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의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 기자는 취재한 내용을 어디까지 밝혀야 하는가. 또 특정 업체의 실명을 거론치 않음으로써 야기되는 소비자들의 혼란에 대해 언론이 져야할 책임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지난달 22일 MBC 뉴스 ‘카메라 출동’ 코너를 통해 밝혀진 ‘고름우유’ 보도는 언론의 사회적 책임의 한계를 다시 한번 생각케 하는 계기를 던져주고 있다. MBC는 이날 보도를 통해 “일부 유가공 업체들이 유방염을 앓고 있는 젖소에서 짜낸 원유로 우유를 만들고 있다”며 당국의 허술한 관리와 미비한 규정, 업체의 ‘부도덕’을 함께 고발했다.

이 고발보도에 따르면 유방염에 걸려 항생제를 투여한 젖소에서 짜낸 원유에는 인체에 해로운 젖소의 체세포와 세균이 기준치 이상으로 섞여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건강에 해롭다는 설명도 덧붙여졌다.
문제는 MBC가 이같은 보도를 하면서 문제가 된 유가공 업체들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으면서 유가공업체간의 ‘공방’으로까지 비화된 것. 업계는 지금 소비자들의 ‘불신’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몰리고 있다.

파스퇴르유업이 10월 24일, 27일 잇따라 신문광고를 통해 “우리 파스퇴르 우유는 고름우유를 절대 팔지 않는다”며 발빠른 대응을 하면서 다른 유가공업계로 파문이 확산됐다. 남양유업, 매일유업 등 업체들이 “그럼 우리란 말이냐”며 반격에 나섰다. 10월24일엔 파스퇴르를 제외한 5개사 사장들이 급기야 모임을 갖고 대응책을 논의하기까지 했다.

이들 업자들은 공동대책을 도출하지 못한채 개별적인 대응을 한다는 원칙을 확인하고 각사마다 해명성 보도자료를 내보내거나 신문광고 등을 통해 소비자 설득과 ‘누명벗기’에 나섰다. 이들 유가공업계의 해명은 저마다 원유에 대한 품질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는 내용들이다. 매일유업 등은 “항생물질이 포함됐다고 판단되는 원유에 대해선 아예 납유거부를 하고 있다”면서 보도내용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서기도 했다.

매일유업 홍보실 김동열 과장은 “설령 세균수나 체세포가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된 원유라 하더라도 제작공정상 살균처리 등으로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우유에는 이상이 없다”고 말하고 “업계가 비판받을 만한 일을 했다면 차라리 실명을 밝혀 불필요한 혼란을 막아주어야 했다”고 MBC의 보도태도에 불만을 터트렸다.

이에 대해 보도를 한 MBC 문호철 기자는 “실명을 밝히기가 어려운 여건”이었다고 설명한다. 문기자는 “모든 유가공 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검사가 아니었기 때문에 조사결과를 공표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말하고 “업체들이 규정을 어긴 것을 문제삼으려 했던 게 아니라 당국의 관리제도상의 허점을 지적하려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문기자의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 도덕적인 기업과 부도덕한 기업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라도 조사대상 기업과 그 결과를 밝혔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문제가 된 유가공업체를 밝히지 않음으로써 생겨날 파문을 예상했다면 모든 업체를 상대로 한 조사와 취재가 이뤄져야 했다는 ‘주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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