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드라마와 영화는 과연 배 다른 형제인가. 최근 방송사가 드라마 제작 노하우를 바탕으로 영화제작 참여를 선언하면서 드라마와 영화를 서로 교류하며 제작하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드라마와 영화는 영상과 대사를 통한 스토리 구성이란 점에서 동일하다. 따라서 제작진의 구성과 제작과정에 있어서도 흡사한 부분이 많다. 시청자는 방송을 통해 영화를 보기도 하고 단막극을 볼 때는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갖기도 한다.

그렇지만 TV 드라마와 영화는 다른점도 많다.

먼저 영화는 한편으로 완결성을 갖지만 드라마의 기본은 연속극이다. 또 드라마가 가족이 보는 점을 감안해 제작한다면 영화는 같은 부류, 같은 취향의 사람들이 보는 매체이다. 트랜디 드라마조차 사회의 기본윤리를 강화하는데 비해 영화는 기본적으로 기존 질서를 부정하는 반체제적 성격을 갖고 있다. 영화인들은 롱샷을 주로하는 영화가 테마에 연역적으로 접근한다면 화면이 작은 드라마는 귀납적인 접근을 한다고 두 매체의 차이를 설명한다.

드라마와 영화의 동질성은 주로 방송사 안에서 제기되고 있다.

영화적인 발상으로 접근하기만 한다면 드라마 프로듀서가 영화를 제작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MBC는 자체 인력으로 영화를 제작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실제로 드라마에 어느 정도 자신을 갖고 있는 프로듀서 중에는 영화제작을 선언한 프로듀서도 많이 있다. ‘모래시계’의 김종학 프로듀서나 ‘코리아게이트’의 고석만 프로듀서,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의 황인뢰 프로듀서가 대표적인 사람들이다. 대부분의 드라마 프로듀서들은 궁극적인 꿈을 영화에 둔다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도 한다. 방송사가 영화제작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사내의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드라마 제작 스탭들은 PD라는 호칭을 사용하지 않는다. 감독님이라고 부른다.

실제로 SBS와 영화제작 계약을 맺었던 김종학 프로듀서는 ‘여명의 눈동자’와 ‘모래시계’를 함께 만들었던 작가 송지나씨나 카메라맨 서득원씨등과 함께 영화를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씨에 따르면 현재의 충무로 영화가 영화의 모든 것은 아니며 방송인들이 영화제작에 참여한다면 영화에 새바람을 몰고 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에는 할리우드 영화만 있는 것이 아니라 뉴욕영화가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충무로 영화와는 다른 여의도 영화를 개발할 수 있다고 말한다.

드라마에 영화식 기법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것으로 유명한 SBS의 이장수프로듀서는 우리나라 TV 드라마도 결국은 미국처럼 소프 오페라와 TV영화로 분화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현재와 같은 멜러드라마나 홈드라마가 소프 오페라 형태로 한축을 이루는 가운데 영화류의 미니시리즈가 적극적으로 개발되면서 방송 드라마 자체가 분화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씨가 만든 ‘아스팔트 사나이’나 김종학 프로듀서가 만든 ‘모래시계’는 TV 영화의 대표적인 예이다. 실제로 ‘모래시계’가 방영될 때 많은 영화평론가들은 외국영화기법의 복사판이라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방송사 안에서도 드라마와 영화의 공통점보다 차이점에 주목하는 사람들이 많이있다.

원로 프류듀서나 작가들이 그렇다. 이들은 스토리텔링 위주의 드라마와 영상을 통한 이미지 전달을 중시하는 영화는 접근방법에서부터 차이가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이들은 드라마 장면이 스토리를 자연스럽게 전달할 수 있는 설명에 충실하지 않고 영화기법을 도입해 화면을 혼란스럽게 하는데 이의를 제기한다.

영화인들이 주장하는 영화와 드라마의 차이는 비단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영화인들은 단지 시청률을 놓고 성패를 다투는 드라마와 흥행에 따라 영화사의 존립이 위협받는 영화는 시청자와 관객에게 접근하는 자세부터 다를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서울예전 강한섭교수는 “우리나라 프로듀서는 기본적으로 자존심 경쟁을 해봤을 뿐 생존을 건 경쟁에 나서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두 매체간의 경쟁력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고 지적하고 그러나 “방송사가 상대적으로 영화사보다 인력의 풀이 크다는 점을 잘 살린다면 흥행에 성공하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TV 드라마와 영화사이에 엄존하는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미 영화와 드라마사이에는 서로 교류가 시작됐다. KBS의 TV 문학관은 영화용 카메라와 기법을 이용해서 드라마를 만들기도 했다. 앞으로 고화질 TV가 도입되고 화면의 가로 세로 비율이 영화와 같은 형태로 변한다면 드라마의 영화화를 더욱 부채질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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