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과 30일 전국 1백여개 대학의 학생들은 5·18 특별법 제정과 특별검사제도입을 촉구하는 동맹휴업을 결의하고 격렬한 거리시위를 벌였다.

이번 동맹휴업과 시위를 주도한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의 정태흥의장(고려대 총학생회장·법학4년)만나 5·18특별법 제정과 관련된 학생운동의 이후 활동계획등을 돌아봤다. 그는 현재 수배 상태다.
<편집자>


-검찰의 5·18 고소고발사건에 대한 불기소처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한총련 의장 이전에 법학도로서 경찰의 불기소 처분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법적 논리가 아닌 정치적 논리에 근거한 판단이다. 법의 기본원리인 죄형법정주의을 무시한 결정으로, 법학을 공부한 사람들의 판단이라고 할 수 없다. 검찰의 불기소 결정을 두고 최근 신림동 고시원에서는 ‘공부할 맛이 안난다’라는 푸념이 많다고 한다. 검찰의 이번 결정이 정권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검찰은 결국 역사와 국민들에게는 죄인으로 낙인 찍힐 것이다”

-이번 동맹휴업으로 무엇을 얻을 수 있나

“5·18진상규명과 학살자 처벌 문제는 현 정부의 주장대로 역사에 맡겨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교수님들의 항의성명이 잇따르고 있으며 5·18특별법 제정을 위한 국민서명운동이 더욱 확산ㅚ고 이따. 현 정부의 잘못된 결정에 대한 국민적 분노의 표시라고 본다. 학생들 역시 반드시 5·18특별법 제정과 학살자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의지를 갖고 있음을 알리기 위한 행동이다”

-동맹휴업, 시위등을 통해 5·18 특별법 제정과 책임자의 법적 처벌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보는가.

“현재로선 가능성은 50%라고 본다. 처벌하느냐 마느냐는 결국 국민의 힘에 달린 문제라고 본다. 국민적 분노는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이같은 국민적 분노가 폭발하게 된다면 현 정권도 어떤 형태로든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는 정치권의 동향과 상관없이 광범위한 국민적 지지를 얻기 위해 투쟁하고 있다.”

-시위에 대한 시민 반응은 어떤가.

“상당히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개인적인 경험을 보더라도 ‘고생많다’며 격려를 아끼지 않을 뿐 아니라 음료수를 사와 학생들에게 나눠주는 시민들도 있다. 거리행진을 할 때 학생들과 함께 대열을 지어 행진하는 시민들도 있다”

-시위로 인해 교통체증을 야기하는 등 시민불편이 많다는 지적도 있다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지적이다. 그러나 최근 시위와 관련해서 노골적으로 학생들을 비난하는 경우를 본 적이 별로 없다. 시민들이 불편함을 참아 주고 있다고 본다. 그 만큼 5·18특별법 제정 문제에 대한 국민적 공감이 확산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시위가 폭력화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은데.

“시위가 어떤 양상으로 전개되느냐는 전적으로 현 정권에게 달린 문제다. 현정권이 국민적 요구를 수렴한다면 시위는 평화적으로 진행될 것이고 그렇지 않고 계속 불기소 입장을 고집한다면 국민적 분노는 더욱 거세질 것이다”

-이후 활동계획은.

“10월 초순까지는 이번 동맹휴업에 대한 평가를 진행한 뒤 중순경 정기국회에서 5·18특별법 제정과 관련된 논의가 진행될 시점에 맞춰 ‘전두환·노태우 체포결사대’의 ‘연희동 진격투쟁’을 벌일 것이며 각지역 지부별고 지역내 민자당 의원 사무실을 방문, 성의있는 답변을 촉구할 것이다.

만약 정기국회에서 별 성과가 없을 것으로 판단될 경우, 11월3일 학생의 날을 기해 ‘전국학생 총궐기’를 단행할 것이다. 5·18특별법이 제정될 때까지 강도 높은 투쟁을 벌여 나갈 것이다. 5·18문제를 내년 총선과 연계시켜 민자당 후보 낙선운동을 지역 주민들과 함께 벌일 계획도 갖고 있다”

-30일 새정치국민회측이 정부여당에 이용당할 염려가 있으니 학생시위를 자제해 줄 것을 요구했는데.

“제도 정치권 내에서 야당이 해야 할 일과 청년학생들이 해야 할 일은 다르다. 학생들은 부정에 항거하는 것만이 지식인의 올바른 자세임을 믿고 실천할 뿐이다. 그것이 학생운동의 전통이고 현재 우리의 모습이다”

-5·18과 관련한 언론보도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지금껏 언론이 5·18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교수들의 성명 행진을 단신으로 처리하든지 아니면 아예 보도하지 않은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는 분명 온당치 못한 보도태도라고 본다.

그래도 최근 신문들 가운데 학생들의 동맹휴업을 1면 머릿기사로 크게 보도하거나 사실보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최근 보도 가운데 양비론적 입장을 취하는 보도태도는 분명 문제가 있다고 본다”

-정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더 이상 문민정부가 아닌 독재정권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전두환·노태우정권과 다른 점이 거의 없다. 오히려 노태우정권 보다 못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노정권은 그래도 자신이 모태인 5공화국에 대해 청문회라도 갖지 않았는가.

그런데 김영삼정권은 문민정부를 자처하면서 더구나 개혁을 하겠다면서 5·18 학살자를 처벌하라는 국민적 요구를 무시하고 있다. 결국 김영삼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은 더욱 증대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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