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의 논평은 과연 제기능을 하고 있는가. 최근 노태우씨 비자금 수사 관련 보도에서 방송이 언론으로서 제기능을 다하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과 함께 방송의 논평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사설이나 각종 칼럼을 통해 자사의 주장을 펴는 신문에 비해 방송의 논평 기능이 지나치게 약하다는 것. 이 때문에 방송 뉴스의 경우 기자가 지나치게 감정적인 멘트를 한다든지 앵커멘트가 지나치게 주의주장을 담는 경우까지 생기고 있다. 논평과 보도가 구분돼야 한다는 기본원칙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MBC 해설위원실은 이와 관련, 뉴스데스크에 1분안팎의 짧은 논평이라도 추가해야 한다는 제안을 해놓고 있다.

MBC 해설위원실의 구본홍 해설위원은 “최근 신문기사는 물론 방송에서도 스트레이트 뉴스에 기자가 주관적인 평까지를 덧붙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올바른 보도태도가 아니다”고 지적하고 보도와 논평을 구분하기 위해서는 뉴스시간에 기사나 앵커 멘트와는 다른 논평을 도입하는 것을 검토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현재 논평을 위한 해설위원실을 별도 운영하고 있는 방송사는 KBS와 MBC. KBS는 8명의 해설위원이 KBS 1TV를 통해서 아침 6시부터 2시간동안 방송되는 <뉴스광장> 끝부분에 뉴스해설을 하고 있다. 또 1 라디오 8시 25분에도 뉴스논평이 방송된다. MBC의 경우에는 밤 11시 50분에 방송되는 <뉴스24> 뒷부분에 뉴스논평을 넣고 있고 AM 라디오에서도 8시 5분에 논평을 방송하고 있다.

이와 관련 방송의 논평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좀더 시청자 확보가 용이한 시간으로 논평 시간대를 옮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만영씨(30·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는 “라디오 논평은 가끔 들었지만 TV방송에서도 보도 논평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한다.

TV의 경우 논평이 워낙 외진 시간대에 편성돼 있어 시청자의 가시청권에서 벗어나 있다시피한 실정이다. 방송 논평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따라서 좀더 시청자가 많이 보는 시간에 편성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KBS 보도국의 한기자는 “최근 노태우 비자금사건에 대해서는 비교적 논평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 편이지만 현정권의 문제를 지적하는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논평이 원칙적인 문제만을 짚거나 경제문제나 무역문제 등 모두가 부정하기 힘든 문제를 다루는 식으로 비켜갔던 경우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하고 논평이 그때그때 중요한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루지 않는다면 방송 논평은 앞으로도 시청자의 외면을 당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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