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른바 ‘노태우 비자금’ 파동부터 ‘전두환씨의 구속과 단식’에 이르기까지 최근의 큼지막한 사건과 그것을 보도하는 신문과 방송의 태도를 보면서 여러모로 착잡한 느낌이 들었다. 내게 든 느낌의 정체를 한마디로 잘라 말하자면 신문과 방송의 재빠른 자기변신에 대한 환멸감이었다.

12·12 쿠데타의 주역이자 내란음모의 수괴인 전두환을 국가적 혼란을 극복할 대통령으로 추켜세운 것도 신문과 방송이었고, 4천억원이 넘는 비자금을 착복한 비리주범 노태우를 위대한 보통사람으로 미화시킨 것도 신문과 방송이었다.

그러던 신문과 방송이 이제 와서 세상이 바뀌어졌다고, 또 칭찬하고 미화할 대상이 바뀌어졌다고, 내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입장을 돌변하고 있는 것을 보면 정말 한심하다 못해 가증스럽기까지 하다.

극단적으로까지 말하자면 우리 사회의 온갖 잘못된 구조와 문화는 신문과 방송이 만들어가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이다.

나는 한국사회의 부정부패 척결은 신문 방송을 비롯한 언론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론의 철저한 자기정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의 진정한 민주화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다.

왜냐하면 사회의 성숙정도가 높아갈수록 ‘말(언론)이 갖는 힘과 영향력’은 커지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미디어 오늘>이 갖는 사명과 역할은 대단히 중요하다.

지난 1년간 <미디어 오늘>은 신문과 방송의 감시자로서의 역할은 어느 정도 수행했지만 앞으로도 과제는 너무나 많다고 본다. 이제 <미디어 오늘>은 감시자로서만이 아니라 진정한 언론의 형성자, 창조자로서의 자기면모를 가져나가야 할 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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