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보처장관이 여권의 향후 정국의 운용 방향에 관해 언론에 배경설명을 해준 것은 언론보도가 자신들이 원하는 진행방향에 역행하지 않도록 암암리에 유도하고자 하는 의도가 짙게 배어있는 행동으로 보인다. 이는 정부가 언론을 다루는 ‘고전적 수법’ 가운데 하나다.

특히 비자금, 5·18 정국의 연내 탈출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정부 여당으로서는 이를 위한 언론의 협조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는 점에서 오장관과 주요 언론사 정치부장들의 11일 회동은 주목된다.

정부 여당이 이를 위해 온갖 통로를 활용해 왔다는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오인환 공보처장관이 11일 중앙일간지 및 통신사 정치부장들을 만나 전, 노씨 관련 문제의 연내 조기수습 의견을 피력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정부 여당이 국민적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는 대선자금 수수 논란에서 벗어나 다가올 4월 총선을 위한 국면전환을 꾀하고 있다는 주장은 여러 언론보도를 통해 이미 공개됐다.

그러나 비자금 및 5·18 정국은 정부 여당이 바라는 대로 ‘종전일로’가 아닌 ‘확전일로’에 있으며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도 국민들은 비자금과 5·18의 진상이 숨김없이 밝혀지길 바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국면에서 오장관이 정치부장들을 만나 “노씨 비자금으로 촉발된 현 정국을 연내에 매듭짓고 국면전환을 이뤄야 한다”고 피력하며 구민자당 사무총장 조사 및 7백90억원 공개의 배경까지 설명한 것은 정부 여당이 언론에 무얼 바라고 있는가를 간접화법으로 시사한 것으로 읽혀지는 대목이다.

최근 정가와 언론계에선 ‘언론사주 사정설’마저 돌고 있다. 정부가 언론사주들의 탈법행위 및 사생활을 내사한 뒤 이 내용을 ‘보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증권가에선 해당 언론사를 구체적으로 거명하면서 비리의 내용까지 적시된 문건이 나돌고 있기도 하다.

언론계 주변의 이같은 기류는 비자금과 5·18 문제에 쏠려 있는 언론을 정부여당의 국면전환 노력에 적극협조할 수 밖에 없도록 반강제적 분위기를 마련키 위한 사전작업이 아니냐는 추측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다.

공보처 관계자들이나 참석자들 모두 이번 회동을 “의례적 만남으로 별다른 이야기가 오간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것이 의례적으로만 보이지 않는 것은 현 정국의 민감함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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