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보처가 부천시민신문 등 5개 지역신문에 내린 2개월간의 발행정지 처분이 언론에 대한 현정부의 입장을 대변한 것이라는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공보처가 5개 지역신문에 정간 처분을 한 것은 매우 단순한 논리를 바탕으로 한다. 정간물법에 따라 윤전기를 보유 또는 단독 임대하지 않은 언론사는 정치기사를 쓸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은 ‘윤전기 정도를 보유하지 못한, 즉 취약한 재정구조를 가진 언론은 사이비 정치기사를 쓸 확률이 높다’는 판단에 근거한 것이다.

하지만 지역신문은 그 특성상 윤전기를 보유 또는 단독 임대할 이유가 없다. 주당 대판 8면 3천~3만부 정도를 인쇄(3만부일 때 월간 종이대 및 인쇄비 5백만원 소요)하면서 월간 운영비만 1천만원이 드는 윤전기를 소유한다는 것은 자본주의사회 회사경영의 원칙에도 위배된다.

따라서 지역신문은 윤전기를 살 돈이 없다기 보다는 보유하는 자체가 손해이기 때문에 아예 윤전기를 구입하지 않는 것이다.

또한 윤전기를 갖춰야 정치기사를 쓸 수 있는 ‘자격’이 있다는 태도는 넌센스에 다름아니다. 5·16쿠데타나, 유신정권, 전두환 정권 출범의 일등 공신이 바로 훌륭한 윤전기나 방송시설을 소유한 대언론사였다는 것을 누가 부정할 수 있겠는가? 올바른 정치기사는 윤전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입장을 갖는 신문사에서 나오는 것이다.

또한 지방자치시대를 맞아 지방자치를 더욱 고양시키기 위해서는 지역신문이 지역정치를 적극 다뤄야 한다. 지방자치는 이제 부인할 수 없는 대세이다. 뿐만아니라 지역정치는 더 이상 정치가 아니라 생활의 토대이다. 따라서 지역정치, 생활정치를 지역주민에게 전달하는 것은 지역언론 본연의 사명이다. 생활 속에 파고든 지역정치를 주민들에게 알림으로써 올바른 정치행위가 이뤄지도록 감시와 비판의 기능을 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러한 지역언론의 기본 상황과 입장을 무시하고 발행정지라는 최악의 언론탄압을 자행했다.

이러한 태도는 6공 초기 노태우 정부의 언론 정책보다 후퇴한 것으로 문민정부가 유신정권이나 5공화국의 언론정책을 답습하고 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제 정부는 언론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버려야 한다. 언론을 자본에 종속시키려는 노력이나, 언론에 부여된 고유 기능을 제한하려는 노력을 모두 버려야 한다. 자생적으로 피어오르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지켜나가기 위해서라도 지역언론의 올바른 노력을 보장해야 한다. 정부는 정간물법의 독소조항을 폐지함으로써 언로를 열어 성숙한 여론을 조성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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