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공정사회’의 실체가 드러났다. 국민은 연말 분위기는커녕 정부의 장밋빛 발표와는 다른 힘겨운 현실에 고달파하는데 권력의 실세들은 ‘국민혈세’를 쌈짓돈 다루듯 한 사실이 공개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적당한 눈속임과 뭉개기가 여전하다. 국민이 두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이들의 ‘어설픈 코미디’를 용인할 것이라고 본 것인가. 12월 8일 새해 예산안 강행처리를 둘러싼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의혹이 불거지고, 이는 여권을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여권이 선택한 카드는 ‘조폭 영화 따라하기’이다. 동아일보가 친절히 설명했던 12월 11일 청와대 비밀회동의 결과인 고흥길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사퇴는 ‘형님예산’ 사태를 바라보는 청와대와 여권 핵심부의 시각이 녹아 있다. 술렁이는 한나라당의 ‘조폭영화 따라하기’, 그 결말은 어떻게 될까.

다음은 15일자 전국단위 주요 아침신문 1면 기사다.

경향신문 <수공에 특혜 주려 시행령까지 고쳤다>
국민일보 <다자녀 가구 '보금자리론' 대출확대>
동아일보 <4대강사업 사실상 내년에 끝낸다>
서울신문 <'서울 4배' 토지거래허가구역 풀린다>
세계일보 <하루 평균 83회 당신을 엿본다>
조선일보 <언 땅에도 삽질하는 북 "이르면 3월 핵실험 가능">
중앙일보
한겨레 <'형님예산' 뒷감당에 10조원 든다>
한국일보 <분양가 상한제 폐지 공식화 비예금성 부채에 은행세 부과>

수자원공사 특혜 주려 시행령도 몰래 고쳐

   
  ▲ 경향신문 12월 15일자 1면.  
 
너무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 정치권도 언론도 수습이 잘 안 된다. 말끔한 정리가 어렵다. 12월 8일 벌어진 사건에 대한 얘기다. 한나라당은 엄청난 행동을 태연하게 감행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시급한 예산처리 원칙을 밝힌 다음날 여당 의원들은 압도적인 수적 우위를 앞세워 국회 본회의장을 장악했고, 새해 예산안을 처리했다.

문제는 여당 의원은 물론 여당 대표까지 새해 예산안에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모른 채 강행처리에 동참했다는 점이다. 뒤늦게 문제가 불거지면서 책임론이 번지자 이제는 ‘책임 떠넘기기’ ‘도마뱀 꼬리 자르기’에 급급하고 있다. 

더욱 문제는 논란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경향신문 1면 <수공에 특혜 주려 시행령까지 고쳤다>라는 기사에서 “정부가 4대강 사업비 가운데 8조원을 떠맡은 한국수자원공사(수공)의 이자비용 보전을 위해 직접 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수공법 시행령을 개정한 것으로 14일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정부는 수공의 2011년도 4대강 사업 이자비용 2500억원부터 출자 형식이 아닌 보조금으로 지원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수공은 4대강 사업에 8조원을 쏟아 부으면서 심각한 재정위기에 내몰렸는데, 정부가 임시방편으로 이를 보전하려다가 ‘사고’가 터진 것이다.

'형님예산' 뒷감당에 허걱! 10조 원?

   
  ▲ 한겨레 12월 15일자 1면.  
 
한겨레는 1면 <'형님예산' 뒷감당에 10조원 든다>라는 기사에서 “이명박 정부 출범 뒤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 지역구(포항시 남구·울릉군)에 배정된 형님예산의 전체 규모(미래 투자액 포함)가 1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서민들은 입이 떡 벌어져 다물어지지 않는 액수이다. 10조 원이라니…. 이번 사안은 휘발성이 큰 사안이다. 오죽하면 여당의 최고위원이 “정권 몰락의 신호탄”이라는 경고를 여당 지도부 회의에서 언론이 보는 가운데 전했을까.

그 주인공인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했다. 세계일보는 8면에 <"예산안 부메랑, 과거 노동법 기습처리보다 더 심각">이라는 홍준표 최고위원 인터뷰 기사를 전했다.

엄중한 상황을 전하는 언론의 시각은 차이가 있다. 경향신문이나 한겨레처럼 한나라당 예산안 강행처리의 문제점을 꾸준히 지적하는 언론이 있는 반면 정부의 ‘국면전환’ 의도에 발맞추는 언론도 있다.

홍준표 "예산안 부메랑 노동법 기습처리보다 심각"

   
  ▲ 세계일보 12월 15일자 8면.  
 
정부가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자 장밋빛 청사진 전달에 주력하고 있는 언론이다. 서울신문은 1면에 <소득하위 70% 유아학비 지원>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국민일보는 <다자녀 가구 '보금자리론' 대출 확대>라는 기사를 1면에 내보냈다.

정부가 서민을 위해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는 것을 전하는 것도 좋지만, 언론 본연의 의무는 권력에 대한 비판과 견제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일부 언론이 ‘행복한 대한민국’을 전하려 노력을 해도 술렁이는 여권의 현실 자체를 감출 수는 없다.

한국일보는 5면 <여 수그러질 줄 모르는 지도부 사퇴론>이라는 기사에서 “‘사퇴할 경우 전당대회 개최 등으로 큰 파장을 낳을 수 있는 안 대표를 보호하기 위해 김 원내대표를 사퇴시키는 안이 검토되고 있다’ 등의 얘기가 당 안팎에서 흘러 나왔다”고 보도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1일 귀국한 이후 청와대 비밀회동을 가졌고, 다음날 고흥길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총대를 메고 사퇴했다. 그러나 난데없는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의 행동은 정치권과 언론의 의문만 증폭시켰다.

