·중앙·동아일보, 매일경제 4곳을 종합편성채널사업자로 선정하자, 지상파 방송사들은 광고 시장의 '출혈 경쟁'을 우려하고 나섰다. 이들은 광고 규제 완화를 촉구하며, 향후 종편 출범 과정에서 제도적 특혜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할 전망이다.

SBS 관계자는 31일 통화에서 이번 선정과 관련해 "설마했는데 다소 충격을 받았다”며 “한꺼번에 방송 시장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사업자수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종편과 맞물려 방송 관련 규제 조치를 얼마나 빨리 푸느냐에 따라 미디어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대표적인 것이 재원과 직결된 광고 제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종편이 출범하는 내년 하반기부터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 동안 광고 시장을 키우는 산업 정책을 하지 않으면 하반기에는 진흙탕 싸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최소한 5천억 원 이상의 돈이 있어야 종편 방송 사업자들이 생존을 할 텐데 하늘에서 돈이 떨어지지 않는 한 기존 시장에서 빠져 나갈 것"이라며 "지역 방송, 신문, 라디오, 포털 사업자 모두 영향을 받게 되고, 약자부터 피해를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공정한 게임의 수단”이라며 “광고, 편성, 심의 모든 면에서 종편에 유리한 제도로 갈지, 게임의 룰이 공정한지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31일 종편 사업자를 발표하는 모습. ⓒYTN  
 
MBC쪽은 "예상했던 대로 선정 결과가 나왔고, 내년에는 종편이 크게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면서도, "종편은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라고 평가했다. MBC쪽도 광고 시장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MBC 관계자는 "학자들 시뮬레이션에 따라 시청률 1%당 각사 광고비를 700억 원이라고 가정하면, 종편 4곳이 5600억 원 광고를 기존 방송사(케이블, 지상파)로부터 뺏어가게 될 것"이라며 "종편이 극단적인 자사 이기주의적인 보도를 하고, 광고를 얻기 위해 기사를 파는 일까지 난무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이번에 선정에서 탈락된 언론사에 다른 지상파를 인수하게 해주는지도 살펴봐야 할 것"이라며 "종편에 채널 연번제 등의 특혜를 주느냐도 주목할 것"이라고 밝혔다.

종편 출범에 대해 MBC 본사보다는 지역 MBC쪽의 우려가 컸다. 한 지역 MBC 관계자는 "종편은 지금까지 나온 여러 경쟁 사업자 중에서 가장 위력이 센 것"이라며 광고 등의 수익 감소를 우려했다. 그는 "종편 사업자들이 지방으로 내려와 방송을 하면서 지역의 광고를 유치하거나 이벤트 사업을 할 경우, 지역 지상파들은 엄청난 경쟁에 봉착할 것"이며 "종편 채널의 인지도가 높아지게 되면, SO들과 지상파간의 재전송 계약도 어려워 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여기에 민영 미디어렙 도입 등으로 광고 연계 판매까지 급감할 경우 "지역 MBC 구조조정 등 상당한 타격이 있을 것"이라면서 "출범에 따른 여러 가지 변수들이 너무나 많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종편은 인건비를 많이 들이지 않고 외주사를 끌어오는 방식의 경영의 할 것"이라며 "지역 방송사로부터의 인력 이동은 크지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MBC, SBS보다는 광고 압박이 적은 KBS는 오는 2월까지 국회에서 수신료 인상안이 통과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상덕 KBS 홍보주간은 "광고 시장이 가열되고 굉장히 경쟁이 격화될 것"이라면서 "광고에 휘둘리지 않은 공영방송이 되려면 수신료를 올리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밝혔다. 그는 "1월 중순쯤에 방통위에서 국회로 (인상안이)넘어가고 2월 국회에선 통과되는 것을 회사 목표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종관 미디어미래연구소 연구팀장은 "광고 시장 규모로 봤을 때 (종편)4개가 동시에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많은 숫자인 것 같다"며 "공급이 갑자기 늘어나는 것이니까, 광고 단가나 가격 체계가  많이 흔들리고, 광고 시장 내부의 움직임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종관 팀장은 "2012년부터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되기 전인 내년에 지상파와 유료 방송사들이 사전에 유리한 규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제도 개선 요구를 많이 할 것"이라며 "광고 영업 방식과 판매 방식의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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