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7일 새정치국민회의 박지원 대변인은 “오늘은 전국적으로 전기가 나가 TV도 꺼지고 신문 윤전기도 돌아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대변인은 뜻하지 않게 전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김대중 총재가 노씨로부터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민주당측의 주장에 대해 박대변인은 “김총재는 노씨로부터 단 한푼의 돈도 받지 않았다”며 한사코 부인해왔다. 박대변인은 ‘민주당은 민자당의 2중대’라는 격한 표현까지 사용하기도 했다. 출입기자들의 질문공세에도 관련사실이 없음을 계속 주장했다.

그러나 26일 북경을 방문중인 김총재가 20억 수수사실을 시인함으로써 박대변인은 결과적으로 거짓말을 하게 된 것. 출입기자들에 따르면, 박대변인이 김총재의 20억 수수사실을 사전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엄격히 말하면 박대변인의 책임이랄 수는 없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어쩔 도리가 없었다. 박대변인은 27일 “국민과 당원, 언론기관에 죄송하다고 사과드린다”고 대변인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자신의 발언에 대한 사과성명까지 발표했야 했다.


○…27일 노씨의 대국민사과 발표로 한겨레신문은 전날 실시한 노씨 처리 문제에 대한 여론조사를 급작스럽게 다시 실시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었다.

한겨레신문은 26일 노씨처리문제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 27일 가판부터 게재하려고 했으나 신중히 처리하자는 입장에 밀려 다음날로 연기했다. 그러나 노전대통령이 27일 대국민사과를 함에 따라 전날 실시한 여론조사의 의미가 퇴색해버린 것.

이에 따라 한겨레신문은 27일 부랴부랴 다시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28일자 신문에 두 언론조사를 비교하는 형태로 기사를 게재.

한편, 사과발표 전인 26일 여론조사때는 노씨를 구속처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55.5%였던데 반해 사과발표후에는 66.8%로 11.3%포인트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태우 전대통령의 사과발표가 있던 날 문화일보 모사진기자는 노씨의 사과성명 발표 사진을 당일 석간신문에 게재하기 위해 오토바이에 몸을 싣고 도심 한복판을 질주, 졸지에 폭주족이 돼야했다는 후문.

문화일보는 노씨의 사과성명 관련 기사와 사진이 들어갈 자리를 비워놓고 기사와 사진이 도착하는 즉시 윤전기를 돌릴 만반의 태세를 갖추었는데 기사는 컴퓨터 전송이 가능했지만 사진은 불가피하게 ‘육로수송’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기동력이 뛰어난 오토바이를 사용하기로 했던 것.

그러나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날 문화일보는 평소보다 1시간 30분 정도 늦은 오후 1시께야 초판이 나왔다.


○…노씨의 대국민 사과가 있던 27일 연희동 노씨 집 주변은 내외신 기자 2백여명이 몰려 북새통. 노씨측은 이날 각 언론사마다 사진기자를 포함, 2명씩 출입을 허용했으나 접견실이 비좁아 들어가지 못한 일부 기자들은 출입을 제지하는 경호원들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비좁은 접견실을 가득 메운 기자들과 TV카메라용 조명기구의 열기로 노씨의 기자회견을 취재한 기자들은 온통 땀범벅이 됐는데 기자회견이 끝나자마자 기사 송고시간에 쫓겨 정신없이 밖으로 나온 기자들간에 신발이 바뀐 경우가 많아 한바탕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노씨의 사과성명 발표가 있었던 27일 11시 조선일보는 동화상 전광판에 노씨의 대국민 사과 발표를 내보내면서 음성까지 내보내 지나가던 행인들의 이목을 사로잡기도. <조선>은 지난번 광화문 축제 때에도 동화상에 음성까지 내보낸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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