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드라마는 있지만 정치 드라마 작가는 없다.” 최근 <코리아게이트> <제4공화국>등 정치드라마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면서 화제가 되고 있지만 방송가에서는 정작 정치드라마 작가 부재를 호소하고 있어 대조를 보이고 있다.

SBS와 MBC가 각각 <코리아게이트>와 <제 4공화국> 제작에 들어가면서 가장 고민했던 문제도 작가 빈곤 문제였다.

<코리아게이트>의 경우 일찌감치 고석만 프로듀서와 프로그램을 준비해온 이영신씨가 집필을 맡으면서 비교적 쉽게 이 문제를 해결했지만 <제 4공화국>은 제작에 들어가면서 마땅한 작가를 구하지 못해 애를 태웠다. 결국 드라마 경험이 전무한 김광휘씨를 대표작가로 4명의 집필진을 구성했지만 김씨가 집필을 거부하면서 소동을 겪었고 지금은 작가를 이호씨로 교체하면서 후속부분을 제작하고 있다.

<제 4공화국>이 제작되기 직전 정치드라마 작가는 고 김기팔씨가 단연 돋보이는 존재였다. 김기팔씨는 <제 1, 2, 3 공화국>과 대하드라마 <땅>등을 집필하면서 정치드라마에 관한한 독보적인 위상을 유지해왔다. 정치 드라마에서 MBC가 독점적 우위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김기팔이라는 작가 때문이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91년 김기팔씨가 타계하면서 정치드라마의 맥을 이어오던 MBC로서는 갑자기 작가 부재 상황에 직면해야 했다. MBC가 <제 4공화국>제작에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자 이를 준비해온 고석만 프로듀서가 작가 이영신씨와 함께 SBS행을 택한 것도 MBC에는 결정적인 타격이 됐다.

현재 정치드라마 작가로는 이영신씨 이외에도 김교식, 고영훈, 김문영씨등이 있다. 이중 고영훈씨와 김문영씨는 현재 라디오 정치드라마를 집필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은 수요보다 공급이 적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방송가에서는 정치 프로그램을 쓸 수 있는 작가 기근현상이 비단 드라마에만 국한 된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정치코미디나 시사콩트 프로그램 같은 시사 프로그램 전반에 걸쳐 작가 기근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시사콩트를 집필해온 작가 김성씨는 이에대해 “시사적으로 민감한 문제에 대해 방송이 오랫동안 외면해오면서 시사적인 안목을 갖고 구성을 할 수 있는 작가가 양성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작가 부재 현상은 결국 방송사 탓이 크다는 것이다.

그러나 방송사의 입장은 또 다르다. MBC TV 제작국의 최종수 부국장은 “전반적으로 정치드라마를 쓸 수 있는 작가를 찾기 어려운 상태에서 정치드라마를 활발하게 제작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이에대해 한국방송작가협회 신상일 상임이사는 “작가 선택의 폭을 넓힌다면 이같은 기근현상은 상당히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정치적인 감각이 있는 작가에게 정치드라마 집필을 의뢰하는 것보다 시사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작가들중 드라마 구성역량이 있는 사람에게 정치드라마를 의뢰하는 방식으로 발상의 전환을 한다면 작가가 그렇게 빈곤한 것만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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