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킬 예정인 통합방송법안이 몇가지 주요 쟁점을 둘러싸고 논란을 빚고 있다.
위성방송 사업주체 문제, 통합방송위의 구성방식과 권한 문제가 대표적인 쟁점 사안이다. 그러나 우리는 다양한 쟁점을 관통하는 핵심 쟁점 하나에 관심을 갖는다. 그것은 권력의 문제다.

미디어정치 시대의 권력은 총구가 아니라 화면에서 나온다는 명제는 크게 틀린 말이 아니다. 권력 창출의 관건적 요소인 TV 장악을 둘러싸고 정파간의 날카로운 이해 관계가 대립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더욱이 TV가 생산해내는 것은 권력뿐이 아니다. 그것은 엄청난 자본의 초과 이윤도 보장한다.

우리시대의 자본은 또다른 형태의 권력이라는 점에서 TV는 단순한 매체를 훨씬 넘어선 그 무엇이다. 이같은 맥락에서 보면 자신들의 영역 확보를 위한 정부 부처내의 ‘밥그릇싸움’은 오히려 사소한 문제다.

통합방송법이 우리 사회의 핵심제도로 굳어진 TV를 누구의 통제권에 둘 것인가 하는 문제를 사회적으로 강제하는 장치라는 점에서 이에 대한 권력과 자본 그리고 또하나의 권력으로 불리는 언론의 관심이 지대할 수밖에 없다.

정치권이 방송사 사장 임면, 통합방송위 위원 선정 방식에 상대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반면 재벌과 기존 신문사들이 시장진입의 자유와 채널 성격의 자율적 결정을 주장하고 나서는 것은 그들의 이해 관계가 어느 지점에서 부딪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참으로 심각한 문제는 이들 집단 누구도 진정한 국민의 이익 편에 결코 서있지 않다는 점이다. 국민의 이익은 관념이 아니다. 그것은 실체다.
국민은 공정한 보도를 원한다.

이는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필수 전제로 한다. 과연 무엇이 공정한 보도인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와 해석이 있을 수 있지만 권력의 간섭이 공정성을 훼손한다는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지금처럼 인사권부터 모든 인·허가권까지 정부가 배타적으로 행사하는 구조는 해체돼야 한다.

통합방송위원회의 구성이 보다 개방적 구조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은 이같은 맥락에서 볼 때 대단히 중요한 대목이다. 이와 관련 지역·직능·계층 대표성이 담보되는 가운데 대의 기관인 국회를 통해 추천과 선임의 과정을 거치도록 하자는 구성안은, 이를 정착시키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행착오 과정을 겪겠지만 방송을 국민의 것으로 돌릴 수 있는 최선의 방안으로 판단된다.

재벌의 방송 참여의 경우 대자본이 없으면 운영할 수 없는 방송의 특성을 근거로 이를 대세로 인정하는 기류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경제적 합리성과 형평성, 그리고 경쟁의 공정성을 훼손시키고 있는 주범으로 평가받고 있는 재벌이 방송에 참여했을 경우 나타날 수 있는 폐해를 짐작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현실적으로 일정 수준이상 규모를 가진 기업이 아니면 방송사업에 뛰어들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때에도 지분제한, 초과이익 환수 등 시장 조건과 관련된 공적 규제가 분명해야 한다. 이같은 장치는 경제논리와 함께 자본이 방송이라는 매체를 매개로 권력화하는 길을 차단한다는 정치논리에 비춰봐도 필수적 요구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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