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방송사마다 캠페인의 전성시대라고 부를 만큼 캠페인이 많아졌다. 그만큼 방송사가 공익성에 충실하다는 뜻도 되고 한편으로 생각하면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우리가 지켜야할 것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뜻도 될 것이다.

그런데 나는 한가지 캠페인을 계속해서 들어오면서 묘한 느낌을 갖게 됐다. 문제가 된 캠페인은 도로교통안전협회 협찬으로 라디오에서 방송하는 캠페인이다.
이 캠페인은 부부로 추정되는 남녀가 함께 나와 초보운전자인 아내의 운전에 문제점이 발견되는 상황을 설정해 놓고 운전의 베테랑인 남편이 충고해주는 것으로 구성돼 있다.

그 내용을 들어보면 운전에 도움이 되면서도 운전학원에서는 배울 수 없는 기초상식이 많아 운전에 서투르거나 난폭하게 운전을 하는 사람에게는 유익한 점이 많다. 그점에서는 나도 공감을 한다.
단 내가 문제점으로 생각하는 것은 남녀간의 역할 설정에 관한 것이다.

초보에 운전을 자기 고집대로만 하는 아내, 능숙한 운전솜씨에 다른 운전자에 대한 배려가 많은 남편. 이러한 설정이 우리 사회에 만연한 남녀차별적 관념에 따른 구분이라면 지나친 억측일까.
어차피 초보자와 능숙한 운전자로 역할을 나눠야한다면 사회통념상 남자 여자보다는 운전에 능숙한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을 돌이켜 볼 때 그렇게 구성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고 주장할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그런 분류조차 남녀에 대한 분명한 성차별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우리 사회에 남녀간의 성차별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초보의 역할을 누가 맡든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여자가 운전하는 차를 보면 재수가 없다든지, 여자들이 할 일도 없이 차를 몰고 다닌다든지, 여자들은 운전을 난폭하게 한다든지 하는 그릇된 관념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이 캠페인을 만드는 사람이 이런 문제에 대해 조금이라도 배려가 있다면 남녀의 역할을 반대로 설정하는 것이 지금 상황에서는 차라리 현명한 방법이었을 것이다.

드라마 상의 여자다움과 남자다움이 지나치게 전형화 돼있어 남녀평등을 왜곡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이때 캠페인을 만드는 사람들도 조금은 이에대한 고려가 있어야 하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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