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뉴스프로그램 진행자들의 여당행이 줄을 잇고 있다. 우리는 솔직히 그들이 뉴스룸에 앉아서 기술적으로 여당편을 드는 것보다는 아예 그쪽으로 가서 내놓고 행동하는 편이 낫다고 보는 입장이다.

언필칭 공정보도니 언론자유니 내세우지만 속으로는 권력의 풍향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그쪽으로 발을 걸치려는 ‘사이비 언론인’보다는 ‘진짜 정치인’으로 나서는게 나라를 위해서는 어떨지 모르지만 언론을 위해서 훨씬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개인의 정치적 자유를 이 대목에서 주장하는 것은 옹색하다. 기만적이기도 하다. 언론을 밟고, 그것의 공적 가치를 훼손시켜가며 자신의 정치적 야망을 충족시키는 행위가 이 사회에서 칭송받아서는 곤란하다.

뉴스 앵커가 여당으로 진출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권력에 예속돼 있는 언론과 정치의 상관 관계를 읽을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권력 가까이에 갈 수만 있다면 언론은 이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돼도 좋다는 생각은 언론에 대한 권력 우위 현상의 의식적 반영이다. 스스로 언론인으로서의 자존심을 깍아먹는 일이기도 하다.

우리는 방송 보도의 불공정성을 비판하면서 언론인들이 시청자를 생각하기 보다는 권력의 눈치를 먼저 살피는 행태가 문제라는 점을 자주 지적해 왔다.

권력에 대한 비판과 감시를 그 본질적 임무로 삼는 언론이 권력을 향한 사다리로 용도가 바뀐다면 심각한 가치의 전도인 것이다.

방송사 사장들의 여당 진출설이 심심치 않게 나돌고 있는 상황에서 앵커들의 정계 진출 현상의 이면에는 그야말로 권언일체를 지향하는 반언론적 가치관이 숨어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문제는 다른 곳에도 있다.

우리는 이같은 언론인들의 정계 진출과 관련하여 아무런 사회적 논의도 촉발되지 않는 상황에도 문제의식을 느낀다. 특히 언론과 정치의 관계에 대해 심각하게 되돌아보게 만드는 이같은 상황에 대해 언론계 내부가 아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듯한 모습을 볼 때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의 현상이 특정인 몇명에 국한된 예외적인 상황이라기보다는 우리 사회 언론인들의 일반적 지향의 한 표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바로 이같은 문제제기의 부재 때문이다.

물론 우리는 언론인들의 정계 진출 그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아니다. 정치를 위한 수단으로 언론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이를 인위적으로 막을 수도 없으며 그럴 필요도 없다.

문제는 자신의 정치적 진출에 도움이 된다면 언론의 공적 기능을 훼손시키는 데 주저하지 않는 일부 언론인들의 행태가 사회적 비판의 화살에서 벗어나 있을 때 이같은 악순환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우려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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