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각계각층에서 봇물처럼 쏟아지는 검찰의 5·18에 대한 공소권 없음 결정에 대한 시정 요구를 보면서, 5·18을 계기로 당시 신군부가 언론에 가했던 탄압과 폭거를 회상하게 된다.

검열·제작 거부투쟁에 나서

5·18로 인해 빚어진 반민족적 해악은 사회전반에 걸쳐 이루 헤아릴 수 없을만큼 많아 그 후유증이 아직 심하고 언론 또한 거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오늘날 언론이 드러내는 적지않은 부정적 행태의 뿌리는 5·18에 닿아있다 할 것이다.

신군부가 지난 80년 5월 18일 계엄조치 확대와 함께 광주 일원에서 유혈 참극을 자행할 때 전국 대부분 언론사의수많은 언론인들은 검열거부와 제작거부로 항거했다. 당시 광주 일원을 제외한 전국이 군부의 총칼을 앞세운 탄압의 위세에 밀려 공포 분위기 속에 짓눌려있었지만, 광주에서 자행되는 참극에 분노한 기자들은 편집국에서 집단으로 언론자유를 외치고 저항했던 것이다.

당시 군부의 철저한 보도통제와 외견상으로 나타난 신문, 방송, 통신의 제작때문에 언론 내부의 이런 저항운동은 외부에 그 진상이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오늘날에도 여러 현실적 제약 때문에 진상규명 작업 등은 뒷전에 밀려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광주에서는 학살극이 자행되고 대부분 언론사 건물 입구에 계엄군의 장갑차가 상주하던 상황에서 벌어진 그때의 언론자유투쟁은 그 규모와 열기, 조직성에서 그 유례를 찾기 힘들만한 것으로 앞으로 언론계 자체적으로나 학계에서 그 진상을 밝혀야 할 것이다.

주로 당시 기자협회 회원이었던 젊은 언론인들을 중심으로 그해 5월 20일부터 27일까지 벌어진 언론자유 수호투쟁에 놀란 신군부는 광주점령 뒤 집권을 위한 장지작업으로 언론에 재갈을 물리기 위한 탈법적 조치를 잇따라 취했다.

즉 군부는 80년 7, 8월 언론인 대량 해직 조치 후 수개월만에 언론 사주들을 모아놓고 언론사 통폐합을 강요해 44개 언론사가 문을 닫아야 했다. 이와함께 군부는 81년 1월 언론기본법을 발효시키는데 이 법은 언론사의 등록취소 등을 규정하는 등 언론의 숨통을 조이는 악법으로 지탄받았고 보도지침이 일상화되는 공간을 열어놓았다.

반체제 언론인 제거에 목적

5·18로 촉발된 언론의 저항과 이에 대한 신군부의 대대적인 탄압 행위에 대한 진상은 지난 88년 국회의 언론청문회 과정에서 그 윤곽이 드러났지만 정확한 진상이 밝혀지지는 못했다. 당시 한 국회의원에 의해 청문회장에서 폭로된 국보위 문공분과위가 작성한 ‘언론계 자체정화계획’에 따르면 언론인 강제 해직의 목표는 신군부 세력이 검열을 거부하고 광주항쟁을 진실되게 보도하려는 ‘반체제 문제 언론인’을 제거해 언론을 순치시키는데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80년 8월 작성된 ‘언론인 정화결과’라는 자료에서는 80년에 해직된 언론인은 모두 9백33명으로 이가운데 60%인 4백27명은 계엄사의 강요없이 언론사 자체 인사정화에 의해 해직된 것이라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신군부에 의해 주도된 언론인 제거 작업속에서 언론사 경영주들의 자의에 의한 ‘끼워넣기식 해직’도 허용되었던 것이다.

5·18로 양산된 해직 언론인 문제는 75년 언론사에서 밀려난 동아·조선 해직 언론인 문제와 함께 88년 5공 청문회 등을 통해 사회적인 관심을 모아 ‘80년 해직언론인 복직과 보상에 관한 특별조치법’의 제정이 추진되기도 했으나 3당합당의 돌발변수가 등장하면서 결실을 거두지 못했다.

그동안 적지않은 해직언론인들이 복직하기도 하고, 해직의 부당성을 걸어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으나 노태우정권과 김영삼정권의 성격이 지닌 상황적 제약 때문에 해직과 이에따른 불이익에 대한 원인 규명이나 보상 등은 대부분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해직언론인에 대한 진상규명은 유사한 사태의 재발을 방지할 최선책의 하나일터인데도 이런 작업이 이뤄지지 않음으로써 5공화국이후에도 수많은 해직언론인이 양산되는 일이 되풀이 되었다.

5·18 검찰결정 바로세워야

바로 이런 맥락에서 5·18에 대한 사법적 판단이 생략된다면 우리 사회는 언제 또다시 ‘성공한 쿠테타’를 꿈꾸는 자들에 의해 유린될 지 모를 일이다. 5·18에 대한 검찰의 결정이 바로 잡혀지는 날 80년 언론인 투쟁의 진상 파악과 함께 정당한 자리매김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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