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폐막된 G20 정상회의는 우리 사회에 어떤 문화를 남겼을까.

G20 기간 중에 이와 관련된 가장 많은 인터넷 검색어는 아마도 '쥐20'이 아니었을까 싶다. G20 홍보포스터에 쥐를 그려넣었다고 한 예술가가 체포당했다가 풀려나는 일은 너무나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한 일간지(경향신문) 시사만화가는 온 나라가 G20 나팔을 불어대는 모습을 보며 역으로 이명박 정부가 그간 남겼던 것을 쥐에 빗대어 만화를 신문에 싣기도 했다. 영어 오렌지를 '아린쥐' '어린쥐' 등으로, G20을 '쥐20'으로, 걸그룹 소녀시대의 노래 Gee를 '쥐쥐쥐쥐'로, 야밤에 '쥐'에 사찰당하고 있는 대한민국 시민들의 모습을 통해 온나라가 '쥐판'이라고 풍자한 것이다.

12일 G20이 폐막되면서 한 문화평론가가 이렇게 G20 정상회의 전부터 나라를 떠들썩하게 하거나 해학을 불러일으켰던 코드인 '쥐'에 대한 평론을 내놓았다.

   
  ▲ 경향신문 11월4일자 4컷만화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13일자 경향신문에 실은 '쥐에 대하여'라는 칼럼에서 동양과 달리 서양문화에서 쥐란 저열한 민족을 비하하기 위해 사용하던 상징이었다고 소개했다. 영국인은 아일랜드인을, 독일인은 유대인을 쥐에 빗대어 불렀다는 것이다.

특히 이 교수는 독일인의 나치즘에 의해 유대인을 쥐에 빗대어 학살한 선동에도 불구하고 미국 디즈니가 창조한 '미키마우스'라는 캐릭터가 등장함에 따라 쥐에 대한 인식이 바뀐 점을 주목했다. 더구나 이런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을 즐겨 감상했던 사람 가운데 한 명이 바로 히틀러였다는 것이다. 유럽의 전위예술을 퇴폐라며 탄압했던 히틀러가 미키마우스에 대해 적대적이지 않았다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이 교수는 평가했다.

G20 정상회의 홍보기간 중 한 예술가가 G20 포스터에 쥐를 그려넣었다가 구속될 뻔한 사건을 들어 이 교수는 "황당한 일이 발생한 것"이라며 "기존에 설치해놓은 홍보물에 풍자적인 이미지를 덧붙여서 전혀 다른 의미를 생산하는 '그라피티'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엄연한 예술행위"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G20 회의가 '국격'을 높여주고, 홍보효과가 30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설레발치는 정부지만, 정작 예술과 문화의 풍자를 받아들일 준비는 돼있지 않았던 것 같아서 안타깝다"며 "히틀러도 미키마우스를 용인할 수밖에 없었던 까닭을 심사숙고했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해프닝이었다"고 비판했다.

G20회의가 우리에게 남긴 것은 회담장의 협상내용 만이 아니었던 것이라고 이 교수는 마무리했다. 날카로운 해학과 풍자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우리 집권층의 현주소가 아니었을까.

   
  ▲ 경향신문 11월13일자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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