한나라당 지도부 사퇴론 가열되는데 책임지는 사람 없네

   
  ▲ 동아일보 12월 15일자 8면.  
 
한나라당이 ‘조폭 영화’ 따라하기에 나섰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폭 영화에서는 보스를 보호하고자 적정한 위치의 부하가 대신 책임을 지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문제는 영화에서도 그렇지만, 현실에서도 어설픈 보스 구하기는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제는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를 구하고자 김무성 원내대표가 사퇴할지 모른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당사자도 그렇게 생각할까. 국민일보는 6면 <한나라 지도부 책임론 가열>이라는 기사에서 “당 지도부는 추가 인책론을 일축하고 사태 추이를 관망하는 모양새”라며 “본인이 물러날 것이라는 관측이 일각에서 제기되는 데 대해 김무성 원내대표는 '전쟁이 나면 후방 교란이 문제'라며 '나는 물러설 마음이 없고 생각해 본 적도 없다. 다 떠도는 얘기들'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안상수 대표는 물론 김무성 원내대표도 일단 버티기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동아일보는 8면 <안상수 "예산안 관련 추가문책은 없다">라는 기사에서 “한나라당은 14일 김무성 원내대표 주재로 원내대책회이를 열 예정이었으나 회의를 전격 취소했다. 예산안 강행 처리의 후폭풍 속에 자칫 당내 분란의 장면으로 비칠 장면이 연출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다”라고 설명했다.

여당 지도부가 밖에서 보는 시선을 의식해 공식 회의도 취소할 만큼 한나라당은 술렁이고 있다. ‘형님예산’ 논란을 진화하고자 당 전체가 궁지에 몰리는 형국이다. 심지어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기획재정부 쪽에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보여 비판을 자초했다.

중앙일보 "여당은 정부에 책임전가 말라"

   
  ▲ 중앙일보 12월 15일자 사설.  
 
책임지지 않는 여당의 모습은 보수신문에서도 입방아의 대상이다. 중앙일보는 <예산권을 정부에 넘겨줄 것인가>라는 사설에서 “예산안 심사를 더 해야 한다는 야당의 요구를 묵살하며 강행 처리한 집권당의 대표가 그 안에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도 모르고 있었다는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책임을 정부에 돌릴 일이 아니다. 예산안을 회기 내 처리한 것은 그대로 평가할 만하지만 그렇다고 내용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졸속 처리한 책임이 면탈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논란의 초점인 대통령 형님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은 “별 일 아니다”라는 반응이다. 대통령 형제는 여전히 천하태평이다. 육군참모총장이 바뀔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후임 인사가 누구인지 관심의 대상이다.

‘형님 예산’으로 여권이 곤혹스러워하는 이 시점에 후임으로 거론되는 인물은 다시 그 지역 사람이다. 한겨레는 6면 <청와대발 군개혁 신호탄?>이라는 기사에서 “(육군참모총장 후임으로는) 이명박 대통령과 같은 포항 동지상고 출신인 김상기 사령관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돈다”고 보도했다.

'모럴해저드' 꾸짖는 이명박 대통령

   
  ▲ 한국일보 12월 15일자 1면.  
 
이쯤 되면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에 대해 권력의 핵심부가 곱씹어야 하지 않을까. 때마침 그런 얘기가 나왔다. 한국일보는 1면 라는 기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14일 ‘잘못은 금융인이 하고 부담은 국가와 국민(세금)이 지는데 이는 매우 비윤리적’이라며 ‘금융기관은 매우 강한 윤리적 책임을 지녀야 하며 새로운 윤리관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좋은 말이지만 대통령 형제를 향한 부메랑이 될 수도 있는 경고라는 점을 알고는 있는 것일까. 술렁이는 한나라당은 일단 버티기에 나섰지만 MB정부는 이미 내상을 입었다.

경향신문은 4면 <빛바랜 친서민·공정사회...동력 잃은 MB국정기조>라는 기사에서 “부자감세와 민간인 사찰에서 흔들려온 핵심 국정기조들이 해도 넘기기 전 신뢰와 추동력을 잃은 형국”이라며 “8·8 개각 파동 후 던져진 친서민과 공정사회 국정기치가 결국엔 국면전환용이었음을 보여준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정신줄을 놔버린 주류 세력"

   
  ▲ 조선일보 12월 15일자 38면.  
 
누구의 탓일까. 누구의 책임일까. 이명박 대통령이 남의 모럴 해저드 걱정을 하고 있을 때일까. 한겨레는 <이 대통령, '날치기 후폭풍' 계속 모른척할 건가>라는 사설에서 “늘어난 것은 '형님 예산'과 '청와대 안방마님 예산'이요, 줄어든 것은 저소득층·노인·여성·장애인·농어민·비정규직·영세상공인 등 사회적 약자들의 몫이니 청와대는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어 보인다”면서 “상황이 이쯤 됐으면 청와대가 직접 국민에게 사과하고 예산집행을 보류하는 등 뒷수습에 나서는 게 도리”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 38면에 실린 <근력만 키우고 '정신줄' 놔버린 여당>이라는 김창균 정치부장 칼럼은 여권이 경청해야 할 경고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이런 내용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얼마 전부터 '나에게 레임덕은 없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다. 야당이나 당내 비주류 세력이 임기 중반을 넘어선 정권에 시비를 걸어올까 염려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정작 대통령의 발목을 잡는 쪽은 각자 자기 몫 챙기기에 바빠 정권 안위엔 정신줄을 놔버린 주류 세력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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