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개국 예정인 장애인방송이 일반 라디오 수신기로는 청취가 불가능한 특수 채널 배정과 사전 준비 부족등으로 정상적인 방송기능이 어려울 전망이다.

KBS와 서강대는 12일 장애인방송 공동운영을 위한 조인식을 갖고 오는 12월 개국을 목표로 방송 준비에 나서고 있으나 표준FM 97.3MHz를 통해 부가음성방송(SCA)방식으로 송출되는 방송을 청취하기위해 필요한 라디오 수신기마저 국내에 없어 전량 외국에서 수입해야 할 처지이다.

SCA방식은 일종의 음성다중방송으로 이를 청취하기 위해서는 SCA전용수신기를 사용해야 한다.
KBS와 서강대는 방송 개국전까지 미국에서 SCA전용 수신기 1만대를 수입, 시각 장애인들에게 무료로 공급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같은 물량은 장애인방송이 주요 청취자로 삼고 있는 22만명에 이르는 시각장애자 수에도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1백만명에 이르는 장애인들은 물론 주요 시청자층인 시각 장애자들이 장애인 방송을 제대로 청취할 수 있기까지는 개국후에도 상당한 기일이 걸릴 전망이다. 특히 재원도 마련돼 있지 않아 이같은 수신기 보급 계획마저 차질없이 이뤄질 수 있을지 우려되고 있다.

SCA 라디오 수신기는 대당 5만원 꼴로 1만대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5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나 수신기 공급을 책임지고 있는 KBS는 이를 위한 별도 예산 편성은 계획하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KBS는 필요 경비를 캠페인 모금을 통해 조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장애인방송은 일반인의 청취가 거의 어려운 가운데 장애인중에서도 극히 일부만이 청취할 수 있게 돼 장애인에 대한 사회 일반의 잘못된 인식 전환등 장애인방송에 요구되는 기본적인 사회적 기능은 물론 장애인 전문 방송으로서도 상당기간은 제구실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대해 장애인단체의 한 관계자는 “제대로 준비도 하지 않은채 졸속 개국을 서두르는 것도 문제지만 장애인방송을 내주면서 당장 수신도 할 수 없는 특수 방송으로 인가를 내준 공보처의 빗나간 결정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강대와 KBS는 당초 공보처에 일반방송 채널을 요구했으나 공보처는 전문방송에 일반 채널을 줄 수 없다는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보처 방송과의 한 관계자는 “주파수가 한정돼있고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방송에 일반 채널을 허가하는 것은 전파의 효율성 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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