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젊은 장애인 노점상 죽음에 대한 우리 언론의 태도는 싸늘하고 잔인하다. 그리고 반인간적이며 반생명적이다. 언론은 무관심을 통해 그들의 입장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인천 연수구 아암도의 노점상이었던 이인덕씨가 노점 강제철거에 항의해 투쟁을 벌이던 중 지난달 28일 아암도 앞바다에서 의문의 변사체로 발견됐다. 유족 및 동료 장애인들은 이씨의 시신이 발견된 당시 양손이 묶여 있었으며 온몸에 피멍이 든 것을 근거로 타살 의혹을 강력하게 제기하고 있다.

특히 경찰이 영장을 발부받았다고는 하지만 유족과 다수의 사람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면서 시신을 옮겨 유족의 동의도 없이 강제 부검한 후 사인을 익사로 발표한 것도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우리는 이씨의 죽음에 대한 진상이 즉각적으로 그리고 명백하게 조사돼야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그러나 우리가 이 난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진상 규명 그 자체보다는 한 장애인 노점상의 죽음에 대한 언론의 철저한 ‘외면’의 의미이다.

80년 광주 학살이 우리의 공분을 사고 있는 것은 죽음의 ‘숫자’ 때문만은 결코 아니다. 그것은 일반 시민들이 부당하게 그리고 국가의 합법적 폭력기구인 군인들에 의해 죽임을 당했기 때문이다. 이번 이씨의 죽음도 경찰의 발표와는 달리 이른바 공권력에 의한 또는 공권력의 방조에 의한 타살이라는 의혹이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의혹은 철저히 규명돼야 한다. 물론 이같은 작업의 직접적 책임을 지고 있는 곳은 경찰을 비롯한 관계 당국이다. 그러나 언론 또한 이 죽음에 대해서 ‘침묵’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지 않는다. 그들은 보도해야 한다.

이는 민중의 생존권 보장에 언론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우리 언론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주장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또 설령 그 지역에서의 노점 행위가 현행 법이나 지방 정부의 방침에 위반된다 해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이씨가 장애인이든 빈민이든 공권력과 직간접으로 관계된 상황에서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면 이는 중요한 사회적 관심사로 대두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우리 언론은 강자에게는 한없이 약하지만 약자에게는 한없이 강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전·노 양씨에 대한 언론의 강력한 비판을 보고 ‘하이에나 언론’이라고 비아냥대는 것도 언론의 이같은 속성 때문이다.

숨진 이씨처럼 공동체의 일원이면서도 생존권 자체가 위협을 받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우리 사회가 폭력적 강제 철거 이외의 다른 대안을 찾지 못하고 언론 또한 이를 그냥 지나칠 수 밖에 없는 지경이라면 우리의 공동체는 이상이 있는 것이다.

이씨의 죽음과 비슷한 시기에 발생한 가수 김성재씨의 죽음에 대한 언론의 적극적인 조명과 대비되는 ‘침묵과 외면’은 상업 논리에만 충실한 우리 언론의 모습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우리는 언론이 지금이라도 의혹에 싸인 이씨의 죽음에 대한 진상이 철저하게 규명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줄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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