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홍보 포스터에 쥐 그림을 그린 대학강사 박모씨(41) 등 5명의 배후를 캔다며 한 인문학 연구공동체로 지목해 공안수사를 벌이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16일자 경향신문 10면 기사에 따르면,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대학강사 박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인 지난 2일부터 ‘G20 홍보 포스터 낙서’에 참여한 5명 전원을 차례대로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경향은 “경찰은 이들 5명이 연구모임 ‘수유+너머’에서 세미나를 듣고 함께 공부하다가 이 같은 일을 공모했다는 점에 주목해 이들에게 ‘수유+너머란 어떤 곳인가’ ‘회원제 등 자격조건이 있나’ ‘누가 주도적으로 (세미나를) 진행하나’ ‘세미나를 듣는 돈은 어디에 내는가’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 16일자 경향신문 10면.  
 
경향은 “경찰은 이들에게 ‘G20에 쥐를 그린 것은 무슨 의미인가’ ‘쥐를 그린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반복했다”며 “이들은 ‘발음이 같아서 그렸을 뿐’이라고 일관되게 대답했다”고 전했다.

특히 경찰은 구속영장이 기각된 대학강사 박씨를 지난 7일 재소환 해 조사를 했는데, 이때 휴대전화를 압수했고, 사건 현장인 서울 을지로 롯데백화점 인근의 모든 폐쇄회로(CCTV) 영상도 확보해 분석을 완료하는 등 고강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같은 수사에 대해 경찰 내부에서도 의아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경향은 익명의 경찰 관계자들 발언을 인용해 “검찰이 평소와 달리 일반적 재물손괴 사범을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에 배당한 것도 이상했다. 또 관례대로 훈방하거나 약식기소해 벌금형에 처하는 대신 영장 신청을 지시한 것은 더욱 이해가 가지 않았다”고 전했다.

박씨의 변호인인 박주민 변호사도 “휴대전화 통화내역과 전화번호부를 뒤져 검경이 평소 주목하고 있던 주요 공안사범 용의자들이 나오는지 보려는 수사”라고 비판했다.

한편, 연구공간 ‘수유+너머’(http://www.transs.pe.kr)는 교수 등 연구자들의 생활공동체로서, 인문강좌․ 세미나 등을 진행해 오고 있다. 경찰은 이들 5명에 대해 오는 18일 한꺼번에 재소환해 대질신문을 벌일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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