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경쟁 막기위한 재난보도 윤리적 기준 정립도 절실 언론의 보도경쟁은 독자의 알권리를 신장시키는데 기여하고 있는 것인가. 언론의 지나친 경쟁이 오히려 독자의 정보접근을 어렵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예를 들어 언론사들의 경쟁적인 여론조사가 신문마다 결과가 달라 독자가 혼란에 빠진다면 언론의 경쟁이 독자의 알권리를 신장시키는데 기여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인가. 또 삼풍백화점 붕괴참사에서 보여준 것처럼 언론사간의 취재경쟁이 정확한 정보에 미흡한 것은 물론 인명 구조조차 방해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

지난 10월 27일 제주 서귀포 KAL호텔에서 열린 서울언론인클럽(회장 오소백) 세미나에서는 언론의 보도경쟁과 관련한 두가지 주제가 논의되었다.

고려대 통계학과 이재창교수는 ‘여론조사와 언론보도’라는 제목의 주제발표를 통해 “지난 94년 한국갤럽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조사결과가 발표자에 의해 의도를 가지고 발표된다’고 믿는 응답자가 58.7%나 돼 여론조사의 신뢰성이 의심을 받고 있다”고 지적하고 “여론조사의 공정성과 보도의 객관성을 보장하고 데이타베이스의 공동관리 및 이용을 위해 언론사와 학계가 공동 참여하는 민간자율기구를 만들자”고 제의했다.

이 교수는 미국이 여론조사를 위한 자료로 사용하고 있는 전국전화번호를 예로 들면서 전화여론조사가 대중화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행정구역과 연계된 전화번호의 체계화와 변동사항을 담은 데이터베이스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교수는 또 최근 정부차원의 여론조사 규제기구 설립 추진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토론자로 나선 한국리서치 노익상대표는 “조사업계의 영세성으로 신뢰성있는 여론조사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하고 “여론조사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설문지 원본을 함께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대륙연구소 책임연구원인 김종오씨는 우리나라 언론의 여론조사도 일본처럼 점차 전문 조사기관에 의뢰하지 않고 신문사가 자체조사 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연구원은 “자체여론조사가 시의적절하고 빠르게 이루어지는 장점은 있지만 전문기관에서 조사하는 것보다 객관성이 떨어지고 자사에 이롭지 않은 기사는 내보내지 않는 부정적인 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재난보도의 윤리적 고찰’이라는 제목으로 주제발표를 한 고려대 신방과 오택섭교수는 정보의 종류를 알권리, 알필요 그리고 알고 싶은 욕구라는 세단계로 분류하고 우리 언론의 재난보도태도는 아직까지 가장 저급한 대중의 알고 싶은 욕구, 즉 흥미에만 연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교수는 일본이 재난보도때 자극적인 화면이나 사진 사용을 피하고 공동체의식을 강조하는 차분한 보도를 지향하는 점과 미국이 공보관제도(PIO: Public Infomation Officer)와 미디어 정보센터 운영을 통해 재난 현장에 들어가지 않고도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고 질서회복에 기여한 점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교수는 이에따라 재난보도에 있어서만은 취재경쟁을 자제하고 풀(Pool)제를 도입할 것과 재난보도 전문기자의 육성, 재난보도의 윤리적 기준 정립등을 주장했다.

토론에 나선 도준호 조선일보 편집부국장은 재난보도에 있어서 언론사간에 과열경쟁이 벌어지는 이유는 결국 언론의 상업성에서 있다고 지적하고 옴부즈맨 제도 활성화와 시민의식 고양으로 수용자가 언론을 주도해 나갈 때 언론의 상업성과 같는 폐해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서재철 제민일보 편집부국장은 기자가 현장감 있는 보도를 하려할 때 적나라한 장면을 찍게 되는 부득이한 면이 있다고 했고, 정범태 세계일보 사진부부장은 사진기자들의 특종의식과 데스크의 요구때문에 재난현장에서의 취재경쟁은 이해해야할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오교수는 선정주의와 경쟁성 때문에 퓰리처상에서 재난사진을 빼자는 논의가 일고 있다고 지적하고 영상시대의 도래로 더 심각해질 수있는 흥미위주사진 게재의 문제점을 경고했다.

보도윤리에 적용할 수 있는 하나의 원칙으로서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목적으로 하는 공리주의를 제시하면서 오교수는 “다수를 위해서 개인이 희생될 수있다는 원칙적 공리주의가 아니라 약자를 보호할 수 있는 공동체를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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