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말 공보처가 입법예고한 ‘통합방송법’(안)에 대한 KBS, MBC, SBS의 입장은 ‘3인3색’이다.
이들 방송사의 의견서를 종합해 보면 자사에 불리한, 특히 상업적 이익과 관련된 조항들에 대해선 관련 조항의 완화나 전면삭제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대국적 견지에서 더욱 관심을 기울였어야 할 방송의 공공성 보장문제나 프로그램 편성과 운영상의 자율성을 보장받는 장치에 있어선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KBS는 협찬방송 관련 조항에 대한 간섭을 삭제해 달라(법안 2조, 26조, 49조 등)거나 정정보도요건을 완화해 달라(법안 57조)는 국지적인 대목에서만 수정의견을 제시, 3사 가운데 가장 부실한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영방송의 위상에 걸맞는 방송전반의 미래상을 제시할 수 있는 의견은 찾아볼 수가 없다.

SBS가 방송의 재난방송 의무(법안 27조)를 강제하는 조항을 ‘편성자율권 침해’라며 삭제를 요구한 것도 우려스런 대목이다.

국가적인 재난에 맞춰 실시돼야 하는 재난보도는 방송의 공익적인 성격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목으로 받아들여져야 할 것이다. 이를 편성자율권이라는 잣대로 거부하는 것은 SBS가 상업적인 이윤을 남기는 데에만 공중의 재산인 전파를 사용하겠다는 의도로 비춰질 소지가 크다.

그나마 MBC가 대기업과 신문사의 위성방송진출을 반대하고 나선 것은 높게 평가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MBC의 이같은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 위해선 방송위원회의 독립적인 운영과 권한문제 등에 대해서도 일맥상통하는 입장제시가 있었어야 할 것이다. 좋은 의견임에도 불구, 기득권 지키기로 비춰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들 방송사들은 공보처의 의견제출 요구에 아예 ‘주제넘는’ 의견제시는 하지 않기로 한 것 같다. 공보처의 위상, 방송위의 위상 등 방송의 자율성과 공공성과 직결되는 문제들을 자신들과 소관사항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면 그것이야말로 넌센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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