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가 지난달 26일자 1면 머릿기사로 보도한 ‘95년 전국 1백32개 대학평가’ 기사가 가판인 10판과 배달판인 42판의 내용이 달라 문제가 되고 있다.

가판에선 종합평가 상위 10개 대학 순위를 매긴 도표에 KAIST, 포항공대, 서울대, 연세대, 서강대, 고려대의 차례로 종합순위 항목이 들어가 있는 데 반해 배달판에선 이 항목이 빠지고 기사 본문에 서강대와 고려대의 순서가 바뀐 종합성적을 매긴 결과가 들어 간 것이다. 큰 부제목도 <포항공대 2위-서울대는 3위>에서 <’재정 . 시설’ 포항공대 2위, 평판도 고대>라고 바뀌었다.

다분히 고려대의 입장을 고려한 흔적이 엿보인다.

이와 관련해 중앙일보 대학평가팀의 한천수 차장은 “종합순위를 뺀 것은 자칫 이번 조사가 대학을 서열화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고 “서강대와 고려대의 순서가 바뀐 것은 순위를 변경시킨 것이 아니라 상위 6개 대학을 선발해 통상적 순서에 따라 나열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특정 대학을 염두에 두고 기사를 고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석연치 않은 점은 곳곳에 있다. 어차피 종합이든 부문이든 순위를 매기게 되면 서열화는 불가피한 것이다. 또 정말 서열화를 우려했다면 종합순위를 다 빼버려야지 순서가 바
뀐 종합성적을 본문 기사에 넣은 것도 그렇다.

또 중앙의 해명을 전적으로 믿는다고 해도 조사의 결과를 애초 기획취지와 달리 필요에 따라 키우거나 죽일 수 있다는 사실은 더 큰 우려를 낳게 한다. 조사의 결과는 기획취지와 불가분의 관계일 수밖에 없다. 어떤 취지를 갖고 조사를 했는가가 조사결과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조사결과를 편의적으로 편집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발상은 사실(fact)을 생명으로 하는 기사에는 치명적일수 있다.

더구나 조사방법과 표본내용을 밝히지 않고 로우데이타(raw date)를 공개하지 않은 것도 조사의 투명성에 불필요한 의혹을 살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신중하게 고려됐어야 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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