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방송국 설립을 추진해 온 서강대와 KBS는 12일 조인식을 갖고 오는 12월중에 첫 방송을 실시하기로 했다. 93년 5월부터 추진돼온 장애인방송국 설립이 2년만에 결실을 맺게 됐다.

장애인방송 설립을 주도해온 서강대 최창섭교수(장애인방송국 운영위원장)는 “여기까지 오는데 정말 장애가 많았다”며 그간의 고충을 먼저 토로했다. 장애인을 대하는 우리사회의 편협한 시각을 시사해주는 그의 이런 고충 토로는 장애인방송이 장애인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특별한 채널’로 결정된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장애인방송은 별도의 독립된 채널(주파수)로 방송되지 않고 KBS 표준FM 주파수(97.3 MHz)를 공동 사용하는 다중방송으로 허가가 났다. 방송 청취를 위해서는 특수 수신기가 필요해 장애인방송은 자칫 장애인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반쪽 방송이 될 우려도 배제할 수 없는 형편이다.

장애인방송은 부가음성방식(SCA)으로 방송된다는데.

“별도의 독립된 채널(주파수)을 갖는게 아니라 기존 FM 주파수를 같이 이용하는 방식이다. 기존 KBS 1 FM 주파수에 별도의 방송신호를 중첩시켜 내보내는 것으로 다중방송의 하나라고 보면 된다.

일반 라디오 수신기로 들을 수 있나.

“SCA 전용 특수수신기가 있어야만 청취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일반인들은 방송을 듣기가 어려울 것 같은데.

“그런 점이 있다. 장애인방송의 주요 대상이 장애인인 것은 사실이지만 장애인방송은 장애인들 뿐만이 아니라 일반인들이 폭넓게 청취할 수 있을 때 본래의 역할과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다. 장애인의 문제는 장애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특수수신기는 어떻게 구입할 수 있나.

“아직 국내에서 생산되고 있는 제품은 없다. 일단 KBS가 외국에서 SCA수신기를 들여와 장애인들에게 무료로 공급할 방침이다.”

그러나 과연 방송전에 이같은 수신기가 얼마나 공급될지는 의문이다. KBS는 10월중에 캠페인을 전개, 사회단체 및 독지가들의 후원을 받아 개국 전에 1만개 정도의 SCA 수신기를 확보할 방침이지만 시각장애자 22만명을 비롯, 1백만명에 이르는 장애자 수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라는 수량이다. 국내생산이 된다고 하더라도 얼마나 보급될 수 있을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시작은 SCA방식이지만 ‘오픈 채널’(일반 채널)이 돼야 한다”는게 최교수의 지적이다.

운영문제를 두고 KBS와 갈등이 있었다는데.

“처음에 KBS가 특정종교 재단의 서강대와 공동주체가 됐을때 논란의 여지가 있다며 운영주체를 KBS로 하자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장애인방송국의 실질적인 준비를 해온 것이 서강대인 만큼 서강대와 KBS가 공동운영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운영상 KBS는 송출을, 서강대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며 편성과 심의는 공동협의하에 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KBS는 송출에 드는 모든 비용을, 서강대는 제작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부담하기로 했다.”

주로 어떤 내용을 방송하게 되는가.

“주요일간신문 낭독, 재활 프로그램, 성공한 장애인 탐방 다큐멘터리, 장애인 정보 프로그램, 음악·문학·명상 등과 함께 장애인들의 사회참여를 도와줄 수 있는 프로그램등을 제작할 것이다.”

프로그램 제작과 방송운영에 따른 인력은 확보돼 있는가.

“현재 편성·제작본부장이 확정돼 있고 앞으로 PD, 아나운서, 기술 등 고정인력 10여명을 채용할 것이다. 그리고 방송운영에 필요한 인력은 자원봉사자들을 적극 활용할 생각인데 방송경험이 있는 자원봉사자들을 파트타임으로 활용할 생각이다.”

프로그램 제작등에 상당한 재원이 필요할텐데.

“장애인방송은 비영리, 무상업광고를 원칙으로 하고 있어 광고방송을 통한 비용충당은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프로그램 제작에 필요한 재원은 후원회 조직과 성금을 통해서 충당할 생각이다. 현재 일부 기업과 뜻있는 독지가들이 후원 의사를 밝혀와 고무적이다.”


당장은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전문방송으로 시작하지만 앞으로 케이블 TV 방송 등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을 갖고 있는 최교수는 “어렵게 출발한 만큼 장애인들의 복지향상과 나아가 장애인에 대한 우리사회의 그릇된 시각을 바로잡아 장애인들이 불편 없이 일반인들과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는 사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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