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8월11일 노사가 합의하고 공동 선언을 한 후 대화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듯하던 문화일보 사태가 또다시 파업직전의 위기국면으로 회귀한 가장 큰 원인은 칼자루를 쥔 경영진중 어느 누구도 이 사태를 책임지려고 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번 사태를 해결하는 최선의 방법이 지노위의 결정대로 7·15부당인사대상자들을 원직복직시키는 것임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사측은 사측대로 현대그룹은 그룹대로 이번 사태에 대해 뒷짐만 지고 시간을 끌고 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사측은 우선 평소 노조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던 그룹에 대한 충성심(?)에서 즉각 보복인사를 단행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사태가 확산되고 지노위의 판결도 예상외로 부당전직으로 판명나자 사측은 나름대로 큰 부담을 안게 됐다. 그렇다고 재인사를 하자니 스스로 부당인사라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 되고 또 누군가 사태
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부담감도 만만치 않다.

그룹차원의 개입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현대그룹에선 이 사태에 대해 “문화일보 내부의 문제이므로 노사 대화로 푸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가시적인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노조의 입장을 받아들이라고 말하기도 그러려니와 강경대응하라고 하자니 부당인사를 그룹이 뒤에서 조종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둘다 그룹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어쨌건 이번 사태의 해결은 이제 노조의 주장처럼 파업외에 대안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노조의 강경대응에 따라 그룹차원에서도 그룹이미지를 고려해 입장을 정리할 경우 의외로 사태가 빨리 해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현재 사측은 냉각기간이 끝나는 28일까지는 임금협상을 포함한 단체협상을 마무리짓겠다며 전보다는 협상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노사간에 최대현안인 7·15 부당인사 철회 문제만큼은 법적으로 해결하자는 입장이어서 일괄타결을 주장하는 노조와 합의를 찾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럴 경우 그 부담은 고스란히 경영진에 돌아가 경영진의 운신의 폭만 더욱 좁아질 가능성이 많다. 부당인사 문제의 해결없이 노조의 양보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영진의 소신없는 대응으로 사태가 악화될 경우 어떤 식으로든 현대그룹 등 외부의 압력과 입김이 더 크게 작용하리라는 측면에서 경영진에게도 ‘결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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